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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선아 SSunalife Dec 01. 2021

캐나다에서 한류 (K-Culture)의 인기

BTS, K-Pop, K-Beauty, K-drama, K-food

한류의 인기는 캐나다에서도 뜨겁다. 주변의 백인이나 중국인 친구들이 내가 아직 보지도 않은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봤냐고 묻고, 아직 들어보지 못한 BTS 신곡이 어떠냐를 묻고, 스킨케어를 위해 한국 화장품 브랜드 중 어떤 것이 낫냐를 물으며, 코스코에 비비고 만두가 세일이라고 귀띔을 해주기도 한다. 신기한 일이다.


우리 집은 왜 김치만 먹어요?


이 신기한 한류는 우리 집안에도 영향을 미쳤다. 딸아이는 어려서부터 한국말을 쓰려고 노력하고 한국음식을 좋아했던 반면 캐나다에서 태어난 아들은 주변에 백인 친구들만 있고 간단한 얘기를 할 때 빼고는 한국어를 잘 쓰지 않았다. 아들이 어렸을 때 일이다.  하루는 나에게 "우리 집은 왜 김치만 먹어요?"라며 물었다. 김치"만"? 어찌 김치만 먹었겠는가? ㅎㅎㅎ 계란찜도, 갈비찜도, 두부찜도 먹고 했겠지 ㅎ. 아들 눈에는 매끼 올라오는 김치를 보며 우리가 김치만 먹는 걸로 보였나 보다.


엄마, 우리 롸면 있어요?


그러던 아들이 고등학교를 다니던 어느 날 "엄마, 우리 롸면 (아들의 꼬부라진 발음을 그대로 옮긴 것임) 있어요?"라고 물었다. 반색을 하며 "무슨 라면?"이라고 묻는 내게 아들이 "쏴발면 있어요?"라고 말이다. 그 이유를 들어보니 백인 친구들이 학교 카피테리아(간이식당)에서 사발면을 자주 사 먹는단다. 그리고 한국 라면이 최고라고 했단다. 한국인 이세인 내 아들은 백인 친구들을 통해서 한국 사발면을 알게 되었다.


엄마가 김치 좀 담아놓고 갈까? 김치 먹을 거니?


얼마 전에는 아들이 있는 오타와(Ottawa는 캐나다 수도이다. 나는 캐나다 서부 밴쿠버에 살고 있고 아들이 있는 오타와는 동부에 있는데 비행기로는 한 5시간 정도 걸린다)를 방문했다. 나는 방문을 마치고 오타와를 떠나기 전 전날 그냥 지나가는 말로 한 번 던져봤다. "엄마가 김치 좀 담아놓고 갈까? 김치 먹을 거니?"라고. 아들은 아주 반가워하며 "네에' 라며 크게 대답했다. 그래서 나는 어차피 아들이 많이 먹을 것도 아닐 것이고 그냥 김치 시늉만 내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아마존에서 (아마존 프라임 배송은 진짜 빠름) 한국 고춧가루 작은 병 하나를 주문해서 사고 가까운 중국 마켓에 가서 제일 작은 배추 한 포기를 사서 겉절이를 담아 두고 다음 날 떠났다. 며칠이 지나서 잘 지내냐고 아들에게 문자를 했더니 아들이 목이 아프다고 했다. 무슨 일이냐고 했더니 김치를 너무 많이 먹었단다. 김치를 많이 먹어 목이 아플 정도면 도대체 어느 정도를 먹었다는 것인지 가늠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나는 김치가 매웠냐고 했더니 김치는 맵지 않았는데 너무 맛이 있어서 담가 둔 김치의 반을 한 번에 다 먹었단다. 이게 도무지 무슨 말인지... 김치를 많이 먹어 목이 아프다니. 아무리 맛이 있다고 한 번에 반이나 먹어치우다니. 웃음이 나왔다. 배추 큰 포기를 사서 담아주고 올 걸 하고 잠시 후회를 했다. 


내가 이민 온 20여년 전은 지금과 무척 달랐다. 대학원을 다니며 한때 유비시(UBC)에서 한국어를 가르쳤던 적이 있었다. 그때 관심있게 읽었던 신문 기사들 중에는 한국어 프로그램 폐강에 대한 내용이 있었다. 미국의 유명 대학에서 수강학생 수가 적고 인기가 없다는 이유로 한국어 프로그램을 폐강하려고 한다는 내용과 한국어 프로그램을 지켜야 한다고 시위하는 학생들에 대한 내용을 보았던 기억이 난다. 다른 얘기이긴 하지만 그 당시 내 지도교수님은 수업 시간에 아시아에 대해서 말씀하실 때마다 China(중국), Japan(일본) 그러시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면 Korea(한국)을 넣으시고 많은 경우 중국. 일본만 언급하시고 끝날 때도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해외 수많은 대학에서 한국어 프로그램을 만들고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고 많은 부분에서 한국의 위상은 날로 높아져 가고 있다.


