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가 인간을 존재케 한다
한병철의 책이다.
내 경험으로는, 그의 책읽기와 책쓰기는 별개가 아닌 한 몸으로 인식된다. 특히 이 책은 더 그렇다. 한마디로 말해서 한병철식 독후감이 책으로 엮여 나오는 것 같다.
이책은 후기모더니즘, 포스트모더니즘 중에서도 더 후기에 해당하는 스마트 산업시대를 전기 근대라고 명명하고 그 특징의 중심에 파편화된 소통방식, SNS 스마트폰 등의 현실을 들어 서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그로 인해 공동체의 복원, 인간 존재의 구원을 희망하고 있다.
벤야민, 라캉 아도르노, 하이데거, 사르트르, 니체를 근간으로 플루스트, 셰어바르트, 엔데의 작품을 예로 들고, 사진과 넷플릭스의 본질로부터 멀어진 비인간화된 영상, 화면의 모습 등을 언급한다.
상실한 서사의 자리를 대체하고 있는 '스토리셀링 위한 스토리텔링'은 그래서 존재 의미를 상실할 수 밖에 없고, 서사의 개념을 존재의 의미로 끌어 올린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다. 인간은 서사적으로 존재한다는 명제(영화공부를 하다가 어디선가 읽었는데 어딘지 기억이 안 난다.)를 전체 서술의 기반으로 삼고 있다.
서사가 죽었다는 것을 활용할 예시들
단톡방에 장문쓰지마라, 아무도 읽지 않는다.
라뗴와 아제를 태생적으로 싫어하는 젊은 아이들, 이들이 추구하는 것은 단지 '소통'을 강조할 뿐, 타자의 존재, 즉 서사를 부정하는 철없는 아이들이 판을 치는 형국.
이런 식으로 한병철의 이야기는 현실을 이해하는 데 흥미롭고 재미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