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에게 필요한 오아시스
한편, 아이들을 보내고 뒤에서 천천히 따라가던 어른들은 수다를 떨며 오랜만의 재회에 행복함을 누리고 있었다. 할머니는 엄마에게 진심으로 사과했다. "토끼야, 엄마가 미안하다.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큰 결승선을 향해서만 가야 한다고 끊임없이 말해서. 지금 너를 보니 행복하지 않아 보이는구나." 이에 토끼가 말했다. "아니, 엄마. 뭘 새삼스럽게 사과를 하고 그래. 다 지나간 일이에요. 마음에 담아두지 마세요. 뭐, 나도 엄마 말 들어서 손해 본 거 별로 없어요. 애들 아빠랑 결혼하고 나서 애들 보호하고 등 떠밀어주고 이런 거, 엄마가 가르쳐준 그 마인드 아니면 못해요. 내가 작은 결승선에만 신경 썼으면 이런 가정도 못 가졌어요." 이에 할머니가 미안한 표정을 짓자, 아빠도 말했다. "그래요, 장모님. 훌륭하게 따님을 키워주셔서 제가 이렇게 복 받은 남편이잖아요." 이에 할머니가 아빠를 살짝 툭 치며 말했다. "자네도 참." 할머니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너네들 얼굴 보니까 너무 좋네. 열심히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너네도 너네 인생을 살아. 자식들 돌보느라고 얼굴이 많이도 상했다."
이에 토끼가 웃으며 말했다. "이게 우리 인생이에요. 만족하고 있어, 엄마. 걱정하지 마. 엄마야말로 이 먼 길을 어떻게 온 거예요. 힘들었을 텐데. 우리가 진작 찾아야 했는데, 미안해." 할머니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너네는 엄청 바빴잖아. 저렇게 훌륭하게 새끼들 키워내느라. 나는 나아가다 마지막으로 돌아와서 하고 싶은 게 너네 만나는 거였다. 결승선의 끝을 이제 곧 보게 될 것 같아." 이에 토끼와 거북이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거북이의 눈시울이 살짝 붉어졌다. "아니, 장모님, 그게 무슨 소립니까. 이렇게 정정하신데 왜 그런 말씀을 하세요. 저희가 끝까지 옆에 있을 건데요." 할머니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무슨, 너네는 이제 너네 노후 준비도 해야지. 경주가 아직 많이 남았잖아." 무거워진 분위기에 거북이가 말했다. "저희 조금만 쉬었다 가요." 토끼는 울먹이며 말했다. "뭐야, 엄마 그 말하려고 온 거야? 도대체 왜. 엄마로서 나한테 해준 것도 없잖아. 그거 다 해주고 가요. 난 아직 엄마가 필요하단 말이야." 거북이는 아이처럼 엉엉 우는 토끼를 달래며 말했다. "여보, 저기 봐. 오아시스야." 토끼와 할머니가 거북이가 가리키는 곳을 보니 오아시스가 있었다. 그들은 서둘러 오아시스로 가 몸을 담갔다.
할머니가 웃으며 말했다. "아이고, 이것아. 울면 화장 다 지워진다." 토끼는 오아시스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았다. 비록 눈물에 조금 지워졌지만 막내가 해준 화장 덕인지 그녀의 얼굴은 전보다 훨씬 생기 있고 우아해 보였다. 그녀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우리, 막내. 이런 재주가 있었네." 이에 할머니가 말했다. "너 기억 안 나냐. 옛날에 네가 네 친구들 화장해 준다고 다 불러 모아가지고 예쁘게 꾸며줬는데 그 애들 엄마 아빠가 나타나가지고서는 결승선 향해 뛰어가도 모자랄 판에 꾸밀 시간이 있냐고 하도 떠들어대서 내가 한 마디 했잖아." 이에 토끼가 웃으며 말했다. "아직도 기억나. 엄마가 그때 이랬잖아. '누가 우리 귀한 딸한테 이래라, 저래라야! 댁들 자식들이 조금이라도 빨리 간다고 먼저 다다를 것 같아!? 너무 빨리 가면 돌부리에 넘어져 코 깨진다니까!'" 이에 거북이와 할머니가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그렇게 한 동안 오아시스에 몸을 담그며 셋은 눈을 지그시 감았다. "아~시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