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도 보고, 차도 마실 수 있고, 브런치 정도의 간단한 식사도 해결되는 곳. 독서모임도 하면서 늘 음악이 배경으로 깔리는 곳, 특정 요일엔 인문학 강의 혹은 저자 특강도 하는 곳, 음반으로 들려주는 해설이 있는 클래식 음악 감상을 할 수 있는 곳, 때로 연주자의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곳, 판소리 공연과 전통음악 연주도 감상할 수 있는 곳, 영화 상영을 통해 서로의 감상을 소통할 수 있는 곳, 할 일 없을 땐 청소하고 때로는 꾸벅거리며 졸 수 있는 한가하게 쉬는 자리.
이런 걸 뭐라고 불러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알고 있는 가장 유사한 명칭은 복합 문화공간 되시겠다. 처음에는 북한쪽과 닿아있는 강화도나 충청도 깊은 산골도 괜찮겠다 싶었지만 같이 사는 사람이 환자라 병원이 가까워야 하고 시골생활은 곧 죽어도 못하겠다는 성격이라, 남은 여생에 영락없이 아무 것도 못하게 생겼다.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늙어 병들어 죽겠다 싶다. 그래서 이렇게 사는 건 사는 것일 수 없다는 강한 반발심이 생겨난다.
동네 어느 지하실 허름한 창고라도 얻어 집에 있는 내 물건들을 남김 없이 챙겨 들고 집을 나가고 싶다. 가출인가, 은퇴 후 사업인가, 개인적 희망인가 의심스럽지만, 셋 다 맞을 수도 있다. 월세 500에 40만 원짜리 동네 교회 뒷건물 지하실을 봤다. 이전 업종이 아마도 노래방이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공실이다. 24평 정도의 면적이니 놀아보기에도 충분한 공간이다.
이름도 정했다. cafe S.Chang-'카페 신창'이라고 읽는다. 내 본적이 신창동이기 때문이다. 잘 될까? 월세만 내면 된다고 생각하고 시작해보려고 한다. 토스트를 굽고, 우유를 끓여 치즈를 만들어 속재료로 쓸까 한다. 음료는 내린 커피. 그게 다다.
문화공간에 음식 냄새가 배어서는 곤란하다. 음식을 만드는 공간과 실내공간을 철저히 분리한다. 안쪽에 침대를 한 칸 놓고 잠시 눈을 붙일 수도 있게 만든 나만의 휴식공간도 필요하다. 커다란 책장을 옆으로 밀면 주방이 나오고, 주방의 한켠 벽 뒤에는 간이 화장실과 침실이 있다.
입장료를 받을까 생각 중이다. 박물관이나 극장처럼 입장료를 내고 들어와야 한다. 1인당 만원. 음식과 음료는 따로 돈을 지불해야 한다. 그리고 무제한으로 공간을 차지하고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모든 자리는 합석가능하다. 빈자리에는 누구든 앉은 권리가 있는 것이다.
무덤, 그것들이 모여있는 지하묘지 같은 책방이 될 것 같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카페지만, 그런 지하공간에도 일 년에 한 번, 한 사람쯤은 내려올 법한 그런 카타콤 같은 아늑함을 주는 카페, S.Chang. 나는 신창의 주인으로 여생을 살고 싶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