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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날 Dec 20. 2024

등교시간이 계속 빨라지는 이유

요즘 아이의 삶에 톱니바퀴들이 늘어나고 있다. 아이에게 톱니바퀴가 없거나 하나일 때도 있었는데, 그때는 아이가 움직이도록 하는 게 정말 어려웠다. 학교에 가는 아침을 예로 들면,


오늘 아침에 첫째는 평소보다 몇 분 이른 시간이 되자 아주 산뜻한 발걸음으로 집을 나섰다. "다녀오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인사는 솜사탕 같았다. 남사친이 등교하는 시간을 '은근히' 파악했다고, 아이가 어제 저녁에 나에게 말하긴 했었는데.. 이렇게 바로 실행에 옮길 줄이야? 같이 만나서 학교에 들어갈 생각을 하니, 등굣길이 아주 꽃길 같은가 보다.


올해 들어서 첫째는 학교 등교시간에 임박하게 가는 습관을 버리기 시작했다. 학교에서 아이가 좋아하는 행사가 있던 날에 자진해서 몇 번 일찍 등교를 했었는데, 그때 기분이 꽤 좋았던 모양이다. 그 뒤로 아이는 내가 잔소리를 하지 않아도 종종 일찍 가곤 한다.


그전까지 아이는 '지각하면 느껴야 하는 불편한 감정이 싫어서' 학교에 늦지 않고 겨우 갔었다. 늦어서 교실에 들어설 때 눈치 보는 것도 싫고, 선생님으로부터 나쁜 평가를 받기도 싫으니, 등교 시간을 꾸역꾸역 지켰다. 그때는 집에서도 꾸물거린다고 나에게 꽤나 달달 볶였다. 이때가 바로 아이에게 등교 시간에 대한 톱니바퀴가 없다고 여겨지던 시절이다. 일찍 등교하는 행위는 아이에게 마치 '자신의 동의가 없는 채로, 남이 정한 규칙에 억지로 맞춰야 하는 형벌'로 여겨지는 것 같았다.


솜사탕과 형벌은 너무 극단적인 비유 같지만, 아이가 풍겨내는 분위기와 에너지를 굳이 글로 설명하자면 정말 그렇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나에게도 시시 때때로 일어나는 것 같다. 흠.. 그렇다면, 너무나도 하기 싫은 그 일에 있어서, 나에게 톱니바퀴가 있긴 한 건지 한번 생각해 보는 게 좋겠구나.. 곰곰..



* 오늘의 감정 [어이없음]

(지각하지 말자고 내가 그렇게 얼르고 달래고 잔소리를 해도 움직이지 않더니,

좋아하는 친구를 만난다며 이른 시간에 자진해서 나서는 아이의 모습에) 기가 막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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