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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도리 Dec 30. 2024

토북이 이야기(28)

사막화가 되기 전 이야기

  엄마의 다리가 낫는 동안 동굴에서 심심했던 막내는 가족 모두에게 화장을 해주려 했고, 토북이는 등에 있는 열매와 꽃을 모두 주고, 오빠는 붓을 만들어 주었다. 막내는 신이 나서 받은 것들을 소중히 아꼈다. 토북이는문득 저번에 부모님이 해주신 사막화 얘기가 떠올랐다. 호랑이와 늑대들, 승냥이 떼가 결승선들을 무자비하게 짓밟았을 때, 그 얘기를 듣고 놀랐던 토북이는 물었다. "엄마, 아빠, 사막화가 일어나기 전 우리는 어떻게 살아갔어요?" 그러자 아빠가 잠시 곰곰이 생각하더니 말했다. "꽤 오래전 일이긴 하지만 똑똑히 기억이 나, 사막화가 일어나기 전, 우리는 각자의 서식지에서 살았단다. 나는 제주의 바다거북이었고, 네 엄마는 산토끼였지. 어느 날부터 기온상승과 가뭄으로 인해 토지가 건조해지자, 토끼를 포함한 많은 동물들이 바다 근처에 터를 잡기 시작했어. 물에 있던 염류도 육지로 자꾸 빠져나가는 등 많은 문제가 생겼어. 결국 그로 인해 먹이가 없어져서 바다생물들이 육지로 향하기 시작했어. 육지동물들을 만나 육지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웠지. 그런데 점차 비도 점점 내리지 않게 되자, 우리의 몸은 그 기후에 적응하기 위해서 육지 거북의 형태가 되었고, 결국 마땅한 서식지를 찾아 헤매는 동안 사막화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단다."

   "우리가 아마 서식지를 가진 마지막 세대일 거야. 그전까지는 각자의 서식지에서 살았는데 그때부터 모두 사막에서 살아가기 시작했어. 점점 변하는 기후와 토지 때문에 불안해져서 차라리 사막동물로 살아가게 된 거지. 그렇게 사막동물로 살아가면서 한참 후에 알게 된 사실은 결국에는 모든 곳의 사막화가 다 되었다는 거야. 우린 이상하게 생각했지. 이렇게 빠르게 사막화가 될 리가 없다며 말이야. 알고 보니 처음에는 자연에 의해 사막화가 되고 있었는데 나중에는 인간들이 무리하게 농경지를 확장하고 환경오염을 시켜서 이렇게 된 거였어. 인간들에 의해 우리가 살 곳이 없어진다고 생각하자, 동물들은 인간이 적은 곳에 가서 살기로 하고 다 사막으로 몰린 거야. 인간들은 전부 멸종했고,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인간들이 남긴 것들을 바탕으로 살아가기 시작했단다. 그러자, 사회질서가 생기고 모두에게 공통된 목표가 생겨나서 자율성이 사라지기 시작했지. 결국엔 우리도 인간들과 비슷해지기 시작한 거야. 하지만 그걸 멈추기엔 동물들이 너무 많은 걸 알아버렸지. 그렇게 살던 중, 나는 네 엄마를 만났어." 

   이야기를 듣던 오빠가 물었다. "그럼 지금은 모든 곳이 다 사막이고 물이 있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는 말이에요?" 아빠가 잠시 생각해 보더니 말했다. "물이 있는 곳은 사막의 오아시스, 그리고 인간들이 남겨둔 저수지에 지하수가 가득 차 있지. 하지만 거기까지 가다가 그전에 죽은 동물들이 더 많아. 결국 우리는 사막을 벗어나지 못하게 되었어. 나는 내 고향을 잃었지만, 어쩌겠니. 적응하고 살아가야지." 이에 토북이가 말했다. "사막에 나무를 많이 심으면 좀 변하지 않을까요?" 이에 엄마가 고개를 저었다. "안 돼. 그건 힘이 많이 들어가는 작업이고, 우리 같은 작은 동물들이 하기 힘든 일이야. 그런 일들을 할 수 있는 동물과 못 하는 동물로 나뉘어서 서열이 생기고 결과적으로 포식자들과 권력을 잡은 무리들이 생겨난 거야. 그러니 차라리 그럴 바에는 사막에 적응하는 것이 나아. 따지고 싶어도 인간들은 뜨거운 사막의 태양을 이기지 못하고 멸종됐으니... 그래도 이상하지, 가지고 있던 과학기술로 어떻게 살아는 갈 텐데... 왜 다 멸종했는지 몰라. 아마 우리가 모르는 다른 곳에 가 있을지도 몰라. 살아있을지도 모르고. 하여튼 우리가 사는 동안 인간을 보지 못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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