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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도리 Dec 30. 2024

토북이 이야기(25)

아빠가 바라는 한 가지

  가다가 힘들어서 멈춘 삼 남매는 이 참에 부모님과 할머니를 기다리기로 했다. "언니, 나 목말라." 이에 토북이는 남아있는 선인장 과육을 반으로 갈라 오빠와 동생에게 건넸다. 곰곰이 생각에 빠진 토북이를 바라보던 막내는 이윽고 물었다. "언니, 지금 무슨 생각해?" 토북이가 말했다. "저번에 고모를 만났는데 내가 한 일들이 멋졌다고 막 칭찬을 해주셨어. 그래서 감사하다고 하고 선물을 드렸지. 그걸 아빠한테 말했더니 아빠가 엄청 화를 내시더라고." 이에 오빠가 토북이의 머리를 콩 때리며 말했다. "바보야. 아빠랑 고모 사이 안 좋은 거 모르냐." 이에 토북이가 놀라며 물었다. "뭔 일 있었어? 우리 고모네랑 다 같이 논 적도 있었잖아." 이에 오빠가 한숨을 쉬며 화를 냈다. "눈치가 좀 있어라. 고모도 결국 할아버지 땅 팔아서 큰 아버지가 받은 거 얻어먹으려고 우리 아빠 배신했잖아. 거기다 대고 네가 고모랑 잘 지낸다고 해봐, 아빠 기분이 좋겠냐." 이에 토북이도 화를 냈다. "아, 왜 소리를 지르고 난리야. 나는 몰랐지. 그리고 아빠랑 고모가 사이가 안 좋다고 나랑 고모도 사이가 안 좋아야 해? 그건 어른들 일이잖아." 오빠는 화난 표정으로 토북이를 째려봤고, 이에 둘은 싸우게 됐다.

   "오빠는 맨날 편애해. 막내 말만 잘 들어주고. 내가 오빠 많이 도와줘도 바로바로 고맙다는 소리도 안 하고. 맨날 나한테 잔소리만 하고, 무슨 오빠가 그러냐." 그러자 오빠도 화를 냈다. "네가 그 나이 먹고도 처신머리 없이 맨날 철없이 구니까 그렇지. 너 이제 성체야. 알고는 있어?" 이에 토북이가 소리를 질렀다. "나 알아서 잘 크고 있거든!! 오빠보다는 나아. 어쩜 만날 때마다 모래에 박혀 있어? 내가 몇 번이나 끄집어낸 줄 알아? 한심해죽겠다니까 아주!!" 그때, 멀리서 아빠의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이것들이 진짜... 그만 안 해?" 부모님과 할머니가 가까이 왔다는 걸 안 토북이들은 입을 다물었다. 아빠가 빠르게 기어 와서 화를 냈다. "너네는 이 아빠가 불쌍하지도 않냐.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게 너희들끼리 싸우는 거랬지. 나는 형제들이랑 남보다 못해도 너네는 서로 도우면서 잘 지내는 거, 살면서 그거 딱 한 번 바랬다. 근데 왜 허구한 날 싸우고 앉아있냐. 너네도 커서 아빠 엄마 죽으면 더 심하게 싸울 거야?" 이에 토북이들이 일제히 고개를 저었다. "죄송해요..." 이에 토끼와 할머니는 한숨을 쉬었다. 오빠와 토북이는 서로 빠르게 화해를 하며 아빠의 눈치를 살폈다. 아빠는 여전히 눈물이 그렁그렁한 표정으로 둘을 째려보고 있었다. 

     이에 할머니가 아빠한테 말했다. "아이고, 쟤네들이 저래도 다 서로 걱정돼서 그러는 거 아니야. 나이차이가 많이 나서 서로 이해 안 되는 부분도 있고 그런 거지 뭐. 화 풀어, 자네도." 아빠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눈치를 보던 막내는 이윽고 달려가서 엄마의 품에 안겼다. 엄마는 막내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우리 딸, 엄마가 전에는 미안했어. 엄마도 말을 너무 심하게 한 것 같다." 이에 막내딸은 아무 말 없이 엄마의 품에서 어리광을 피우며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에 기분이 나아진 듯한 아빠는 둘째와 오빠를 꽉 끌어안으며 말했다.

"제발 서로 싸우지 마라. 그것 말고는 이 아빠가 바라는 게 없다." 이에 토북이 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아빠를 꽉 안았다. 할머니는 미소 지으며 어린아이처럼 모두를 끌어안았다. "나도 안아줘." 이에 모두 빵 터지며 한참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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