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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날 Feb 07. 2024

의기소침한 엄마도 괜찮겠지

< 고독 >에 대하여 

원래 그랬던 사람이면 모를까..

지난주에 적은 글에 좋다는 분이 '유독' 많았던 터라, 나는 지금 다음 글을 쓰는 것이 무척 부담스럽다. 결국 수요일 연재 날이 오고야 말았는데, 뭘 어떻게 써야 할지 압박감 마저 느껴진다. 나는 계속 잘 썼다는 칭찬을 받고 싶고, 그렇지 못할 것이 '실패나 좌절'로 여겨질까 봐 두렵다. 글이 좋다고 칭찬들을 해주셨는데, 나는 왜 커지진 못하고 작아진 걸까!  



생각이 너무 많구나......



얼어 죽을 놈의 '불안' 이게 또 내 안에서 작동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국민학교 시절부터 나는 그랬다. 그 당시에는 한 반에 학생이 45-50명 정도였는데, 수업시간에 한 명씩 일어나서 교과서를 읽으라는 선생님들이 많았다. 요즘도 그러려나.. 어쨌든 나는 그 시간에 그렇게 떨었다.



잘 읽고 싶어서



내 바람과는 다르게, 내 심장은 자리에서 일어나기도 전부터 왜 그렇게 쿵쾅거리는지.. 결국 책을 읽으면서 나는 많이 더듬었다. 긴장돼서 떨고, 떨고 있어서 떨고, 떨어서 창피한 악순환에 나는 놓여있어야 했다. 고작 10대 초반이었던 나에게는 참 가혹한 나날이었다.


내가 자긍심이나 자신감이 없어서였을까. 아니면 실패 경험이 반복적으로 쌓여서 트라우마에 시달려서였을까. 혹은 너무 잘하고 싶은 마음에 과긴장 되어서였을까. 아마도 모두에 해당되었을 거다. 그런데 이보다 중요한 것은 나는 이 고통스러운 상황을 부모와 상의하지 못했다. 정확히는 얘기를 못하기도 했고, 안 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집에 가서 엄마 무릎을 파고들며 '속상해 엄마 엉엉엉' 울어도 좋았을 텐데! 너는 뭐 그런 걸로 울고 난리냐고 비난을 받아도, '발표하는 게 무서울 수도 있지! 나는 무척이나 엄청나게 슬퍼 엄마 엉엉엉'하면서 울어재꼈으면 좋았을 텐데, 그땐 이걸 못했다.



너는 뭐 그런 걸로!



아.. 이 문장이 문제였다. 내 감정에 대한 평가와 판단! 나는 이게 불편해서 부모에게 내 감정을 다 얘기하지 못했다. 사실 상대는 나에게 어떤 평가든 내릴 수 있는 건데, 그것을 내가 힘 있게 받아치질 못했다. 하는 법을 몰랐기도 했고, 할만한 힘이 나의 단전에 없었다. 그리고 심지어 그런 주변의 평가나 판단을 나에게 적용시키기도 했다. '오.. 그렇군. 이런 걸로는 슬퍼하는 게 아니군...!!' 하면서. 그런데 안타깝게도, 바로 이 생각이 나를 더 긴장되고 떨게 만드는 원인이었다.



이제 마흔 중반에 들어섰으니 사람이 좀
담대하면 좋을 텐데..



라는 건 그래서,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다. 자꾸 이것저것에 긴장되는 걸.. 자꾸 이것저것에 속상한 걸.. 자꾸 이것저것에 실망스러운 걸.. 나는 이런 날것 그대로의 감정이 느껴지는 순간에는 잠시 좀 찌그러져서 축 처져있어야 할 것 같다. 그래야, 두 아이가 축 처져있을 때, 그냥 좀 놔둬줄 수 있을 테니까. 도움은 못되더라도, "뭐 그런 걸로"라는 말은 피하고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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