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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도리 Dec 30. 2024

토북이 이야기(21)

막내만의 작은 결승선

  토북이는 시무룩해진 채로 고민에 빠진 막내 옆으로 갔다. 그러고는 묵묵히 그녀의 온갖 고민들을 들어줬다. 몇몇은 토북이가 어렸을 때 했던 고민과 같았고, 몇몇 고민들은 쓸데없지만 귀여운 고민들이었다. 그런 언니의 생각을 눈치챘는지 팔짱을 끼고는 그녀를 째려봤다. 토북이는 미소를 지으며 막내에게 말했다. "너 만의 작은 결승선은 어떤지 보여줄 수 있어?" 이에 막내 토북이가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다. "사실 나는 언니랑 오빠 따라가고 싶어서 큰 결승선을 향해서만 달려갔지. 하지만 아무리 달려도 내 짧은 다리로는 다다를 수가 없었어."  이에 토북이가 등딱지의 흙, 남아있는 꽃, 열매를 다 떨어뜨리며 말했다. "아휴, 이제 좀 살겠다. 네가 작은 결승선을 만들지 않고 그냥 목적 없이 큰 결승선들만 향해서 가니까 그런 거야. 중간중간에 네가 행복을 찾아야 해. 넌 뭘 하면 행복하니?" 이에 막내가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다 언니가 떨어뜨린 것들을 보더니 이내 개구쟁이 같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몰라, 당장은 생각하기 싫고, 난 이거나 할래." 

   막내는 언니가 떨어뜨린 것들 중 선인장 열매를 집어 들어 열심히 입으로 뜯었다. 과육을 꺼내 손으로 야무지게 다진 다음, 흙과 섞어서 뭘 만들더니 이내 선인장 꽃잎으로 토북이의 얼굴을 칠하기 시작했다. 토북이가 물었다. "너, 지금 뭐 하냐." 이에 막내가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하며 말했다. "가만히 있어봐, 예쁘게 만들어 줄 테니까. 언니는 못 생겨서 좀 꾸밀 필요가 있어." 이에 토북이는 막내를 한 대 쥐어박아주고 싶었지만 참으며 그녀가 하라는 데로 고분고분 따라주었다. 다 한 후에, 막내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다 됐다. 엄마!, 아빠! 이리로 와 봐요." 가족들이 전부 토북이 쪽으로 오자, 토북이는 부담스러워하며 물었다. "이상하죠? 얘가 뭔 이상한 짓을 저한테 해놨어요." 그러자, 엄마가 놀란 토끼눈을 뜨며 말했다. "맙소사." 아빠는 감동한 듯한 눈빛이었고, 오빠는 어이가 없는 표정이었다. 그러고는 말했다. "저건 그냥 분장 아니냐." 할머니는 감탄하면서 막내에게 물었다. "네가 한 거니?" 막내가 뿌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할머니는 토북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 둘째 손녀가 이렇게 곱고, 막내 손녀가 손재주가 이리 좋은지 할미는 몰랐구나." 이에 토북이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벙찐 표정을 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이제 우린 어디로 가죠?" 이에 아빠가 말했다. "너희가 가는 데로 우린 따라갈게. 너희는 어떻게 하고 싶니?" 이에 오빠가 말했다. "우리가 다 만났으니 이제 다시 돌아서 앞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요."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너네가 괜찮다면 이제 나아가야지. 우리는 뒤에서 천천히 따라갈 테니 너희는 최선을 다해서 나아가렴." 그렇게 온 가족이 다 함께 큰 결승선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신이 난 막내는 엄마한테도 화장을 해주고 있었다. 도구가 필요할 때면 오빠가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자연물로 만들어 주었고, 언니가 재료를 아낌없이 주었다. 토북이가 말했다. "너 드디어 너만의 작은 결승선을 찾았구나?" 이에 막내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응, 난 경주를 하는 사람들에게 화장을 해주고 싶어. 한 번뿐인 경주에 아름다움을 선물해 주면 아마 오아시스나 쉴 수 있는 곳에 가서 한 번 자신의 모습을 보고 힘을 얻을 수도 있잖아." 이에 토북이는 만족한 듯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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