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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고양이

인하대 영화동아리 '등대' 영화제를 보고

by 별사탕

인하대 영화동아리 열린영화연구회 '등대'와 와세다대학이 합작으로 영화를 만들 때 펀드로 기금조성을 한 적이 있다. 그때 작은 금액으로 모금에 응했고, 그들의 작업이 성공하기를 기원한 적이 있었다. 오늘 우연한 기회에 그들의 영화제에 참석하여 '등대' 동아리의 영화 총 네 편 중에 세 편을 보았다. 제42회 인하영화제.


아마추어, 그건 어슬프다는 뜻의 이름이 아니라 매우 고귀한성품의 다른 이름이다. 그들이 서로간에 고군분투하는 것은 영화문법을 교과서적으로 배우고, 그들만의 새로운 문법을 만들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제작비는 영상위원회로부터 지원받았다는데, 그게 충족이 되었겠는지 의문스럽다. 열정이 있다는 것, 그것은 현재의 형편을 뛰어 넘게 만든다. 청년의 이름이 빛나는 대목이다.

50년대 프랑스를 돌아보면, 정부의 지원이 없었다면 프랑스의 단편영화들은 없었고, 프랑스의 단편영화들이 없었다면 예술로서의 프랑스 영화도 없었을 거라는 그네들 스스로의 입으로 말하는 회고를 기억한다. 모두 20분 혹은 15분의 단편영화들이지만, 이들의 열정과 아이디어가 만든 스토리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는 두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소중하다.

매 상영의 끝에 감독과 스탭, 연기자들이 출동한 GV는 또 얼마나 소중한 소통의 장이었던가. 비록 표현하려고 의도한 것과 실제로 표현된 것과의 괴리가 있었다손 치더라도 그들이 스스로 말한 것처럼, '마음 먹은 대로 잘 안 됐다'고 말하는 솔직함은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든다.


내가 본 세 편중 가장 아쉬운 작품이 '검은 고양이‘다. 에드가 앨런 포의 검은 고양이에 모티브를 둔 기발한 스토리는 카메라 무빙이나, 각도, 숏의 유연성을 보다 세세하게 쪼개서 계획했더라면 기성의 어떤 영화보다 참신한 작품으로 기억될 수 있었을 것이다. 스토리 또한 3원 구조를 가지고 있어 발전 가능성이 크다.

원작의 모티브가 여자의 고양이 학대, 남자의 아내 실종과 연관되면서 처음에 나타났다가 마지막애 등장하는 캐리어에 모든 시선을 집중시키고 결말을 모아 놓는 솜씨도 발군이다. 짧지만 빈틈 없는 강렬한 구성력을 보인다. 작품의 사이즈가 크든 작든, 그것을 만든 사람의 톡특한 개성은 드러나게 마련이다. 마치 주머니 속에 송곳을 아무리 잘 간수했다 하더라도 결국 송곳은 바지를 뚫고 밖으로 튀어 나오기 마련인 것처럼 말이다.


검은 고양이, 박유빈이라는 감독의 이름을 기억하자.

세상에 제일 무서운 사람들이, 자기가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모르고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세상을 바꿀 그들, 그게 젊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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