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작가로서 처음으로 단편 소설에 도전하였고, 마지막 페이지에 도착했습니다. 원고지 120장 분량의 글을 쓸 수 있다 상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뒤돌아서 출발점을 바라보니 스스로가 기특하기도 합니다. 우연히 만난 책방 사장님과의 대화가 계기가 되어, 아직 부족하더라도 일단 도전해 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소설을 쓰며 가장 재미있었던 점은 소설 속 등장인물이 되어 그들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그들의 선택에 따라 삶을 살며, 글을 전개해 나가는 과정이었습니다. 죽어있는 글이 아닌, 살아 숨 쉬는 글. 그것이 바로 소설의 매력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도착하고 나서도 여전히 그들의 숨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에세이처럼 글을 쉽게 보내주기가 어렵습니다. 단어 하나하나, 문장 하나하나를 검토하고 수정하며 질척거리고 싶습니다. 이런 마음이 첫사랑이 아닐까요? 그래도 사랑하니까 보내주어야겠죠. 첫사랑에 대한 미련 때문에 8월호가 조금 늦어진 점 양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소설은 매거진 형식이 아닌, '브런치북' 형식으로 발간할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상담사로서 처음으로 교정직에서 벗어나, 공군으로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있습니다. 오는 8월 26일에 공군 상담장교로 임관되기 전 훈련을 받으러 진주에 있는 기본군사훈련단에 입영할 예정입니다. 원했던 일인 만큼 뿌듯하고 기쁘지만, 동시에 훈련에 대한 두려움과 새로운 환경에 대한 걱정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러나, 불안해하지 말고 설레자고 결심했습니다. 두근거림을 간직한 사람만이 멋진 삶을 살 수 있다고 믿습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말했듯이, 멋지게 산 인생은 깁니다. 두근거림을 따라 새로운 도전을 하고, 나의 선택에 책임을 지고, 주어진 오늘에 만족하며 살고 싶습니다.
훈련을 받고 장교로서 적응하여 임무를 책임감 있게 수행할 수 있을 때까지 잠시 브런치를 떠나야 할 것 같습니다. 새로운 환경에서 저만의 생각과 감정을 쌓아나가며, 더 성장한 작가 강아름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이번 아름세계 8월호 즐겨주시고, 차후에 발간될 글을 기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 또한 그날을 기다리겠습니다.
ㅣ오늘의 작가ㅣ
초록돼지
① 필명을 '초록돼지'로 정한 이유
닮은 꼴 찾기 장인인 호적메이트가 찾은 내 닮은꼴. 모찌, 당고, 토마토 등등 많은 닮은 꼴 중에 그나마 납득되고, 싫지 않은 별명이다. 실제로 이 캐릭터를 좋아해서 인형으로 산 적도 있고, 분홍색과 더불어 제일 좋아하는 색깔인 초록색과 특히 오빠가 불러줄 때 애정이 느껴져서 정감 가는 별명인 돼지의 조합 또한 마음에 든다.
② 발간될 글
경계 너머의 나 : 가까워질 때 느끼는 두려움과 성장 ㅣ 8월 15일
③ 에디터가 꼽은 한 문장
"나를 열 달 동안 품어주셨고 지난 세월 내내 나를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살아오셨던 어머니로부터 나를 분리하려는 노력을 들이고 있던 나에게, 새로운 누군가와 다시 가까워지는 건, 누군가와 동일시됨으로써 겪었던 고통을 다시 겪을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을 안겨주었다."
ㅣ오늘의 사진ㅣ
빛과 그림자
영덕 고래불 해수욕장에서 부모님을 찍었다. 이후로 나의 최애 해수욕장이 되었다.
방황하던 시절, 청주 정북동 토성에서 찍은 사진이다. 방황과 사랑은 동전의 양면 같다.
정말 바깥세상은 고통뿐일까. 난 아무 걱정 없이 이 꿈속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혼란스러웠다. 나의 하찮은 뇌로는 답을 내릴 수 없었다. 내 뒤에 놓인 과거는 참담한 버려짐의 연속이었고, 앞에 펼쳐져 있는 유일한 미래는 너무나 완벽하게 통제된 일상뿐이었다. 다른 선택지는 보이지 않았다.
꿈속의 별 / 강아름
나다. 사진을 찍을 때는 무조건 브이이다.
갓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친구들과 떠난 부산에서 찍은 일출이다. 친구들은 모두 자고 있었지만, 갈매기 한 마리가 나를 위로했다.
전 아직 소스가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많다는 말로는 부족하고, 빵 위로 흘러넘쳐서 남은 빵을 다 찍어 먹고 나더라도 소스가 남아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직 어리고 미성숙하기 때문일지라도, 이제는 그런 저 자체로 좋습니다. 처음 이곳에 와서 빠네와 쥬디치노를 먹었던 기억과, 함께한 수많은 추억을 마음이라는 빵 바구니에 흘러넘치게 담으며 카페를 떠났습니다.
애늙은이와 빠네 파스타 / 강아름
직장 동기 형들과의 첫 여행에서 건진 사진이다. 벽돌과 프레임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펜션 주차장에서 찍은 일몰이다. 각진 프레임이 사진의 맛을 살려 주었다.
눈을 감으면, 우리는 우리의 생각과 감정을 이미지로 만날 수 있다. 그 힘은 너무나 놀라워서 초능력이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이다. 그러나 눈을 뜨는 순간, 눈앞의 복잡한 세상에 사로잡혀 그 능력을 상실해 버린다. 그런 의미에서, 충분히 몰입하지 못한 사람은 다시 한번 읽어 보는 것을 권유한다. 읽을 때는 오로지 글에만 집중하고, 다른 것에는 눈을 감아주길 바란다. 당신의 렌즈에 생각과 감정이 맺히고 있다면, 잘하고 있는 것이다. 혼돈의 세상은 잊고, 오직 이 글과 당신만을 남기자.
당신으로의 초대 / 강아름
공무원 체력 시험 준비할 때 찍은 사진이다. 힘들고 지쳐서 차선에라도 기대고 싶었다.
우연히 보게 된 장면이다. 서로를 바라보는 그들은 인연일까, 우연일까.
엄마의 스핀이 시작되었다. 빙빙 돌아가는 엄마를 멍하니 바라본다. 엄마의 신음과 사진 속 두 남녀가 서로를 빨아들이는 소리가 잔잔하게 깔린다. 오그린 다리를 한 채로 돌아가는 엄마와 반복되는 께름칙한 선율의 조화로움이, 마치 발레리나 오르골의 태엽을 감아 놓은 것 같았다.
꿈속의 별 / 강아름
김영하 작가님의 표현을 감히 빌리자면, 햇빛이 바삭바삭하던 여름이었다.
제주도의 붉은 밤이었다. 홀로 있던 야자수와 가로등과 그를, 비행기 하나가 별똥별이 되어 축복해 주었다.
「의미를 찾지 마. 만들지도 말고. 삶을 살려고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바라봐. 따로 놀던 눈과 마음을 하나의 축에 놓는 거지. 지금은 아빠가 너를 가뒀다고 생각하겠지만, 곧 알게 될 거다. 세상이 얼마나 험하고 무서운지. 넌 결국 나의 꿈을 고스란히 물려받고, 지금의 나처럼 살게 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