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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잎 May 26. 2024

<학급경영> 나는 당신의 수호천사입니다.

마니또 행사

학급 담임을 하다 보면 학기당 1회, 연 2회 정도 마니또 행사를 진행하곤 한다.


올해는 2주 전 올해의 첫 번째 마니또 행사를 시작했고 우리 반 학생들은 2주 동안 서로의 마니또가 되어 선행을 실천하기로 했다.




우리 학급의 마니또행사에는 약간의 특이점이 있다.


첫 번째, 한 명을 위한 마니또가 아닌 두 명을 위한 마니또가 될 것.


마니또 뽑기 종이에는 내가 수호천사가 되어주어야 하는 2명의 이름이 적혀있는데, 한 명은 같은 반 친구의 이름, 다른 한 명은 교과선생님의 이름이 적혀있다. 반친구와 교과선생님, 2명에게 선행을 하는 것이다.


마니또 활동을 하면서 학생들이 서로가 친해지는 것도 목적이지만, 5월 15일 스승의 날을 맞이해 교과선생님들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했으면 하는 마음에 1학기 마니또 행사에는 꼭 교과선생님도 포함시킨다.


학생들은 처음에는 교과선생님도 뽑아야 한다는 이야기에 부담스럽다는 표정을 내비치기도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이내 친구보다도 더욱 열성으로 교과선생님들을 챙기곤 한다.


마니또 미션지

학급에는 마니또 편지함을 교탁에 준비해 두고 편지함을 이용해 마니또 활동을 할 수 있게끔 했다. 종례시간에 가보면 조회시간에 텅 비어있던 편지함이 어느새 주인을 기다리는 쪽지들로 가득 차 있곤 했다.


물론 이 편지함에는 교과선생님들께 쓴 쪽지들도 있어서 생각지 못한 편지를 받으신 선생님들은 하나같이 놀라신다. 마니또 편지를 받고 행복해하시는 교과선생님들의 표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담임으로서 매우 뿌듯해진다.  


두 번째, 본인들을 향한 서프라이즈 비밀 마니또가 존재한다는 것.


열심히 친구와 교과선생님들을 위해 마니또가 되어주는 학생들을 위해 비밀 마니또를 만들어준다. 바로, 학생들의 부모님이다. 부모님들께 학급의 마니또 행사를 알리고, 다른 이들을 위해 선행을 하고 있는 학생들을 위해 부모님들께서 자녀들의 비밀 마니또가 되어주십사 부탁 메시지를 보냈다.


비밀 마니또 역시 마니또 활동을 해야 하는데, 부모님들께 아래 3가지 내용을 문자로 회신해 달라고 부탁드렸다.


1. 자녀의 장점

2. 부모님에게 ~~ 란? (부모님에게 자녀는 어떤 존재)

3. 응원의 한마디   


중학교 3학년이면 이미 사춘기가 지나갔을 수도 있지만 많은 학생들이 부모님과 서먹서먹해지는 시기를 지나고 있을 수 있다. 따뜻한 말한마디 해주고 싶어도 서로 그러지 못하는 순간들이 많을 것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부모님이 자녀들에게 그동안 해주고 싶었던 말을 전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리고, 학생들에게도 부모님의 마음을 알게 해주고 싶었다. 다른 누구보다 부모님의 응원을 받으며 자존감도 높아지게 해 주면서 말이다.


부모님이 적어주신 장점은 서로의 장점을 적어주는 "장점 DAY"날, 마치 친구가 적어서 준 것처럼 학생들이 적은 장점 밑에 덧붙여 같이 전달을 해주었다.





부모님께서 적어주신 응원의 한마디와, 부모님에게 자녀는 어떤 존재인지 적은 내용은 마니또 발표날 서프라이즈로 학생들에게 나눠주기로 했다.

월요일, 2주간의 마니또 활동이 끝나고 마니또를 발표하기로 했다. 마지막 선행활동인 편지를 적고, 마지막 편지에 본인의 이름을 적어서 상대방에게 나눠주면서 마니또를 알게 된다. 그리고 그때에 부모님의 서프라이즈 쪽지도 같이 전해줄 예정이다.


이번 마니또 활동으로 베스트 마니또를 뽑고 베스트 마니또에게는 혜택을 주기로 했다. 하지만 학생들이 단순히 이 혜택만을 위해 마니또 활동을 열심히 하길 바라진 않는다. 처음에는 그 보상을 얻기 위해 마니또 활동을 열심히 시작했을지언정 마니또 활동의 끝에는 모두가 "받는 행복과 주는 기쁨"을 얻어갔으면 한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2주간의 마니또 기간 동안 학생들 모두가 "사랑받을 만한 존재"임을 알았으면 한다.

그리고 "사랑을 주는 기쁨"을 알았으면 한다.




마니또 기간 동안 학급 칠판에 선행과 관련된 글귀,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따뜻한 대사들을 적어 놓았었다.


인생은 짧아서
우리와 함께 여행하는 이들의 마음을
기쁘게 해 줄 시간이 별로 없다.
지체 없이 사랑하고 서둘러 친절하라.


친구에게든, 선생님에게든, 부모나 가족에게든, 나의 학생들이 지체 없이 사랑하고 서둘러 친절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본인들도 그 사랑과 친절을 되돌려 받았으면 좋겠다. 아니, 혹 똑같은 사람들에게 똑같이 되돌려 받지 못할지언정 그저 남을 기쁘게 해 주었다고, 그걸로 되었다고 만족했으면 좋겠다. 그럼 분명히 다른 누군가가 또 다른 기쁨을 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렇게 나의 학생들이 받는 행복과 주는 기쁨을 알기를, 

사랑받을 가치가 충분한 사람으로,

사랑을 기꺼이 줄 수 있는 어른으로 자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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