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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잎 Jun 16. 2024

<학급경영> 타인의 시선

관계의 어려움

초, 중, 고등학교 어느 학교급이든 할 것 없이 학생들에게 제일 어렵고, 제일 고민스럽고, 제일 본인을 힘들게 하는 것이 무엇인가  묻는다면 바로 "관계"라는 대답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자기가 어울리는 '무리'라고나 할까.


간혹 어떤 학생들은 내가 속해있는 그 어떠한 '무리'를 찾으려 하고, 그 '무리'에 소속해 있지 않으면 불안해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어떤 학생들은 스스로를 바라보는 본인의 시선이 아닌, 남이 자신을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고 눈치를 본다. 나보다는 타인의 생각에 자신을 끼워 맞추면서 말이다.




한 학기에 꼭 한두 번씩은 관계의 어려움 때문에 진지하게 상담을 요청하는 학생들을 만나곤 한다. 사실 선생님이라고 해서 모든 상담에 명쾌한 답을 주는 것은 아니다. 나 역시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인간관계'의 어려움을 겪어본 신이 아닌 똑같은 '인간'이기 때문이다.  


"시험점수가 오르지 않아요."

"영어가 어려워요."


이러한 교과 성적과 관련된 상담은 오히려 명쾌하다. 공부법을 진단하여 정확한 목표를 잡고 정확한 솔루션을 주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계의 어려움은 간단하지가 않다. 일단 관계의 어려움이 시작된 근본적인 스토리부터 들어주어야 한다. 그 스토리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주인공들과 지나가는 행인 1,2까지도 재빠르게 캐치한 후에 어떠한 부분에서 학생의 마음이 상하기 시작했는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했는지 파악한다.


진심 어린 공감을 해준 후에는 성적 상담과 마찬가지로 솔루션을 찾아야 한다.


여기서부터는 정말 신의 능력이 나에게도 있었으면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긴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고 공감을 해주는 것만으로도 사실 쉬운 일이 아닌, 정말 대단한 일이다. 전문 상담교사가 아니기 때문에 학생의 어려움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함께 아파해주는 것만으로도 학급담임으로서 최선을 다한 것이다.


그런데 극 F이면서도 T가 섞여있는 나로서는 무언가 찝찝하다.

그냥 들어주고 공감해 주고 눈물 닦아주고 끝나기에는 무언가 찝찝하다.

전문 상담 선생님께 인계하고 나서도 무언가 찝찝하다.


답은 줄 수 없을지언정, 힘은 주고 싶다.


문제가 완벽히 해결될 수는 없을지언정, 자신을 갉아먹는 감정에서는 벗어나게 해주고 싶다.

그 어떠한 관계의 어려움에서도 본인을 단단하고 견고하게 지켜낼 수 있는 내력을 만들어주고 싶다.




관계 문제는 한 가지 종류가 아니라 다양한 원인과 다양한 분야로 나뉘는데, 그중에서 "타인의 시선"과 "타인의 말"로 인해 상처를 받아서 온 경우가 많다.


나의 잘못으로 인해, 나의 부족한 부분으로 인해 발생되는 타인의 따끔한 충고나 조언은 겸허히 받아들이고 곱씹어 생각해보아야 한다. 이러한 순간에서조차 나 자신만을 생각하며 고집부리면 안 된다.


하지만 나와 상관없는 이들이 아무 생각 없이 내뱉는 말들, 장난으로 던진 한마디 한마디들에 자신의 감정이 갉아먹히고 있다면 이것은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눈을 감아야 한다고 말해준다. 타인의 시선이 아닌 나 스스로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필요한 순간이라고.


남들이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험담이나 잘못된 말들이 전혀 사실무근이자 허황된 이야기들이라면, 나는 학생들이 더욱 떳떳하게 그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당당하게 보란 듯이 보여주었으면 한다. 내가 어떠한 사람인지를 말이다.


그리고 나를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말들에 어깨가 움츠려드는 순간,

나를 잘 아는 단 한 명의 누군가가 전해주는 따뜻한 말에 귀를 기울이기를 바란다.


그리고 말해준다.


나를 향한 따뜻한 말 한마디는 또 다른 누군가의 응원으로 이어지고 그 모든 응원들이 모이고 모여 너 자신을 더욱 단단하게 해 줄 것이라고.


많은 사람이 아니어도 괜찮다.


단 한 명이라도, 단 한 명이라도 

나의 말에 귀를 기울여 주고, 나에게 "괜찮다." 어깨 토닥이며 "너를 응원해."라는 말을 해준다면, 너는 정말 성공한 인생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말해준다.

"선생님이 너의 그 한 사람이 되어 줄게."

  




 상담을 마친 후 관계의 어려움으로 상담을 받았던 학생들에게 편지를 써주는데, 그때 많이 써주는 글귀가 있다.


당신의 인생에서 중요하지 않은 사람에게 상처받는 것을 멈추어라.
대신 인생에서 중요한 사람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라.

누군가 당신을 밀치고 사과 없이 지나갔을지라도,
당신을 따뜻하게 당겨 안아주는 가족이 있다.

경쟁자나 다른 누군가가 당신의 능력을 시기하고 기를 꺾을지라도,
당신을 판단하지 않고, 있는 모습 그대로 믿고 사랑해 주는
가까운 사람들이 있다.

당신을 잘 알고 있는 중요한 사람들이 주는 사랑과
당신을 잘 알지도 못하는 중요하지 않은 사람들이 주는 상처는
결코 같은 무게일 수 없다.

그러니 상처는 깃털처럼 날리고
가슴에, 사랑만을 남겨라.

- <1cm>, 김은주 -  


 이 글귀의 끝에 한마디를 덧붙인다.

"OO이를 늘 응원하고 있는 사람이 여기 있다는 것. 잊지 말길. - 세잎샘"  



학생들이 자신을 찌르고 자신을 갉아먹는 날카로운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신을 응원하고 자신에게 힘을 주는 따뜻한 타인의 시선을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본인 또한 다른 누군가에게 그렇게 따뜻한 사람이 되어주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 어떠한 차갑고 냉담한 말들이 마음을 비집고 들어온다 할지라도 마음에 남아있는 따뜻한 온기와 사랑이 그 차가움들을 다 녹일 수 있기를 바란다.  




학교가 그리고 교실이, 차가운 타인의 시선이 아닌 따뜻한 타인의 시선으로 가득 차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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