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V.I.P. 룸'에는 누가 앉아 있나요?
"누구를 V.I.P.로 대우해야 할까?" 우리는 관계를 쌓아 나가는 과정에서 이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며 고민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은 생각보다 막대한 비용을 청구합니다. 시간과 돈이라는 물리적인 에너지는 물론이고, 감정적인 에너지의 소모 또한 상당히 크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관계에는 반드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종종 밖에서는 '호인'이라 불리며 훌륭한 인간관계를 맺지만, 집에 들어와서는 가족들과 전혀 라포(Rapport)를 형성하지 못하는 경우를 봅니다. 반대로 집안에서는 훌륭한 가장이지만, 사회에서는 고립된 경우도 있죠. 이런 불상사는 대부분 자신의 한정된 에너지를 어디에, 얼마나 써야 할지 모르는 '배분의 실패'에서 비롯됩니다.
솔직해져 봅시다. 우리는 신이 아닙니다. 인간에게 주어진 시간과 감정 에너지는 명확한 한계가 있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크기의 미소와 친절을 베푸는 것은 불가능하며, 그것은 전략적으로도 옳지 않습니다.
우리는 많은 힘을 쏟을 사람과, 그렇지 않을 사람을 가르고, 서로 다른 수준의 에너지를 투입하려는 결단이 필요합니다. 혹자는 "사람을 급을 나누는 것이냐"며 불편해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차별이 아니라, 소중한 관계를 지키기 위한 '생존 전략'입니다.
관계의 에너지를 배분하는 핵심 원리는 간단합니다. "이미 안정적인 관계에는 에너지 투입이 자연스럽게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것은 안정적인 관계를 당연시하거나 무시하라는 뜻이 결코 아닙니다. 신뢰가 단단하게 쌓인 관계는, 내가 매분 매초 연락하고 확인하지 않아도, 내가 잠시 다른 곳에 시선을 두어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 '단단한 믿음' 덕분에 우리는 그 관계를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막대한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절약된 에너지를, '당장 라포를 쌓고 집중해야 하는 새로운 관계'나 '지금 내 인생에 중요한 관계'에 쏟아부어야 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확장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되는 전략입니다.
가장 쉬운 예로, 당신이 연애를 하고 싶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형성해나가는 시기라고 가정해 봅시다.
그런데 습관처럼 매일 기존에 만나던 친구들을 만나고, 그들과의 관계 유지에 똑같은 시간을 쏟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과연 새로운 사람과의 썸이, 연애가 자연스럽게 발전할 수 있을까요? 아마 굉장히 어려울 것입니다. 새로운 관계는 초기에 막대한 '초기 투자 비용(에너지)'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정말 안정적으로 발전한 깊은 인간관계라면, 당신의 에너지가 잠시 연애라는 새로운 곳에 머무는 것을 충분히 이해해 줄 것입니다. "요즘 왜 이렇게 얼굴 보기 힘드냐"라고 투정할 수는 있어도, 당신의 부재를 비난하거나 관계를 끊으려 하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만약 누군가가 그 상황에서 "우정보다 사랑이냐"며 당신의 앞길을 막아선다면, 그리고 그 이유가 타당하지 않다면, 냉정하게 생각해 봐야 합니다. 그것은 우정이 아니라 일종의 '집착'일 수 있습니다. 그 사람과의 관계를 재편성(Restructuring)하는 상황도 고려해 봐야 합니다.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조건 오래된 사람'이 아닙니다. '지금 내 인생의 시기에 필요한 사람인가', 그리고 '나의 투입(Input)을 이 사람이 알아주는가'입니다.
이 기준을 가지고 자원을 투입해야, 원하는 관계를 형성하고 틀어지지 않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기억하세요. 오래되고 안정된 관계라면, 그 관계를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에너지는 현저하게 줄어들어야 정상입니다. 마치 잘 관리된 기계가 적은 연료로도 부드럽게 돌아가는 것처럼 말이죠.
만약 당신이 지속적으로 유지해 온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관계를 유지하는 데 지나치게 많은 에너지와 감정 소모가 필요하다면? 상대의 눈치를 계속 봐야 하고, 끊임없이 나를 증명해야 한다면?
그것은 '오래된 관계'가 아닙니다. 그것은 '이미 위태로운 관계'이거나, 애초에 '한 번도 안정된 적이 없는, 시작 단계와 깊이에 차이가 없는 관계'일 뿐입니다.
당신의 V.I.P. 룸에는 누가 앉아 있나요? 혹시 V.I.P. 자격이 없는 사람에게 최고급 서비스를 제공하느라, 진짜 소중한 사람들을 문밖에 세워두고 있지는 않나요? 이제 당신의 관계 장부를 펼쳐, 에너지의 흐름을 다시 설계할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