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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 날, 동침

by 별사탕

카톡 소리가 연달아 울렸다. 눈동자 저 안 쪽에서 정신이란 놈이 눈을 떴고, 부르르 묵음의 진동이 한번, 잠시 후 또 한 번, 그리고 세 번째 떨렸을 때, 나는 눈살을 찌푸리며 눈을 떴다.


"10시가 넘었어."

"오늘은 어디로 갈까?"

"일어났어?"

"설마..."


상기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내가 일어났는지, 오늘의 행선지는 어딘지 알려달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2분 후, 설마라는 부사에 찍혀있는 점들에 자잘한 내 생각들이 매달려 올라왔다.

얇은 실크 담요가 내 위로 덮여있고, 발끝이 담요 끝으로 삐죽 나와 빨간색 엄지 패티가 시선 끝에 걸렸다. 나는 본능적으로 이불을 거머쥐며 몸을 감싸고 좌우를 살폈다. 철호의 방이었다.


"내가 다니엘이나 상기나 그런 녀석들과 만날 일을 만들진 말아 줘. 딱히 뭐가 싫어서 그런 게 아니라, 그냥, 할 말이 없을 뿐이야. 나뿐 아니라, 남자들은 다 그럴 거라 보는데... 남자라는 동물은 처음 얼굴 보면서 수다로 친밀함을 표현하면서, 그런 가식을 선천적으로 못하는 동물이거든."


새벽에 철호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리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도무지 기억이 없었다. 이불 속으로 손을 넣어 가슴에서 허리를 타고 내려가며 골반을 더듬었다. 다행히 팬티라인은 있어야 할 곳에서 그대로 만져졌고, 평소 습관대로 브라는 어디로 가고 없었다. 팬티 속에 손을 넣어 볼까 망설였지만, 그럴 리가 없다는 생각에 다시 이불 밖으로 손을 빼서 가슴을 덮은 이불을 쥐고 사방을 살펴보았다.

커튼이 쳐진 창문이 하나, 반다지 모양의 빈티지 원목 서랍장이 벽에 기대져 있고, 침대 옆에 작은 협탁 위에 내가 올려둔 핸드폰이 그대로 놓여 있는 것이 전부였다. 핸드폰이 울렸다. 상기의 이름이 화면에 떴고 나는 핸드폰을 들고 내가 전화할 테니 기다리라고 말하고 바로 끊어버렸다.

몸을 일으켜 앉았다. 벗어놓은 옷들이 침대 오른쪽 바닥에 흩어져 있었고, 그 위에 브라가 동그랗게 올려져 있는 게 보였다. 팔을 뻗어 우선 브라를 착용했다. 그리고 침대에서 나와 벽에 붙은 커튼을 살짝 당겨 바깥을 내다보았다. 희뿌연 안개가 허공에 옅게 떠 있는 것이 보였고 멀리 등산로 입구가 지우개로 지워버린 것처럼 희미했다. 창문 앞은 야생화 꽃밭이었다. 철호가 마당 오른쪽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꽃들을 내려다보고 있는지 그의 등과 뒷머리가 마당에 고요했다. 나는 다시 커튼을 닫았다.

정신이 들면서 뭔가 상황이 달라져 있다는 인식을 하게 되었다. 뭔지 모르지만 달라진 현실 속에 눈을 뜬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건 비관적이지 않았고, 그래서 부정적인 감정의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철호와 잤을까?'


나는 속으로 자신에게 물었다. 역시 알 수 없었다. 바지를 입고 블라우스의 단추를 끼웠다. 얼마나 마셨을까, 뒷골이 묵직하고 지끈거렸다. 갈증이 일었다.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왔다. 걸쳐두었던 백이 식탁 의자에 그대로 걸려 있고, 식탁은 어젯밤의 상황 그대로였다. 뼈가 드러난 족발, 접시에 걸쳐진 나무젓가락, 빈 술병과 잔들, 어젯밤의 잔해들이었다. 냉장고를 열고 물병을 꺼냈다. 물병의 뚜껑을 열고 병째로 꿀떡꿀떡 소리가 나도록 차가운 물을 삼켰다.


"간, 다 굳는다."


철호가 대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의 뒤로 닫히는 문에서 풍경소리가 찰랑거렸다.


"여전하네, 병째로 물 마시는 건..."


나는 손등으로 입술을 닦으며 철호 쪽을 돌아보았다. 방금 자고 일어난 것처럼 눈두덩이 부어 있어 누가 보아도 이제 막 일어난 얼굴이었다. 그의 옷가지가 방에 없었던 이유는 그가 먼저 나갔기 때문일까? 만약에, 같이 잤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대처가 걱정이었다.

