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 가족 이야기
오아시스에서 한참을 도란도란 얘기하다가 나와서 다시 나아가는데, 저 멀리서 거북이 몇 마리가 보였다. 엄마는 불안한 표정으로 그 거북이들을 살폈다. 그러고는 이내 아빠에게 말했다. "여보, 자리 비켜줄 테니까 얘기 좀 하다 와. 나는 엄마랑 같이 천천히 가고 있을게." 이에 아빠가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알았어, 조심해. 장모님, 곧 따라가겠습니다." 할머니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토끼와 함께 가자, 아빠는 거북이 무리에게 다가갔다. 가장 등딱지도 크고 뚱뚱한 거북이가 아빠를 보더니 인상을 찌푸렸다. "네가 여기는 웬일이야. 또 아버지 땅 때문에 우리 찾아온 거냐?" 이에 또 다른 거북이가 아빠에게 말했다. "막내야, 형 조금만 도와주면 안 되겠니?" 이번엔 고모가 아빠한테 말했다. "너 어떻게 누나한테 그렇게 하고서는 한 번도 안 찾아올 수 있어. 하긴, 찾으러 오기 싫었겠지. 내가 보고나 싶었겠어?" 각자 떠드는 거북이들에 아빠는 화가 단단히 나서 소리를 질렀다. "아, 좀 시끄러우니까. 입 좀 닫아봐!" 아빠는 큰 아버지 거북이에게 다가가 경고했다. "경고하는데, 이젠 좀 그만해라. 여기가 사막이 되기 전, 우리 서식지에 있던 아버지, 어머니 땅, 네가 다 가지고 갔잖아. 그러면 동생들한테 좀 나눠줄 수 있는 거 아니야? 아니다, 그것도 안 바래. 근데 그 땅을 다른 데에다 팔아? 그 땅을 지키려고 엄마 아빠가 얼마나 고생했는데. 일구려고 노력도 안 하고 홀랑 늑대들한테 팔아버리면 어떡해!" 이에 고모가 큰 아빠에게 말했다. "그건, 맞아. 오빠, 진짜 너무 한 거 아니야? 우리랑 상의도 없이 그걸 팔고 선인장을 뭉태기로 받다니, 그거 나도 좀 주지." 큰 아빠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 땅은 어차피 사막이 될 운명이었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곳 전체가 사막이야. 다른 동물들도 다 그렇게 살아. 안 보여? 그리고 네가 어머니 아버지께 해준 게 뭐가 있는데, 당연히 장남인 나한테 다 물려주시는 게 맞는 거지. 애초에 어머니 아버지는 널 좋아한 적이 없어. 네가 아무리 잘해줘도 결국에는 그 노인네들 나밖에 없었다고. 그때, 작은 아버지가 생뚱맞게 끼어들며 말했다. "야, 막내야. 너네 둘째 딸, 선인장 피워내는 법을 안다며? 등에 선인장이 막 자란다고 들었는데, 좀 만나게 해 주면 안 될까? 내 식구들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빠는 발을 크게 굴렀다. "쾅!"
아빠는 부들부들 떨면서 말했다. "다들, 입 닫아. 작은 형, 내가 안 도와준 것도 아니고 번번이 도와줬어. 그걸로 형이 뭐 했는데? 도박해서 다 꼬라박았잖아!! 이제 더 이상 못 도와줘. 나도 이젠 힘들다고, 그리고 그 재배법은 내가 독학한 거야. 사막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연구한 끝에 내 성질을 변하게 해서 피게 하는 거라고, 애 엄마랑 결혼하고 낳은 후에 내 딸이 물려받은 것뿐이라고. 배워서 되는 게 아니야. 내 딸 얘기 한 번만 더 꺼내면, 이젠 형이고 나발이고 아무것도 없어. 그리고, 큰 형 너는... 아버지 어머니 돌아가시기 전에 감금한 거랑, 땅 팔아치운 것, 그리고 모든 이익을 다 가져간 걸 후회하게 될 거야. 경고하는데, 경주 그렇게 하지 마." 이에 고모가 눈치를 보며 말했다. "막내야, 내 거 조금이라도 그럼 가져갈래?" 이에 아빠가 코웃음을 치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누나, 나 이제 누나 안 믿어. 누나의 미소는 다 위선인 걸 알아버렸거든. 하긴, 땅 앞에선 형제고 뭐고 없지. 그렇게 이쪽저쪽 박쥐처럼 붙으면 내가 속아 넘어갈 줄 알아? 누나도 욕심 좀 버려. 심지어 둘째 딸한테 응원한다고 말도 하고 갔다며? 얻다 대고 말을 걸어. 난 이제 누나 보기만 해도 욕이 나와."
한바탕 퍼부은 아빠는 이윽고 눈물을 흘리며 통곡했다. "내가 뭘 그리 잘못했는데, 왜 나한테만 이래 다들. 나는 어머니 아버지 살아계실 때부터 열심히 우리 서식지 땅도 가꾸고 농사도 배우고, 아플 때마다 의사 데리고 오고 온갖 일은 내가 도맡아 다 했는데, 왜 아버지 어머니는 이런 은혜도 모르는 동물들만 사랑했던 건데... 나는, 나는 뭔데!!" 아빠는 이윽고 눈물을 닦고 단호하게 말했다. "앞으로 우리 만나도 아는 체하지 말자. 나한테는 너네 같은 가족 없었던 거야. 나한테는 돌아가신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내 식구만 있어. 다시는 아는 척하지 마. 너네는 형제도 아니야. 그리고, 내 자식들한테 다가가면 그때는 내 손에 죽을 줄 알아." 돌아서서 할머니와 엄마에게로 기어가는 아빠의 등은 한없이 무거워 보였다. 아빠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터덜터덜 기어갔다. 아빠가 다가오는 걸 느낀 엄마는 아무 말 없이 아빠를 안아주었고, 아빠는 엄마의 품에 안겨 한참을 울었다. 할머니가 아빠를 토닥여 주며 말했다. "다 잊어버려. 자네한테는 우리가 있잖아. 동물 같지도 않은 것들 때문에 울지 마, 속 다 배린다." 아빠는 서럽게 울면서 말했다. "저는 원하는 거 딱 한 가지예요. 우리 새끼들은 서로 사이좋게 지내는 거. 그거 하나면 저는 바라는 게 없어요."
엄마가 아빠의 등을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여보, 애초에 형제는 없었다고 생각하고 살자. 당신은 그래도 나랑 우리 엄마랑, 우리 자식들이 있잖아. 이제는 더 이상 어머님, 아버님께 죄책감도, 원망도 남기지 말고, 서식지를 못 지켜냈다고 자책하지도 말고, 사막에서 하는 경주에 집중하면서 나아가는 거야. 당신도 당신 인생 살아야지." 이에 할머니가 맞장구를 쳤다. "그럼. 그럼. 에효, 자네가 고생이 참 많아.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게 없어서 참으로 안타깝구먼. 그래도 힘든 시기가 지나면 자네한테도 꽃 같은 날들이 올 거야. 부모한테는 너무 섭섭한 마음 갖지 말게나. 자네 많이 사랑했을 거야. 이렇게 착하고 듬직한데 어떻게 사랑 안 했겠나. 아마 마지막까지 자네한테 못해준 거에 대해서 속상해했을 것 같네. 나라면 그랬을 것 같아. 이제는 다 잊고 나아가자. 같이 나아가보자." 그렇게 아빠는 할머니와 엄마의 위로와 응원을 받아 앞으로 다시 나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