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했던 날들
이른 아침 리즈는 아직도 침대에 누워서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며칠 동안의 쉼을 통해 조금은 게을러졌고 일찍 일어나야 할 이유가 없어서 이기도 했다. 아침을 해 먹어야 하는데 여전히 더 침대에 누워서 뒹굴고 싶은 호사를 누리고 싶다. 곧 있으면 끝나게 될 호사이기에 하루하루가 가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그때 누군가가 부엌 쪽 작은 문을 두드린다. 그러고는 "리즈"라고 부르는 트리시의 목소리가 들린다.
달려가 문을 열었다. 하지만 이게 웬일인가? 트리시가 쟁반에 무언가를 잔뜩 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좋은 아침이에요, 트리시" 리즈가 말한다
"들고 계신 쟁반은 뭐예요?" 트리시에게 묻는다
그녀는 재빠르게 쟁반을 리즈에게 건넨다
그러고는 "리즈, 내가 아침에 스콘을 구워봤어 여기 잼과 크림을 곁들이면 간단한 아침식사가 될 거야"라고 말하며 천천히 리즈를 살핀다.
"몸은 좀 어떠니?"
리즈는 스콘을 먹을 생각에 너무 기뻐서 기분 좋게 대답한다
"트리시 정말 감사합니다. 몸은 많이 좋아지는 중이에요. 걱정해 주셔서 고마워요"
"천만에 리즈. 아침 먹고 좀 쉬었다가 우리 집에 놀러 와 차나 한잔 마시는 건 어떨까?
리즈는 뛰듯이 기뻐하며 답한다
"너무 좋죠. 한 시간쯤 뒤에 갈게요"
트리시는 미소를 지으며 "응 그럼 그때 보자고"라고 말한 뒤 그녀의 집으로 천천히 걸어간다.
스콘 트레이를 받아 들은 리즈는 덮개를 열어보았다. 푸짐하게 스콘이 가득 담긴 접시와 잼과 휘핑크림이 담긴 은색 그릇이 보였다. 스콘은 아직 따뜻했고 고소한 냄새가 풍겼다. 갑자기 너무나 배가 고파졌다.
식기 전에 먹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커피를 끓일 물을 주전자에 붓고는 가스레인지 위에서 물을 끓인다.
주전자를 계속 바라본다.
물은 여전히 끓지 않고 있다.
물 끓는 것을 쳐다보고 있으면 더디 끓는다고 했는데 그 말이 사실인가 보다
정말로 평소 무심할 때보다도 늦게 끓는다.
이건 정말 기분 탓인가?
리즈는 인스턴트커피에 끓는 물을 붓고는 우유를 조금 섞는다.
아메리카노의 참 맛을 잘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고 우유를 섞었을 때의 커피는 캐러멜 색깔이 나니까 더 맛있어 보이기도 한다.
아직 따뜻한 스콘과 커피의 조화는 예술이다.
거기에 잼과 크림을 더하면 부드럽고 달콤해서 더욱 맛있다.
스콘은 한입 베어 물고 씹다가 넘기면 목이 멘다. 그 푸석푸석한 느낌을 좋아한다.
뭔가 투박한 것 같지만 진정한 고소함이 느껴지는 맛이다.
그렇게 스콘과 커피를 마시고 약간의 단장을 하고는 트리시의 집으로 향한다.
남은 스콘, 잼과 크림은 다른 그릇에 옮겨 놓고 그것들을 깨끗하게 씻어서 가져가는 중이다.
리즈는 트리시의 야외 테라스를 지나서 부엌 쪽의 문을 두드린다. 트리시는 어서 들어오라며 문을 잡아준다.
리즈는 가져간 쟁반을 테이블에 내려놓고는 맛있게 잘 먹었다고 인사를 하였다. 그러는 사이에 두 마리의 강아지 헥터와 바비가 리즈 곁으로 와서 리즈를 바라보고 있다. 그러더니 무심하게 돌아서더니 리즈와는 멀찌감치 떨어져서 자기 둘이 꼭 붙어서 누워있는다.
리즈와 트리시는 함께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참 고민 중이던 리즈는 트리시에게 묻는다.
“트리시, 아프기 시작해서 며칠 동안 집에서 쉬는 동안 머릿속에 맴도는 생각들이 있어. 과연 내가 그동안 하던 일이 가치가 있는 일일까? 쉼이 주는 행복감이 너무 좋고 그동안 일만 하며 산거 같아서 어쩌면 생각하며 사는 삶을 잃은 거 같기도 해.