새벽 내내 그가 내게 한 말들이 그런 이야기들이었다. 절대 동의할 수 없는 그런 궤변들에 지나지 않았다.


'너와 관계한 여러 명의 남자들 중 한 명일 뿐이라는 걸, 너 스스로 알아야 할 때가 온 거라 생각해라. 그냥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너 자신을 바라보면, 남편이었다고 해서 예외는 아닌, 나 역시 한 명의 남자일 뿐이다. 물론 현재라는 시간의 무게감은 그들 각자에 다를 수 있지만, 지나간 남자와 다가올 남자의 경중은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그건 누구나 다 그렇다. 그렇다고 해서 지나간 남자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니란 걸 알아야 한다. 그걸 지금 내가 너 앞에서 증명해 보이고 있는 중이다.'


나는 머리가 복잡해지면서 진저리쳤다. 그의 말은 마치 고문과도 같았다. 끊임없는 반복을 재현하면서 괴롭히는 무한반복의 고문. 눈을 뜨면 오늘이고 다시 눈을 뜨면 다시 오늘이 반복되는 무한의 고통을 그가 내게 가하고 있는 듯했다.


'왜 부끄러운가를 알려면, 부끄러움이 어디서 오는지를 알아야한다. 그것이 어디서 오는지 모를 때 인간은 그것을 지식 이전의 지식, 원초적 지식, 인간이 동물과 다른 선천적 소양, 그걸 인간성이라고 부를 수있다면, 인간성이란 걸 가지게 된다. 그 인간성을 우리는 윤리라고 이름 붙였고, 도덕이라는 이름으로 현실의 계율로 적용시켰다. 하지만, 그 윤리 도덕 역시 인간이 만들어낸 허구에 지나지 않는 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걸 인간에게서 빼버리면 동물이 되는데, 여기까지 오면, 이제 동물과 전혀 다른 동물이 탄생하는 것이다.

얻으면서 버렸던 것, 그걸 다시 얻게 되는 것이다. 그건, 우리가 다시 하나가 되는 일이다. 하와에게 사과를 권했던 뱀이 했던 말을 기억해야 한다. 지혜를 돌려받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하나되는 것을 막고 흩어버리려고 하는 자로부터 우리를 구원하는 일은 우리가 다시 하나가 되는 일이란 말이다.'


철호의 말이 빨라지면서 마치 복음을 전하는 부흥회에서 듣는 간증같은 말들이 반복됐다. 그렇지만 나는 나대로 지난날에 대해 돌아보며 나자신의 행적에 대해 생각했다.


'난, 우리 모두 한자리에 모일 날이 있을거라 본다. 이승호, 다니엘, 상기, 그리고 나. 이 모든 사람들이 너를 중심으로 하나가 되어 있다는 사실을 넌 인정하고 받아 들여야 할 것이다. 시간은 하나로 존재하고 그 속에 우리 모두는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는 걸, 이제 알아야 한다.'

그가 하는 말이 어떤 논리적 정당성을 가진다 해도, 설사 내가 부정한 여자라고 해도, 그 원인이 어디에 있든, 다시 내가 철호를 용납할 수 있을 것 같진 않았다. 난 엄연히 다니엘의 아내이자, 그 사람의 아들 데이비드의 엄마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어떤 틈도 이 사람에게 주어서는 안 된다는 단단한 다짐 같은 것이 올라왔다.

그런데, 새벽에는 왜 단호하게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술 때문이었을까?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철호와 다시 잤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잘 잤어?"


목소리가 담담하고 일상적이었다. 마치 내가 오래전부터 변함없이 그의 옆에 있었던 느낌이었다.


"아침은 어떻게?"

"응, 해장해야지. 오늘 다른 일정 없으면 해장국 먹고 가."


특별한 일정은 없지만 상기가 기다렸다. 아침부터 상기가 보채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걔 있잖아, 상기라는 애, 데리러 오라고 해도 난 아무 문제없어. 당신만 괜찮다면, 너도 뭐..."


내가 할 말을 철호가 하고 있는 듯했다. 당신과 내가 잤냐는 말이 목구멍 밖으로 들락거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말은 할 수 없는 말이었다. 다니엘에게나 철호에게나, 상기에게 기억도 못할 짓을 하는 여자로, 남겨지고 싶지 않았다.


"씻을래? 난 간단히 먼저 씻었어."


얼굴이 깔끔했고, 머리도 단정하게 빗었다.


"샤워를 좀 해야겠어."


