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내 인생의 결정을 남 눈치 보고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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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서로 다르기에 끌리는 남녀, 연애와 이별
대한민국에서의 결혼은 참으로 복잡하다.
남자는 집을 해와야 하며 여자를 가전, 가구를 해야 하고 직업은 어떤 직업이었으면 좋겠고 어느 정도의 집안 배경이길 바라며... 결혼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자신의 가정을 꾸리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목적이 되어야 하는데 마치 비즈니스가 되고 있다. 나를 낳고 키워준 부모님이 너는 이런 사람과 결혼했으면 좋겠다 너는 이런 사람과는 결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니 자식도 자신을 낳아주고 키워준 부모님의 말씀을 듣지 않을 수 없고 듣지 않으면 불효하는 것 같아 결혼할 나이가 되면 혹은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 생겨도 머리가 아파지기 시작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도 이 사람의 능력과 수입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친구들이나 주변 사람들의 시선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래저래 생각할게 많다 보니 마음으로 결혼하는 것이 아니라 머리를 굴리게 된다. 쉽게 말해 계산적이다. 남자건 여자건 마찬가지다. 조건을 많이 생각하다 보니 '결혼 정보회사'라는 중계업체도 있으며 이곳에선 원하는 조건을 맞춰 만남을 주선한다.
부모세대는 자신들이 워낙 어렵게 시작했으니 내 자식은 좀 편하게 결혼생활을 했으면 하는 바람은 일 것이다. 그러나 부모님이 볼 수 있는 그 상대의 모습은 결혼 전의 보이는 그 사람이 가진 조건 혹은 잠시 보이는 겉모습들 뿐이다. 결혼생활까지 부모가 해주는가? 결혼생활은 결국 자식인 본인이 해야 한다. 부모님이 원해서 한 결혼이 모두 다 행복할까? 주변에 부모님이 원해서 한 결혼이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을 수없이 보았다. 결혼한 지 6개월 만에 각방 쓰는 부부도 있었다.
친구나 지인들의 시선도 마찬가지다.
내가 이 사람과 결혼했을 때 친구들 앞에서 자랑할 정도로 괜찮은 사람 혹은 부끄럽지는 않을 정도로 괜찮은 사람과 결혼해야 된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다. 내가 살아야 될 삶에 남의 시선을 신경 쓴다. 남자 친구의 키가 좀 작으면 어떻고 여자 친구의 외모가 조금 못나면 어떤가. 내가 행복하게 살면 그만인 것을.
들은 이야기이다.
부모님의 소개로 건물주의 아들을 만났다.
건물이 있다 보니 일하지 않고도 평생 먹고 살만큼 수입이 있었고 그 수입이 꽤나 많아 고급차를 타고 다니고 매번 비싼 음식점들만 다녔다. 명품 가방을 몇 개나 선물해주는 등 경제적으로 자신에게 완벽했고 친구들도 너무 부러워했다. 그의 경제력이 워낙 탄탄하다 보니 무엇보다 부모님이 너무 좋아하셔서 순탄하게 결혼에 골인했다. 그런데 막상 결혼을 하고 보니 사람이 너무 게을렀다. 수입은 가만히 앉아 있어도 계속 들어오니 돈을 쓸 줄만 알았고 일을 굳이 따로 할 필요도 없고 해 본 적도 없으니 집에서는 매일 뒹굴거리고 놀러 나가기 바빴다. 아이가 태어났지만 육아할 생각은 전혀 없다. 결혼해서도 총각인 양 행세하고 돌아다닌다. 경제적으로는 풍족했으나 마음은 외롭고 몸은 힘들었다. 부모님에게 하소연해도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테니 조금만 이해하고 살아라고 한다.
이것이 행복인가?
다른 이가 봤을 땐 배부른 소리 한다고 할지도 모른다. 경제적으로 풍족한데 도대체 뭐가 힘드냐고 할 수도 있다. 본인이 겪지 않고서는 모른다. 당사자는 외롭고 힘들다. 아무도 이해를 해주지 않으니 더 힘들다. 부모님마저도 참고 살아라고 하니 기댈 곳이 없다.
결혼식은 어떤가.
최대한 성대하고 화려하게 해야 다른 사람 눈에 체면이 선다. 결혼식을 어떻게 하느냐를 양가집에서 의견이 맞지 않아 파혼하는 경우도 보았다. 이것이 정말 자식을 위한 결혼식인가 부모를 위한 결혼식인가. 결혼식은 고작 20분, 길어야 1시간 정도다. 그 시간을 위해 우리는 어마어마한 시간과 돈을 투자한다. 지나고 나면 이런 말들을 많이 한다.
결혼식에 썼던 그 돈 아껴서 투자나 할걸.
필자는 가장 먼저 결혼한 친구의 결혼식에 갔다 큰 충격을 받았다.
단체사진을 찍고 나니 결혼식장 측에서는 다음 결혼식 준비를 해야 하니 빨리 나가라고 했다. 겨우 20분 동안 진행된 결혼식에 신랑 입장, 신부 입장, 주례사, 축가, 부모님께 큰절, 신랑 신부 퇴장 그리고 단체사진. 결혼식이라기보다 공장에서 찍어내는 듯한 형식적인 느낌이었다. 훗날 국제결혼을 한 친구가 배우자의 국가에 가서 진행한 결혼식 영상과 사진을 보았다. 온 가족과 친구 그리고 지인들이 모여 낮부터 밤이 새도록 축하해주고 술을 마시고 춤을 추며 파티를 했다. 그런 결혼식을 한 당사자조차 한국에서 보지 못한 결혼식이지만 너무 즐겁고 잊을 수 없는 결혼식이었다고 했다.
최근 SNS에 돌고 있는 결혼식 영상들을 보면 신랑, 신부가 등장할 때나 퇴장할 때 혹은 축가를 부를 때 특별한 퍼포먼스를 보이기도 한다. 그런 영상들을 보면 참 재밌고 기억에 남는 결혼식이겠다 싶다. 예전 같으면 '어른들도 많이 계시는데...'라는 생각으로 튀는 행동을 삼가하려고 했겠지만 요즘은 그래도 결혼식 속에 그들만의 특별한 이벤트가 참 재미나기도 하다.
또, 스몰 웨딩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배우 원빈과 이나영도 스몰웨딩으로 강원도의 한 시골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톱스타들의 결혼식이었기에 화려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스몰웨딩이었기에 더 주목받았다.
모든 국가마다 결혼식 문화는 다르다.
우리의 결혼식 문화가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의 결혼식 문화가 정말 신랑, 신부 두 사람을 위한 결혼식인지, 다른 이들에게 보이기 위한 결혼식인지는 생각해볼 법하다.
우리는 왜 이렇게 타인의 눈을 의식하는 것인가?
남과 다르면 안 될 이유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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