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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도리 Dec 30. 2024

토북이 이야기(22)

큰 결승선을 잊으면 안 되는 이유

  그렇게 할머니, 엄마, 아빠는 삼 남매 뒤에서 천천히 이야기를 나누며 따라갔다. 삼 남매는 열심히 앞으로 나아가면서도 자신들만의 행복을 놓치지 않았다. 둘째는 열심히 선인장과 흙이 있는 곳을 찾아 두리번거렸고, 찾으면 자신의 등딱지에 흙을 쌓아 올려 선인장 씨를 심었다. 바람에 날려가는 씨앗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심었지만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히는 데에는 시간이 걸리기에 그녀는 인내심을 가지고 나머지 씨앗을 나아가는 길에 열심히 뿌렸다. 이전에는 자신의 등에 묻어있는 흙이 그저 거슬리진 않았기에 털어내지 않았는데 그 흙에서 꽃도 피고 열매도 나는 줄 몰랐던 토북이는 이제 동생에게 재료를 주기 위해 더욱 열심히 심기 시작했고, 그녀의 등은 어느 때보다 가득 차고 아름다웠다. 막내는 언니의 등에서 빨리 꽃이 피기를 오매불망 기다렸다. 오빠는 열심히 나아가며 열심히 선인장 가시로 붓을 만들어줄 준비를 했다.

   선인장 꽃은 신기하게도 토북이의 등에 있을 때 더 빨리 피었다. 드디어 꽃이 피자, 그걸 한 아름 딴 막내는 오빠에게 건넸고, 오빠는 선인장 가시로 이것저것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걸 받아 들고 좋아서 펄쩍펄쩍 뛰는 막내를 보고 오빠는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한참을 행복하게 나아갔지만 큰 결승선이 보이지 않았다. 오빠는 조급해지기 시작했고, 동생들을 재촉했다. "조금만 더 빨리 가야 하지 않을까. 이러다간 날 새겠다." 이에 동생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그게 뭐 어때서." 토북이는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힐 때까지 천천히 나아가며 막내가 화장에 전념하게 해 줄 거라고 하고, 막내는 아예 나아가는 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 결국 오빠는 혼자서 가려다가 이내 동생들을 돌아보고는 한 마디 했다. "작은 결승선, 작은 행복, 일상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 하지만 우린 절대 우리의 목표, 큰 꿈을 잊으면 안 돼. 나아가야만 해. 아빠랑 엄마, 그리고 할머니가 말씀해 주신 거 다 까먹었어?" 이에 정신이 든 토북이가 막내에게 말했다.

   "맞아, 우리 조금만 속도를 더 내서 이젠 나아가자." 그러자 막내가 울먹거리며 주저앉았다. 토북이가 막내에게 다가가 물었다. "너, 지금 무섭구나." 이에 막내가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오빠가 당황하자, 토북이가 괜찮다는 눈빛을 보냈다. "막내야, 뭐가 무서운지 우리한테 말 좀 해줘." 막내는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그냥, 여기 있으면 안 돼? 모래바람맞기 싫어. 헤어지기 싫어. 가족 다 함께 그냥 멈춰 서면 안 돼?" 이에 오빠가 못마땅해하며 말했다. "모래바람이 무섭다고 안 나아가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그건 죽은 거나 마찬가지야." 이에 막내가 더 크게 울자, 토북이가 오빠를 째려봤다. 

   "아, 좀 가만히 있어봐, 오빠." 오빠가 머쓱해하자, 토북이는 막내의 손을 잡고 말했다. "야, 막내. 언니 봐봐. 눈물 뚝!!" 막내가 눈물을 가까스로 멈추고 언니를 바라보자, 토북이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오빠 말이 틀린 건 아니야. 하지만 잘 생각해 봐. 네가 경주를 하는 동물들에게 화장을 해주고 싶다고 했잖아. 그 동물들에게 행복을 주고 쉼을 주고 싶었던 거 아니야? 그러려면 동물들을 만나야겠지?" 막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토북이가 이어서 말했다. "그 많고 다양한 동물들을 만나려면 나아가야 해. 그 과정에서 모래바람을 맞이할 수 있겠지만, 많은 동물들을 만나서 화장을 더 많이 하면 엄청 기뻐서 모래바람 따위 신경 쓰지 않게 되는 용감한 토북이가 될 수 있을 거야. 그게 아니면 여기서 다른 동물들이 올 때까지 천년만년 기다리다가 아무것도 못하게 되는 거야. 어느 쪽을 선택할래." 이에 막내는 군말 없이 오빠와 언니를 따라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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