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잎 Jul 06. 2024

<에필로그> 교사는 학생들의 스타이다.

<복직 교사의 가르칠 준비> 연재를 이번화를 마지막으로 마무리하려 한다.


2년간의 휴직 기간 동안 가지고 있던 복직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설렘을 달래고자 글을 쓰기 시작했다. 복직을 코앞에 두고는 초임의 마음가짐으로 정말 "잘 해내고 싶은" 마음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끝마치려 했던 짧은 글들이 이미 새 학기가 시작되고도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졌다. 만 1세 갓난아기를 키워가며 졸린 눈을 비비면서 수업과 학급경영을 준비하다 보니 어느덧 두 계절이 지나 한 학기의 끝인 여름방학이 다가왔다.




여전히 교직은 두려운 공간이다.


여전히 학교는 사건 사고가 많이 일어나는 사회의 축소판이고, 여러 인간 군상들이 모여 그 안에서 수많은 이해관계와 갈등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곳이다.


그리고 여전히 사람들은 말한다.

가르칠 용기가 있는 자만이 교직에 설 수 있다고.

(물론 정말 제대로 가르칠 수 있는 참교사라는 전제하에)


가르칠 용기를 가지고, 가르칠 준비를 하고 그 자리에 다시 섰더니 그래도 이전과 달라진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학생들의 행동과 말에 일희일비하고 상처받던 어린 초임교사였던 나는, 이제 더 이상 상처받지 않는다. 학생들은 내가 준 만큼의 사랑을 나에게 돌려주지 못한다. 그 사실을 인정하게 되고 더 이상 상처받지 않는다.


상처받을지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넘치게 사랑을 줄 준비가 되었다. 내 마음 그릇에 넘치게 사랑을 채워놓고 기꺼이 흘려보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흘려보냈기에 다시 돌려 담을 수 없음을, 알아서 흘러간 사랑은 언젠가 어디에선가 분명 필요한 누군가에게 닿을 것임을 안다. 그렇기에 교사인 나는 상처받을지언정 사랑 주는 것을 멈출 수 없다. 




어른이라고 다 똑같은 어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교사를 생각하면 어린 학생들과의 관계만 생각하기 쉽지만 학생들만큼이나 많은 시간을 동료교사, 학부모님들과의 관계에 쓰게 된다.  


이제 나는 더 이상 비상식적인 교사, 비상식적인 학부모님들의 언행에 당황하는 나약한 교사가 아니다.  학교에서 만난 비상식적인 어른 덕분에 진정한 어른, 진정한 부모, 진정한 선생님은 어떠해야 하는가를 명확하게 알게 되었다.




교사는 학생들의 스타라는 것, 교사의 존재 이유를 알게 되었다. 교사는 누군가의 별이자 빛이 되어주어야 한다. 나 자신이 빛나기 위함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 나의 학생들을 비춰주기 위해서.


<시를 잊은 그대에게>라는 책에서 인상적인 문구를 읽었다.

스타가 스타인 것은 많은 이가 우러러 보아서가 아니다.
저 한 몸으로 많은 이를 비춰 주기 때문에 스타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부모는 자식들의 스타가 되어야 하고,
선생님은 학생들의 스타가 되어야 하며,
의사는 환자들의 스타가 되어야 한다.
 
-<시를 잊은 그대에게> 중에서
<시를 잊은 그대에게> 중에서


학생들이 우러러보는 존경하는 선생님.

한때 나도 그런 선생님이 되었으면 했다. 모두가 날 우러러보고 존경했으면 했다. 이제는 단순히 교사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우러러보는 것은 의미 없다는 것을 안다.


'학생들이 날 우러러 봐주길 바라기 이전에 나는 그럴 자격이 있는 교사인가.'


단순히 높이 있는 위치 때문에 날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학생들을 비춰주었기에 학생들은 그 빛을 보기 위해 고개를 드는 것이다. 학생들을 향해 끊임없이 내뿜는 그 빛을 보기 위해 교사인 날 바라볼 수 있었으면 한다. 그리고 교사가 내뿜는 빛을 통해 어둠 속에 가려져 있던 학생들이 한 명 한 명 자신만의 빛을 비추며 반짝반짝 빛나기를 바란다.


교사는 많은 순간 학생들 앞에서 지도하는 사람이지만, 사실 교사의 진짜 자리는 앞에서 내세워지는 자리가 아니라 뒤에서 뒷받침해 주는 자리이다.


교과교서로서, 본인의 지식을 뽐내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지식이 빛날 수 있게 최선을 다해 연구하며 배움을 멈추지 않아야 하고,

학급담임으로서, 본인이 인정받기 위해 학급경영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 스스로가 인정받는 개개인이 될 수 있도록 뒤에서 끊임없이 그들을 비춰주어야 한다.


그렇게 교사는, 그렇게 우리는,

어두운 밤하늘을 비춰주기 위해 끊임없이 본인을 불태우는 빛과 같은 존재인 "스타"인 것이다.




더 많은 교사들이 응원받기를 바라고, 위로받기를 바란다. 


내 한 몸 빛나기도 어려운데 다른 이들까지 비춰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수많은 동료 교사들이 얼마나 뒤에서 자신을 불태우며 학생들을 비추고 있는지, 자신의 아픔은 뒤로한 채 학생들의 아픔을 보듬아 주고 있는지, 많은 이들이 알았으면 한다.


나 역시 이제야 빛을 비추기 시작한 작은 빛의 교사이지만 내 앞에 앞서간 많은 선배 '스타'교사들을 따라 학생들의 스타가 되고자 한다. 교직 생활동안 빛이 꺼져갈 수 있는 어려운 순간들을 맞닥뜨릴 수 있지만 그때마다 자신만의 빛을 피워낸 수많은 제자들을 생각하리라.


스스로 빛이 되어 어디서나 빛나는 진정한 스타가 된 학생들을 바라보며 훗날 흐뭇하게 웃고 있을 나를 생각해 본다.



언제 어디서나 반짝반짝 빛나고 있을 나의 학생들,

오늘도 남몰래 자신의 힘듦은 뒤로한 채 학생들을 비추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선생님들,

빛나는 그 모두를 기억하고 응원하며 이 글을 마친다.


사진: Unsplash의Klemen Vrankar


이전 20화 <학급경영> 타인의 시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