욕실을 향해 돌아서는 나를 그가 앞으로 불쑥 나오며 욕실 문을 열며 수건걸이에 걸어둔 옷을 빼낸다.


"이건 어제 걸어둔 거라..."


그의 속옷이었다.


"내가 씻으러 간 사이 당신이 먼저 방으로 들어갔어. 그래서 술자리가 자연히 파장이 난 거야."


아, 그래 기억이 어렴풋하다. 내가 그에게 뭐라고 말하고 방으로 먼저 들어가 옷을 벗었던 기억이 잔상처럼 보였다 안 보였다 하는 모습으로 명멸했다. 내가 방으로 먼저 들어와 옷을 벗었다. 분명했다.


"여전하더라, 벗고 자는 거."


얼굴이 굳어지는 것 같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그리고 그 다음엔?


"놀리지 말고, 어디 가겠어 사람 버릇이?"


솔직히 그가 나를 어떻게 봤을지 꺼림칙했다. 전남편과 이렇게 한 공간에 있었다는 사실이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는 걸 깨달으며 후회스러운 감정이 솟구쳤다.


"후회할지도 몰라, 당신과 하룻밤을 보냈다는 사실이..."

"그럴 일은 없을 거야. 당신이 허락한 일이었잖아."


아, 잤다. 내가 허락했다고? 결정타였다. 내가, 철호와 다시 잤다고? 이건 새로 생긴 나의 비밀이 될 가능성이 컸다. 세상 누구도 알아서는 안 될 비밀이 또 하나 생겨버린 거였다.

샤워기 꼭지를 틀었다. 한 템포 늦게 온수의 온도가 맞춰지면서, 욕실에 김이 올라왔다. 그리고 나는 머리를 수건으로 감싸 올린 채 몸을 씻었다. 다니엘도 상기도 알아서는 안 될 일이었다. 그 누구도 어젯밤 여기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서는 안 됐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예전엔 정반대였다는 사실이 문득 나를 정신 차리게 했다. 절대 철호가 알면 안되는 일에 다니엘과 상기가 있었던 걸 떠올렸다.

순간 유레카, 라는 상황이 발생해ㅛ다. 그제서야 철호가 간반 내내 나에게 말하려고 했던 말들의 의미가 순간에 머리속에서 밀려 올라왔다. 그래, 이제 뭔가 감이 잡힐 듯했다. 시간의 통합, 현재만이 존재한다는 그말이 가지는 시니피에였다.

그런데, 문제는 간밤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심지어 나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어떻게 그와 잤는지 모두지 기억에 없었다. 그런데 내가 허락을 했다고 철호는 말했다. 머리를 쥐어뜯고 싶은 심정이었다. 나도 모르는 일은 진짜 비밀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사건의 중심에 있는 내가 모른다고 하는데 주변에서 알아낼 방도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기억에서 지우는 일은 완벽한 알리바이 조작이 된다. 문제는 철호가 기억을 한다는 건데, 그건 일방의 기억으로 몰아버리면 누군가 한 사람이 거짓말쟁이가 될 것이다.

속으로 꼬리를 무는 생각들이 일어났다. 쏟아지는 물로 천천히 천천히 몸을 씻었다. 워낙 익숙해서 철호의 몸이 기억에 없었던 것일까, 나는 다시 한번 그의 몸을 기억하려고 했지만 여전히 아무 것도 기억할 수 없었다.

샤워를 마치고 욕실 문을 조금 밀었을 때 그가 전신 타월을 들고 서 있었다. 알몸이었던 나는 의식적으로 그의 눈을 피했다. 안에서 타월을 받아든 나는 문을 닫고 타월로 몸을 닦았다.


"왜 이래? 오늘 처음 본 사이도 아닌데, 오버하는 거 아냐?"


타월을 감고 벗어놓은 속옷가지를 들고 나온 나에게 그가 던진 말이었다. 그랬다, 보통은 샤워 후 스스럼 없이 그냥 나왔던 게 생각이 났다. 철호 앞에서는 감출 게 없다고 생각한 후로 나는 집에서 그렇게 지냈던 것이다. 부끄러울 것도 그래서 가릴 것도 없는 사람, 그 사람이 철호였고, 그런 나를 소 닭 쳐다보듯 한 사람이었다.


"화장 좀 하게, 거울 있어?"

"저쪽 방에 가봐, 전신 거울이 벽에 세워져 있을 거야. 그 옆에 책상 위에 몇 가지 로션하고 바르는 것들 있어."


