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한 엄마 안의 소녀
여느 때처럼 동굴에서 잠을 자고 있는데, 토북이는 흐느끼는 소리에 눈을 떴다.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따라가보니, 엄마가 동굴 밖 바위 위에서 울고 있었다. 토북이는 엄마가 울음을 그칠 때까지 기다리다가 슬그머니 엄마 옆으로 갔다. 그러고는 물었다. "엄마, 많이 힘들어?" 엄마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아니, 언제 왔어. 기척도 없이." 그러자 토북이는 엄마를 꼭 안으며 말했다. "엄마도 고생 많았어. 누가 그러는데, 우는 건 정신이 건강한 거래." 엄마는 웃으며 말했다. "그래? 다행이네. 엄마는 아직 건강한 것 같아." 토북이가 엄마의 눈치를 살피다가 물었다. "엄마 혹시 고민 같은 거 있어?" 엄마는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저었다. 토북이는 엄마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단 것을 알아챘다. "엄마, 나 감정에 대해서는 눈치 빠른 거 알지. 엄마 나한테 지금 뭐 숨기고 있잖아. 그거 뭔데." 엄마는 숨죽여 흐느끼며 조용히 토북이에게 할머니께 남은 날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걸 말해주었다. 토북이가 놀라며 말했다. "의사는? 의사 만나보셨어?"
그러자 엄마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안 그래도 의사 만나기 싫다던 네 할머니 잘 때, 의사가 와서 진찰하고 갔어. 정말 얼마 안 남았다더라. "엄마는 한숨을 내쉬며 눈물을 닦았다. 토북이는 애써 나오는 울음을 삼키며 말했다. "어떡하지. 방법이 아예 없는 거지?" 엄마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전에는 원망만 하고 밉기만 했는데 이제는 못해준 것 밖에 생각이 안 나서 힘들어. 나는... 나는 아직 준비가 안 됐는데... 나도 아직 엄마가 필요한데..." 그 말에 토북이는 조용히 엄마에게 어깨를 내어주며 말했다. "엄마, 우리 지금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자. 그리고 남은 시간 동안 우리 할머니 행복하게 해 드리자." 그러자 토끼가 토북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우리 토북이가 엄마보다 훨씬 더 의젓해졌네. 언제 이렇게 다 컸니. 아기일 때 걸음마도 못 떼던 너였는데. 어른이 다 됐네." 토북이는 웃으며 말했다.
"그니까, 나도 이렇게 빨리 클 줄 몰랐지. 시간은 너무 짧은 것 같아, 엄마. 이제 다 이해가 돼. 왜 열심히 나아가야 하는지, 매번 멈출 때마다 잔소리했는지. 순간순간이 선물이라는 게 맞는 것 같아. 허투루 보내기엔 너무 아까워. 그러니까 엄마도 이젠 엄마만의 경주를 했으면 좋겠어. 큰 결승선이 우리여도 안 돼. 엄마가 원하는 대로 만들어. 엄마 안에 있는 소녀한테도 꿈이 있을 거잖아." 이에 토끼가 웃으며 말했다. "그 소녀는 꿈을 잃은 지 꽤 오래돼서 다시 부르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는데." 토북이가 눈물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괜찮아, 그때까지 내가 믿음직한 딸이 되어볼게. 이젠 우리 걱정하지 말고 행복해져, 엄마." 토끼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잠을 자러 들어갔고, 토북이는 그제야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한숨을 나지막이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