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일상으로의 초대

by 세잎


2년간의 짝사랑, 4년간의 연애, 1년간의 결혼 셀프 준비기


그 시간들을 지나 우리는 드디어 "딴 딴딴 따~ 딴 딴딴 따~" 웨딩마치를 울리게 되었다. 드레스와 턱시도 역시 직접 이곳저곳 알아보고 찾아다니며 정하게 된 애정 담긴 옷들이었다. 드레스는 발품 팔아 찾게 된 성남의 작은 셀프드레스샵에서 대여하게 되었다. 발에 땀나게 찾아다닌 보상이었을까. 때마침 대표님께서 갓 새로 만드신 드레스를 셀프드레스샵답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대여하게 해 주셨고, 아무도 입지 않은 새 드레스를 처음으로 입게 되는 영광을 얻게 되었다. 그리고 웨딩홀 포토테이블에는 1년간 셀프로 찍어왔던 우리의 셀프웨딩 사진들을 직접 인화해서 한 장 한 장 올려놓았다.


하나하나 우리의 손으로 만들어간 결혼, 결혼식이어서 그랬을까. 새벽 5시부터 시작된 메이크업에도 불구하고 신랑인 그와 나는 한순간도 힘들다 느끼지 않았고, 결혼식이 끝나고 이동하는 차 안에서 둘 다 함박웃음을 띄며 이렇게 말했었다.


오늘이 내 인생 가장 즐겁고 행복한 하루였어요.




결혼식을 마치고 불현듯 우리의 지난 시간들과 추억들이 스쳐 지나갔다.


인사만 주고받던 잘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서 호감이 생기던 날들

서로의 단점이 아닌 서로의 장점이 더 먼저 보이기 시작한 날들

상대로 인해 나를 되돌아보고 함께 성장하게 된 날들

기다림의 시간 동안 연인에서 예비부부로 성숙해져 갔던 날들


우리는 사실 매우 평범했다. 장거리연애도 아니었으며,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는 힘든 사랑도 아니었다. 아주 지극히 평범하고도 평범한 연애를 했다. 다만 그 평범함을 우리 스스로 특별하다 여겼을 뿐이었다.


자칫 평범함과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어버릴 수도 있던 그 시간들을 우리는 평범하게 놔두지 않았다. 우리의 평범한 하루하루를 특별하게 여기고 서로를 특별하게 여기며 결혼까지 이르게 되었다. 나 자신이 특별한 사람이 될 수 있게 해 준 서로에게 늘 고마워하며 사랑했다.


그는 나를 위해 별도 달도 따줄 것처럼 한없이 헌신적이고 한없이 다정했으며, 나는 그의 그 모든 애정을 단 한순간도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하루하루 고마움을 표현하고 어제보다 오늘 더 사랑했다.




연애 어느 때부턴가 우리는 서로의 핸드폰에 "꽃"과 "나무"로 저장되어 있었다. 책을 좋아하고 시를 좋아하는 우리가 함께 인상적으로 읽게 된 시 때문이었을까. 이수동 시인의 <동행>이라는 시를 읽고 그때부터 서로의 명칭이 꽃과 나무로 저장되었던 것 같다.


꽃 같은 그대
나무 같은 나를 믿고 길을 나서자.
그대는 꽃이라서
10년이면 10번은 변하겠지만
나는 나무 같아서
그 10년, 내 속에 둥근 나이테로만 남기고 말겠다.

타는 가슴이야 내가 알아서 할 테니
길 가는 동안 내가 지치지 않게
그대의 꽃향기 잃지 않으면 고맙겠다.
- 이수동, <동행>


어찌 생각하면 굉장히 오글거리는 서로의 명칭(?)이었지만 그것이 주는 의미를 늘 생각해서인지 그는 매일같이 나를 꽃처럼 바라봐주고 나 역시 그를 나무처럼 든든하게 바라보게 되었다.


연애기간 내내, 그리고 결혼하여 함께 부부로 살아가는 지금도 여전히 우리의 핸드폰에 저장된 서로의 이름은 꽃과 나무이다. 나는 그의 꽃, 그는 나의 나무.




남편은 연애 때부터 지금까지 故신해철 가수의 <일상으로의 초대>라는 노래를 나에게 자주 불러주곤 한다.


내게로 와 줘
내 생활 속으로
너와 같이 함께라면 모든 게 새로울 거야

매일 똑같은 일상이지만
너와 같이 함께라면
모든 게 달라질 거야

(중략)

해가 저물면
둘이 나란히 지친 몸을 서로에 기대며
그날의 일과 주변일들을 얘기하다 조용히 잠들고 싶어
- 故신해철, <일상으로의 초대>


남편을 통해 처음 알게 된 노래였는데 처음 들었을 때부터 가사 하나하나가 마음에 와닿았었다. 결혼이란, 서로가 서로에게 변함없기를 혹은 더욱 새로워지길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한다. 그저 똑같이 평범한 일상이지만 서로가 함께한다는 이유로 저절로 새로워지는 그런 일상, 그게 바로 결혼으로 인해 함께 만들어가는 가정이지 않을까.


특별한 일과와 특별한 이벤트 없이도 서로 하루 일을 조잘대며 이야기하다 잠드는 그런 일상. 서로의 일상에 서로가 초대되어, 함께함에 감사함을 느끼는 그런 일상.


그것이 우리가 꿈꾸던 결혼이고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우리 부부의 일상이다.




커다란 책가방을 메고 공부만 하던 고지식한 고시생이었던 나,

작은 키를 가졌지만 마음은 어느 누구보다 큰 나만의 키 작은 키다리아저씨였던 그.


그렇게 우리는 지금도 여전히 서로를 존중하고, 서로를 통해 배우고, 서로가 함께 웃으며 살아간다. 이제는 처녀 총각이 아닌 한 아이의 엄마와 아빠가 되어 간혹 육아에 지칠 날들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서로에게 꽃이자 나무로 남아있다. 찬란했던 날들 찬란했던 우리의 모습을 잃지 않은 채.



오늘도 우리는 서로에게 일상을 말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오늘도 고생했어요. 고마워요. 사랑해요.






숨 가쁘게 지나가는 날들 가운데, 오늘의 찬란함을 잊지 않고 기억하기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서로의 빛남을 잊지 않고 바라보며 여전히 찬란하게 사랑을 고백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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