집안 행사를 제외하고, 나는 좀처럼 진한 화장은 하지 않는 것이 일상이었다. 진한 화장을 하는 날이면 남자들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 힐끔거리고 쳐다보기 일쑤였고, 큰 애 손잡고 길을 가는 나를 따라온 총각도 있었다. 한 때 나는 그게 잘 나가는 여자의 자존심이라고 생각하고 내심 즐거워 했었다. 하지만 지나고 생각해 보면 그게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헤프게 보이는 얼굴, 남자들에게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얼굴로 보였던 것이다. 그건 내가 원치 않는 일이었다. 나는 그런 싸구려로 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특별한 날, 그런 날에만 나는 화장을 했다. 나는 오늘 화장을 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철호를 긴장시키고 싶은 마음같은 것이 나를 충동했던 것이다.


"여보, 식탁 의자에 내 가방 좀 줘요."


순간적으로 나는 당황하여 가슴이 뛰었다. 나도 모르게 철호를 여보라고 불렀던 것이다. 있을 수 없는 실수였다. 습관이 무서웠다. 그만큼 이 상황이 내게 익숙했던 것일까, 아니면 다시 철호가 편해진 것일까.


"잠깐이면 돼지? 해장국 잘하는 데 있는데 그리로 가자."


나는 백을 열고 몇 가지 도구들을 꺼냈다. 간단한 기초에 파운데이션 아이브로 브러시 등등을 꺼내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기초를 하며 생각했다. 25년 전 상기를 떼내기 위해 나는 철호를 선택했다. 현실적인 선택이었다. 당장 먹고살아야 하는 절박함이 그런 선택을 하게 만들었다. 아무 것도 준비되어 있지 않은 학생이었던 상기, 논문을 쓰며 박사과정에 매달리고 있었던 철호, 누구를 뒷바라지 하더라도 철호가 더 믿음이 갔다. 그리고 당장의 현실적 문제를 해결해 주는 집안 배경도 철호에겐 있었다. 당분간 견뎌낼 수 있는 가능성과 미래에 대한 가능성이 모두 철호에겐 있었다. 그렇다고 상기에게 있었던 사랑이 철호에게 없었다는 뜻은 아니었다. 지금의 짧은 사랑과 앞으로 있을 미래의 긴 사랑, 나는 긴 사랑을 택했을 뿐이었다.

아이라인을 그으며 핸드폰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상기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가자 스피커 버튼을 눌렀다. 상기의 목소리가 울렸다.


"설마 무슨 일 있었던 건 아니지?"

"무슨 일이라도 일어났으면 좋겠어?"

"왜 연락을 안 해? 어젯밤에 갔으면 잘 왔다, 이렇다 저렇다 말이 없어. 손가락 잘렸어?"


웃음이 나왔다. 이게 서방짓하려고 하네? 하는 생각이 밀려 올라왔다.


"야, 니가 서방이야? 왜 이래? 듣는 서방님 옆에 계신데..."


아니나 다를까, 철호가 방문 앞으로 지나가는 게 보였다.


"내가 생각하는 그런 거 없었지?"

"니가 뭔 생각을 하는데?"

"아, 진짜, 정말 이러기야?"


상기가 갑자기 어린아이가 되어 있었다. 그 모습이 귀여웠고 재미있었다.


"야, 너 귀여운 짓 그만하고, 여기 수색역 근처야 이 근방으로 올 수 있어?"

"그래? 알았어. 몇 시쯤?"

"자금 아침 먹으러 가니까, 2시간 후쯤? 음, 한시까지 데리러 와. 수색역 역사 안에서 기다릴게."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연락해!"


나는 웃으며 전화를 끊었다. 걱정이었다. 상기가 점점 귀여워지고 있다는 점,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되는 거라는 생각, 이런 것들이 머릿속을 마구 들쑤였다. 숙취 때문인 듯했다.


대문을 걸고 우린 차에 탔다. 조수석 문을 열어 내가 자리에 앉자, 철호는 문을 닫고 차를 반바퀴 돌아들어와 앉아 시동을 걸었다.


"오늘은 젊은 애인이 오는 요일이라, 내가 좀 서둘러야 해서 말이야."


나도 모르게 눈이 크게 떠지면서 철호의 옆얼굴을 쳐다보았다. 오만가지 말들이 속에서 마구 튀어 올랐다. 왜? 나한테 이러는 이유, 앞으로 난? 이게 사람이 할 짓? 마구 솟아나고 있는 분노를 뚫고 입 밖으로 튀어나온 말은 이런 것이었다.


"야, 제발 그 말이야, 말이야, 좀 그만 말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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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