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세계 2024년 8월호 ㅣ 단편 소설 ㅣ 강아름
엄마가 어느새 침대에서 일어나 거실로 나오더니, 벽에 걸린 시계를 쳐다본다. 나도 엄마의 시선을 따라 시계를 보았다. 6시하고 겨우 20초 정도가 지났다. 엄마는 축 처진 몸으로 간신히 나무 의자 위로 올라간다. 쪼그리고 앉으면서 균형을 잃자, 의자가 돌아가기 시작한다. 엄마의 스핀이 시작되었다. 빙빙 돌아가는 엄마를 멍하니 바라본다. 엄마의 신음과 사진 속 두 남녀가 서로를 빨아들이는 소리가 잔잔하게 깔린다. 오그린 다리를 한 채로 돌아가는 엄마와 반복되는 께름칙한 선율의 조화로움이, 마치 발레리나 오르골의 태엽을 감아 놓은 것 같았다. 곧 아빠가 오면 모든 것이 원위치로 돌아올 것이라는 생각으로 기다리다가, 도저히 버티기가 힘들어서 오르골을 붙잡았다. 의자가 멈추자, 소리도 멈추었다. 잠시 고요한 정적이 흘렀다. 제자리로 돌아가려는 순간, 엄마가 정신을 잃더니 그대로 쓰러졌다. 바닥에 쾅 하고 부딪혔다.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엄마의 눈을 보니 눈꺼풀은 떨리고 있었고 눈동자는 제멋대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안쓰러웠다.
「어지럽구나! 아프지? 미안해. 진작 잡아줄걸. 이리 와.」
머리를 조심스럽게 팔로 안아 올려 무릎에 눕히고 부딪힌 부분을 쓰다듬어주었다. 점차 눈의 초점이 돌아오더니, 뒤통수에 통증이 느껴지는 듯 눈물을 흘리며 아파했다. 미안한 마음에 한 손으로는 눈물을 닦아주며, 다른 손으로는 혹이 생긴 뒤통수를 살살 달래주었다. 아기 같은 엄마의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또르르 떨어졌다. 그녀의 몸을 만지며 흥분했던 기억 때문에 미안해서, 오늘 오후 공부를 하지 못한 것이 짜증 나서, 꿈속에서 죽어가던 그들을 살리지 못한 것이 괴로워서, 그 모든 생각과 감정들이 어지럽게 내 마음속을 돌아다니지만 내가 내릴 수 있는 답이 아무것도 없어서 울고 싶었다. 울음만이 정의할 수 없는 나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 같았다. 그러나 엄마는 내가 떨군 눈물을 보고 놀라더니, 전보다 더 크게 울기 시작했다. 결국, 난 얼마 흘리지도 못한 눈물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두 손으로 엄마의 얼굴을 감싸주었다.
「아니야. 미안해, 엄마. 괜찮아. 아빠 금방 올 거야. 울지마.」
시간이 많이 흐른 것 같아 벽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시계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빠가 저녁 시간에 20분이나 늦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너무 원망스러웠다. 엄마가 다친 것도, 내가 오늘 공부를 못한 것도, 다 아빠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오늘은 반드시 따져 묻기로 결심했다. 도대체 밖에서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 것인지, 이 끔찍한 사진들은 다 무엇인지, 죽어가는 사람들은 지금 어떻게 된 것인지, 전부 물어볼 것이다. 알고 싶다. 이 집의 모든 것을. 이 꿈에서 벗어나는 방법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