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마지막 말씀
토북이는 문득 자신이 살고 있는 사막 외의 다른 곳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에 부풀었다. 모험을 해보고 싶었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싶었다. 하지만 부모님 말씀을 들어보니 또다시 겁이 났다. 그녀는 일단 그 생각은 보류하기로 했고, 엄마의 다리가 다 나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의사를 데리러 갔다. "항상 고마워요, 부엉이 아저씨, 그리고 의사 선생님." 이에 둘 다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돕고 살아야지, 사막의 경주는 항상 힘드니까." 의사는 엄마의 무릎과 다리를 진찰해 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다 나았네요. 다행입니다. 그래도 무리하시면 재발할 수 있으니 조심하세요." 이에 가족 모두가 기뻐했다. 모두가 동굴 밖을 나서자, 엄마가 삼 남매를 돌아보며 말했다. "얘들아, 이제는 엄마 아빠가 늙어서 더 이상 같이 못 갈 것 같아. 여기서부터는 이제 각자 스스로를 돌봐야 해."
토북이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니에요, 이제는 엄마, 아빠의 경주를 하세요. 저희도 응원할게요. 그동안 너무 고마웠고, 사랑했어요. 언젠가 또 마주치면 어떻게 지내시는지, 아픈 곳은 없는지 다 말씀해주셔야 해요, 아셨죠?" 이에 막내는 눈물을 펑펑 흘리며 말했다. "엄마, 아빠 왜 우리 버려, 가지 마." 토북이는 그런 막내를 잡으며 말했다. "이제 놓아드리자, 그동안 너무 힘드셨잖아. 이제는 언니랑 오빠랑 같이 가는 거야. 우리가 뭉치면 그깟 모래바람쯤이야 이겨낼 수 있어. 너도 이제 다 컸잖아, 그렇지?" 동생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며 마지막으로 엄마 아빠를 껴안았다. 오빠와 토북이도 부모님과 할머니를 안아드리고 작별인사를 했다. 할머니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얘들아, 그동안 경주하느라 수고 많았고, 앞으로의 경주도 이 할미가 응원하마. 앞으로 마주할 결승선이 엄청 많고 험하더라도 마음속에 우리가 항상 함께 한다는 것을 잊지 말거라. 할머니는 살아서도 죽어서도 너희 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무엇보다 결승선에는 최대한 늦게 도착해야 한다. 아주 오래, 엄청 나중에 와라." 이에 토끼가 슬쩍 눈물을 감췄다. 할머니는 마지막으로 거친 숨을 내쉬며 말했다. "사랑한다." 그 말을 끝으로 아주 큰 모래폭풍이 할머니를 데리고 저 멀리로 사라졌다.
할머니의 표정은 그 여느 때보다 밝았다. 모두 할머니의 끝이 다가오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었기에 예상은 했지만 저마다의 눈물은 감출 수 없었다. 막내는 울면서 물었다. "엄마, 할머니는 어디로 가신 거예요?" 이에 엄마는 눈물을 꾹 참으며 말했다. "할머니는 마지막 결승선에 도착하신 거란다. 이제 편하게 쉴 수 있으신 거야. 그러니 할머니를 만나고 싶으면 앞으로 나아가야겠지?" 이에 거북이가 덧붙였다. "우리는 이제 각자의 방법으로 경주를 이어 나가야 해. 할머니의 경주는 끝났지만 우리들의 경주는 아직 남았잖니. 가다가 쉬어도 되고, 남들보다 늦어도 되지만, 나아가는 걸 잊으면 안 돼. 그리고 너무 빨리 달리지는 마라. 결승선까지는 아주 긴 시간이 있으니." 이에 오빠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막내는 손을 흔들며 미소를 지었다. "엄마, 아빠, 안녕. 이제 행복하게 하고 싶은 거 하면서 경주 즐겨요. 저는 언니랑 오빠랑 잘 나아갈게요." 부모님은 눈물을 머금은 미소로 손을 흔들어 주었다. 점점 멀어지면서 막내는 끊임없이 뒤를 돌아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