지난주에 나는 온라인 수업 지원 차 유비시 경영대학 수업을 참관하게 되었다. 그 수업은 중국 상하이에 있는 학생들에게 줌으로 전달되었다. 유비시 경영대학에서 제공하는 여러 대학원 과정 중에 국제경영학 석사과정(International Master of Business Administration, IMBA)이 있다. 이 프로그램은 상하이에 있는 학생들이 유비시 교수들로부터 수업을 듣고 유비시 졸업장을 받게 되는 프로그램이다. 내가 참관하게 된 수업은 소비자 행동(Customer Bahaviour)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교수님은 중국과 한국 시장에 대한 내용에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 중국 학생들이 대상이니 중국 시장과 중국 브랜드를 말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수업 시간 내내 수도없이 들리는 Korea라는 단어에 한국의 위상이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백인 교수님의 수업 내용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Harvard Business School) 이 사용하는 사례 연구 (Case studies)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arvard Business Review, HBR이라고 짧게 말하기도 한다)가 만든다. 전 세계 유명 대학 MBA 프로그램에서는 HBR에 나오는 사례 연구를 구입하여 수업 토론이나 과제로 사용하고 있다. 2020년 여름 HBR에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와 블록버스터 밴드 BTS: K-Pop, 글로벌 진출 (Big Hit Entertainment and Blockbuster Band BTS: K-Pop Goes Global)” 이라는 제목의 사례 연구가 나왔다. BTS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가히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작년에 5월에서 6월 사이 한 달간 한정판으로 맥도널드에서 나온 9조각의 치킨너깃으로 이루어진 BTS Meal을 난 먹어보지 못했다. 그러나 내 주변 캐나다인 친구들이 자기 자녀들에게 BTS Meal 셋트를 사주고 인증샷을 페이스북에 올리며 엄지 척하는 모습들은 기분이 좋다 못해 도대체 이 현상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의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은 다음날은 나와 봉준호 감독과는 아무 관계도 없는데 단지 한국인이라는 연결고리로 내가 종일 축하를 받았다. 그날은 출근해서 동료들과 기생충 영화와 봉준호 감독에 대한 이야기만 하다 퇴근했던 것 같다.


오징어 게임의 열풍은 나의 일상 생활에도 찾아와 나를 웃게 만든다. 같은 부서에서 일하는 백인 직원이 아침에 출근해서 커피를 내려놓고 내게 마시러 오라면서 이렇게 이메일을 보내왔다.


한류의 열풍은 한인 이민자들에게만 직간접적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다. 캐나다에 사는 다른 동양인들에게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잰 왕(Jan Wong)은 토론토에 사는 중국인 3세 캐나다인 저널리스트이며 작가이다. 잰은 몇 달 전 CBC (캐나다 CBC는 한국의 KBS처럼 국영방송이다)에 "Is Asian identity even a thing? Who cares, pass the popcorn for K-drama"란 제목으로 기고를 했다. 넷플릭스에서 본 한국 드라마가 중국인 이민 3세인 본인에게 위안이 되고 자신의 정체성에 영향을 주었다는 내용이었다. 이민 3세대는 1세대와는 달리 자기가 어디에서 왔는지에 대한 뿌리나 이민자로서의 자기 정체성이 약하다콧날이 오똑하고 눈이 크고 대체적으로 키도  백인들을 보면서 자라나는 동양인 이민자 자손들은 역설적이지만 자신들과 비슷한 모습을  동양인들을 멋있다거나 예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역시 자랄  몬트리올에 사는 동양계 남자들이 멋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단다그런데 사랑의 불시착이나 빈센조 같은 드라마에 나오는 한국 배우들은 너무 예쁘고  생겨서 눈길을 끈단다본인과 비슷하게 생긴 검은 머리검은 눈동자그리고 가는 몸매를 가진  배우들을 보면서 잰은 이상하리 만큼 편안함을 느낀다고 했다잰은 넷플릭스에서  한국 드라마들을 통해서 자기 자신에 대해   느낄  있게 되었다고 했다. 


달라진 대한민국의 국격과 한류의 위상을 태평양 건너에 있는 이곳 캐나다에서 보고 느낀다. 어찌 보면 해외에 살고 있는 내가 한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보다 한국에 대한 평가를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도 나의 아들과 딸이 한국의 문화를 세계인과 함께 공유하고 즐기기를 원하며 내 고국이 더 발전하고 나아가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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