막내의 사춘기
여태껏 맞이한 모래바람 중 가장 강력한 바람이었지만, 토북이는 두렵지 않았다. 할머니와 오빠의 손을 꼭 잡고 모래바람이 이끄는 대로 날아가 떨어졌다. "아이코!" 토북이는 곧장 할머니께로 기어가 물었다. "할머니, 괜찮으세요?" 이에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오빠를 바라보았다. 오빠도 괜찮다는 표정이었다. 셋은 주변을 둘러보며 나머지 가족을 찾기 시작했다. "아마 여기에 분명 있을 거예요. 저희가 빨리 왔으니까 움직인 거리를 생각해 봐도 이쯤에 있을 텐데... 분명 이 방향으로 쭉 경주를 이어가고 있었거든요." 할머니는 그런 손녀를 자랑스럽게 바라보며 말했다. "다 기억하고 있구나. 나는 요즘 자주 깜빡깜빡해서 계속 길을 잃는단다. 너희들을 만나 참 다행이구나." 이에 오빠가 말했다. "아니에요, 제가 더 다행이죠. 할머니 아니었으면 전 계속 모래에 처박혀 있었을 거예요." 그런 오빠를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째려보던 토북이가 말했다.
"오빠, 빨리 할머니랑 같이 엄마 아빠나 찾아. 난 막내를 찾으러 갈 테니. 아마 혼자 이리저리 다니다가 길을 헤매고 있을 거야." 이에 오빠가 물었다. "어떻게 그걸 확신하니?" 토북이가 불안한 듯 말했다. "내 직감이 그래. 이제 딱 그럴 시기야. 마지막으로 만나고 시간이 얼마 안 흐른 것 같지만 사막에서는 시간을 아는 게 어려워서 감으로 짐작할 뿐인데 아마 부모님은 막내를 찾고 있을 것 같아. 내 기억을 조합해 보면 막내는 우리처럼 혼자만의 경주를 하고 싶어 했었어. 한다며 하는 애라 망설임 없이 부모님을 떠났겠지." 그 말을 끝으로 막내를 찾으러 기어가는 토북이에게 오빠가 말했다. "야, 조심해라. 그리고 고마웠다..." 이에 토북이가 픽 웃으며 말했다. "다시 만날 텐데 괜히 그런 말 지금 하지 마." 토북이는 열심히 기어가며 동생이 있을 곳을 짐작해 보았다. '어디에 있니... 모래바람이 불면 바로 날아가서 모래에 뒹굴 건데...' 토북이는 한참을 기어가다 한껏 움츠리고 있는 등딱지 하나를 발견했다. '에효...' 그녀는 가까이 다가가 마구 흔들어댔다. "야, 나와. 언니다." 그럼에도 꿈쩍하지 않자, 톱구이는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셋 셀 동안 나와라, 하나, 둘, 셋!!" 아예 등딱지를 뒤집어버리려 하자, 막내가 머리를 빼꼼 내밀며 울먹거렸다. "내버려 두라고!! 저리 가라고, 왜 왔는데!" 토북이는 동생에게 물었다.
"너 여기서 왜 이러고 있어. 엄마, 아빠는?" 이에 막내는 입을 꾹 닫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토북이는 동생에게 자신의 등에 핀 선인장의 과육을 하나 따 주며 말했다. "가다가 할머니랑 오빠를 만나서 다시 돌아오는 중이야. 너랑 엄마 아빠 찾으러 왔는데 너는 왜 혼자서 이러고 있냔 말이야." 이에 막내가 선인장 과육을 우물거리며 말했다. "왜 돌아왔는데? 앞으로 나아간다면서 왜 또 돌아와." 토북이는 막내를 째려보며 말했다. "그건 나중에 다 있을 때 말할 거야. 자꾸 말 돌리지 말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 이에 막내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 "혼자서 경주를 하겠다고 엄마 아빠한테 대들고 혼자서 나아가고 있는데 모래바람을 맞았어. 날아갔는데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고 다시 엄마 아빠한테 돌아가려 해도 길이 기억이 안 나서 계속 이러고 있었지."
토북이는 한숨을 쉬며 물었다. "엄마, 아빠한테 뭐라고 말했는데..." 이에 막내는 다시 입을 꾹 다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