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혜, 박소현역, 다산책방
파친코에 이어 한국의 디아스포라 소설로 다시 떠오른(그렇게 광고한) 소설, '작은 땅의 야수들'이다.
한계가 많이 보이는 소설이다.
1. 젊은 작가(나이야 무슨 문제랴마는 이민자라 더욱 그럴 수도)라 아직 한국 역사 공부가 더 필요하다.
2. 용어선택의 문제가 보인다.
-양키라는 말은 6.25 이후에 널리 쓰인 말이다.
-'자'는 길이의 단위이지 거리의 단위는 아니다.
-권번 출신 기생이 재즈와 왈츠에 능통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상대적으로 우리 소리에 대한 공부가 부족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번역자가 끝에 언급한 바 있듯, 조선과 한국을 구분해줘야 한다. 원작에 KOREA라고 쓰여 있다고 해서 시대 구분 없이 '한국'으로 번역하는 것은 이 소설이 가지는 역사성에 맞지 않는 번역이다.(원어로 읽는 외국인이라면 몰라도)
-번역자가 적절한 역할을 해서 이 소설의 무게를 더 해줬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장면들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3. 전체 이야기의 흐름에 시간적 비약이 많다.
-한국의 독자들은 뒤로 넘어갈수록 숭숭 구멍 뚫린 역사를 더 원할 것이다.
4. 중간에 갑자기 일인칭으로 시점이 전환되는 건 뭔가.
-마지막 옥희가 일인칭으로 등장하는 건 충분히 이해되나, 남정호를 갑자기 일인칭으로 등장시킨 이유는?, 갑툭튀!
5. 야수들은 도대체 누구인가?
-하야시, 야마다, 정호, 한철, 옥희, 월향, 김성수, 이명보 이들 모두가 야수란 말인가, 도대체 누가 '야수들'이란 말인가.
6. 디아스포라적 요소가 무엇인가.
-월향이 미국대사와 결혼하여 미국으로 이주하는 것?
-아마도, 짐작건데, 미국이민자들의 입장에서는 그들의 배경이 되는 근원역사라는 점에서 각광받을 수 있겠다.
이 소설은 영어로 쓰였다가, 다시 한국어로 번역 출간된 소설이다. 첫 번째 문제는 작가의 한국 역사 지식을 지적할 수 있겠고, 두 번째 문제는 번역자의 어휘선택의 문제를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 문제가 가지는 결과는 주제의식의 문제로 귀결된다. 보다 복잡한 역사문제를 다루었어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걸 보완하는 것이 번역이어야 했는데, 번역 역시 역사적 어휘선택에 실패했고, 영어적 표현을 그대로 쓰는 우를 범했다. 어른의 말투와 아이의 말투를 구분하지 않았고, 대체로 여성적 어투(대화체)를 사용하여 이야기의 한계가 보인다. 즉, 문체를 통해 이야기의 무게감과 인물의 강인함을 더 끌어올릴 수 있었음에도 이야기서술과 인물의 성격들을 유약하게 만들었다.
작가에게도 번역자에게도 모두 수정판이 나와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