잠잠히 듣던 트리시는 천천히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당연해 리즈. 그동안 말은 안 했지만 일에 지쳐있는 너의 모습을 보면서 말해주고 싶은 게 있었어 나의 젊은 시절 모습이 생각나더구나. 밤낮으로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며 살았지. 정년퇴직하기 전까지 말이야. 모든 일은 열심히 일하면 그 대가가 돌아온다고 생각하겠지만, 오히려 열심히 하는 사람에게 항상 더 많은 일들이 돌아오게 되어있어. 그러다가 그 일에 지쳐 번아웃이 오고 말지. 아마 너도 지금 그런 상태인 거 같구나 “
리즈는 조용히 트리시의 말을 듣고 있다 계속해서 더 듣고 싶었다
“난 그렇게 힘든 간호사 생활에 지쳐있을 때 일을 조금 줄이고 쉬는 날에 시장에서 베이컨과 계란을 요리해서 아침 식사를 팔기 시작했어. 장날 그곳에 가서 가판을 세우고 끊임없이 베이컨을 구워서 팔았지. 날이 갈수록 장사가 잘 되더구나. 모든 손님은 현금으로 아침식사 비용을 지불했으니 모든 수입은 내 주머니로 들어오게 되었지. 힘들었지만 신이 나서 그랬는지 번아웃 같은 것은 오지 않았어”
처음 듣는 이야기에 리즈는 더욱 집중해서 듣는다
“좋은 일만 있으면 좋았겠지만 나에게는 남편이 있었어. 욕심이 많고 게으른 사람이었지. 그와 함께 시장에서 장사를 시작했지만 모든 힘든 일을 나에기 맡겼어. 무겁게 가판을 나르는 일, 요리하고 그것들을 정리하는 일마저도 말이야.
그는 항상 술을 마시고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대기 일쑤였지.
그래서 나는 장사하며 현금을 몰래 저축하기 시작했어. 혼자 살 수 있는 돈을 만들기 위해서였지. 그래서 장사를 10년 정도 하였고 어느 정도 돈을 마련했을 때 그것을 그만두었어.
그 후로 아이들을 키우며 다른 커피숍도 차려서 내 수중으로 돈이 계속 쌓여갔어. 전 남편과는 간호사 생활을 퇴직하며 헤어지게 되었단다. 그 와의 이별을 오랜 시간 동안 준비했어. 행복하지 않았던 결혼 생활을 이야기하려고 한 것은 아닌데 이야기가 너무 무거웠다면 미안하구나 “
리즈는 트리시의 손을 꼭 잡고 대답한다
“아니에요. 트리시, 힘들었던 과거를 이야기해 줘서 고마워요 저는 트리시가 아무 고생도 없이 편안하게 인생을 사셨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멋진 집에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살고 계셔서 그런 고생을 하시면서 사셨다고는 생각도 못했는걸요. 너무 멋있으세요. 힘든 시간들을 너무 잘 견디며 사셨지만 지금은 너무 우아하게 살고 계시잖아요.
트리시는 미소 지으며 말한다
“인생엔 힘든 시기가 반드시 있어. 하지만 다른 도전을 시작하게 되면 그 힘듬보다는 삶의 활력이 곧 찾아오게 되어있지.
하지만 리즈야, 중요한 것은 어떤 삶을 살던지 너를 많이 아껴주는 사람과 함께 함으로써 같이 짊을 나눠 짊어질 수 있다는 거야 그럼 조금 더 멀리 같이 갈 수 있잖니 지치지 않고. 나는 그럴 수 없어서 수없이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말이야.
트리시는 차 한 모금 마시더니 계속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리즈 운전하고 집으로 오면서 언덕에서 커피 장사하는 트럭 한 대 본 적 있니?”
리즈는 생각이 났다는 듯이 바로 대답한다
“ 아 그 작은 트럭 한 대 본 적이 있어요 “
트리시는 밝은 표정으로 말한다
“리즈, 그 사람은 말이야 커피를 팔고 있지만 생각보다 많은 돈을 벌고 있을 거야 너도 다음에 그렇게 커피를 팔아보는 것은 어떻겠니?
리즈는 생각지도 못한 질문에 놀라며 답한다
“그럴 수 있을까요?”
리즈는 마음이 복잡해진다
무언가를 결정해서 인생의 항로를 변경해야 하는 때가 왔기 때문이다.
낯선 산골 마을에서 살게 되고 트리시를 만나게 되고 인생의 힘든 시기에 그녀의 이야기도 듣게 되었다.
확실하지 않은 모든 것들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만들어 나가기 때문에 생이 아름다운 것은 아닐는지.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말이다
리즈는 트리시와 조금 더 가까워지게 되었다.
이제는 그녀를 좋아하게 되었다
어쩌면 트리시처럼 늙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
여전히 열정을 가지고 자신의 삶을 살고 있는 한 여인을 닮고 싶었다.
앞으로의 그녀의 꿈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70이라는 나이에 여전히 힘차게 앞으로 나아가는 강인한 여성이 무엇을 꿈꾸고 있을까?
다음회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