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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도리 Dec 30. 2024

토북이 이야기(30)

각자의 길로 경주를 하다

  부모님과 헤어진 삼 남매는 할머니의 죽음에 저마다 대성통곡을 했다. 토북이와 오빠는 부모님과 헤어진 것도 슬펐지만 언젠가는 다시 만날 것이란 확신이 있었기에 눈물을 닦았다. 할머니를 보고 싶었지만 할머니가 있는 곳에는 갈 수 없었다. 할머니의 유언대로 결승선에는 최대한 늦게, 힘들지만 행복한 경주를 오랫동안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삼 남매는 서로를 응원하며 같이 앞으로 나아갔다. 오랜 시간이 흘러 이제 각자의 길을 가야 할 때가 오자, 그들은 각자 다 느끼고 있었다. 작별을 고해야 할 때가 왔다는 것을 말이다. 오빠가 먼저 입을 열었다. "얘들아, 오빠는 이제 또 다른 결승선을 향해 나아간다, 몸 조심하고, 좋은 경주 해라." 이에 토북이가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알았어, 오빠도 좋은 경주 해. 항상 응원할게. 가끔 마주치면 안부 꼭 말해줘야 해." 막내는 울면서 손을 흔들었다. "잘 가. 모래에 박혀있지 말고." 이에 토북이와 오빠가 웃으며 막내를 달래주었다. 오빠가 가고 나서, 토북이가 막내를 돌아보며 말했다. "진짜 시간 빨리 간다. 네가 벌써 성체라니... 떼쓰고 모래바람맞고 다시 돌아온 게 엊그제 같은데." 막내가 볼멘소리를 냈다. "아니 언니는 꼭 그런 것만 기억하더라."  토북이가 웃으며 말했다. "언니가 그때 너한테 해줬던 말들 기억나지?" 이에 막내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 당연하지. 그때만 말한 게 아니고 계속 말하면서 갔잖아. 귀에서 피나는 줄 알았네. 한 번만 말해줘도 알아듣는데 나 이제 그거 다 외울 정도라니까." 이를 바라보던 토북이가 중얼거렸다. "아니다, 너는 진짜 걱정이 안 된다. 알아서 잘 갈 것 같다." 막내는 언니를 꼭 안아주며 말했다. "계속 울고 있지 말고, 멈춰서도 다시 일어나서 가고, 작은 결승선 만들면서 큰 결승선 건너는 것도 잊지 말고, 나 만나면 꼭 안부 전해야 해!!" 잔소리를 그대로 돌려받은 토북이는 크게 웃으며 말했다. "진짜 다 외웠네. 너도 이제는 너만의 경주를 하러 가라. 항상 응원한다. 모래바람이 오면 등딱지 안으로 잘 들어가서 몸을 맡기는 거 잊지 마!! 네가 버틸 정도가 아니면 그렇게 하란 소리지. 맨날 그래라는 건 아니다, 알지?" 막내는 몸을 부르르 떨며 말했다. "끝까지 잔소리! 으... 알았다고!!" 막내는 멈춰 서서 자신의 등딱지 안에 있는 것들을 꺼내 토북이에게 주었다. "이거 내가 만든 화장품인데 절반 준다. 아껴 써!! 이거 한정판이야!!" 이에 토북이는 빵 터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많이 컸는데! 브랜드도 있네?" 나무통에는 오빠가 새겨준 걸로 보이는 이름이 있었다. 동생을 보내고 난 뒤, 토북이는 나무통을 바라보았다. 

   '토북이' 세 글자가 박혀 있었다. 그리고 세 마리의 토북이가 새겨져 있었다.  토북이는 그 통을 조심스레 쓰다듬으며 자신의 등딱지 안에다 넣고 자신만의 경주를 이어갔다. '모래바람이 불 때도, 힘들어서 쉴 때도, 남보다 느릴 때도, 빠를 때도,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 나아가기.' 그녀는 중간에 할머니의 묘소를 들러서 세워져 있는 할머니의 등딱지를 끌어안았다. 모래폭풍이 할머니를 데려갈 때, 할머니의 등딱지는 가족들 앞에 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머니의 얼굴에는 두려움 한 치, 미련 한 치 남아있지 않았다. "할머니, 저 꼭 지켜봐 주세요. 저 꼭 제 속도로 완주하고 말 거니까요, 그것도 엄청 행복하게 경주를 즐기면서 완주할 거예요. 할머니가 가르쳐준 대로 말이에요. 그러니까, 편하게 쉬세요. 모두가 다 괜찮을 거니까." 그 후, 눈물을 닦고 다시 길을 나선 토북이는 등에 핀 선인장 꽃을 휘날리며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기어갔다. 선인장 꽃잎들이 날리며 토북이의 곁을 한 바퀴 돌더니 멀리 날아갔다. 


* 참고 도서 : 토끼와 거북이 (전래동화), 동물농장 - 조지오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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