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니치 Jan 17. 2024

미중 패권전쟁의 양상·추세

- 5년 전쟁의 종합 정리


한반도는 주변정세가 급변할 때 전란에 휘말렸다. 그때마다 한반도(국가)의 판단은 사실에 입각하지 않았다. 1592년 임진왜란 시 조선의 조정은 일본의 침략 의도와 준비 정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그런데 선조는 “그럴 일 없을 것”이라는 통신사 사신의 보고를 따랐다. 1636년 병자호란 시 조선 통치자들의 세계에는 오직 주자학적 교리와 중국만 있었다.       


1950년 6·25전쟁 전 한국은 북한의 수많은 남침 정보와 징후에도 불구하고, “그럴 리 없다.”는 미 군사고문단의 판단을 따랐다. 이승만 대통령은 북진통일을 외치면서도 북한의 남침에 대비하지 않았다. 3차례 모두 한반도 내외정세의 변화를 살피는 일은 생각하지 못했다. 사실 ‘중화질서’·한미관계에서 조선·한국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오늘날, 미중 패권전쟁의 와중에 한반도가 전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어떤 식으로든 한판 붙을 것이다. 한반도는 주변국들이 전쟁하기 좋은 곳이다. 6.25전쟁을 기획·사주한 러시아도 다시 미국의 발을 한반도에 묶어 놓을 수 있다면 동유럽 우크라 전쟁에서 유리하다. 현재의 한미일/북중러 대립 구도, 북한의 (핵)전쟁 준비, 한국의 호언장담 등은 1950년 6·25전쟁 직전의 한반도 ‘판박이’다.      


동아시아 질서와 한반도 상황을 결정하는 핵심변수는 미중관계다. 미중 패권전쟁의 변화 양상과 추세,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고 대비할 때이다. 역사가 반복되지는 않을까 걱정인데도 우리 사회는 한 목소리 (one voice)만 들린다. 미중관계와 관련 한국인들의 70% 생각은 국제사회의 70% 생각과 정반대다. 미중 패권전쟁이 시작될 때 한국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국이 곧 굴복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했다. 


□ 미중 패권전쟁 5년의 평가     


대체로 중국의 선전이었다.


2018년 3월, 트럼프 미 대통령은 “무역전쟁은 좋은 것이다. 우리가 쉽게 승리할 것”이라며 대 중국 무역전쟁을 선언했다. 이후 현재까지는 상대적으로 중국이 웃고 있다. 중국은 위안화 강세와 반중정서의 확산에도 불구하고 한때 사상 최대 규모의 대미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미국보다 더 많은 우군도 확보했다.    

  

미국은 대중 경제 제재·압박이 부메랑이 돼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맞았다. 중국의 굴기를 저지하지도 못했다.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는 미중 대립구조 속에서 한계에 직면한 미국은 '동맹과 함께'하지 않으면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조바심이 앞서 초조하고 불안하다.    

 

미국의 대중국 전략이 실패한 이유는 중국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탓이다. 효율적인 전략을 구사하지 못하고, 공격의 적기도 놓쳤다. 중국의 경제력은 2023년 말 현재 미국의 72% 수준이다. 덩치가 커진 중국을 미국이 힘으로 무너뜨릴 수는 없게 되었다. 동맹·우방들과 함께 중국의 발전을 억제하려고 하나 각기 이해관계가 다르다.      


20여 년 동안 서로 얽히고 설킨 지구촌의 세계화·공급사슬에서 미국이 추구하는 디커플링은 쉽지 않았다. 중국의 발전을 멈출 수도, 변화시킬 수도 없다. 속도를 늦출 수 있을 뿐이다. 덩치 큰 중국을 막아서겠다는 건 강물이 바다로 흐르는 걸 막겠다는 것이다.       


미중 갈등·대립은 '현대판 패권전쟁'이다.      


미중 패권전쟁은 무역·기술을 넘어 그 영역이 전방위적 대결 양상이다. 이런 상황이 미중 간의 전략경쟁인가, 아니면 패권전쟁인가? 각 언론과 학계에서는 경쟁과 전쟁을 구분하지 않고 쓰고 있다. 필자는 시종 ‘전쟁’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왔다. 왜냐면...


우선 미국은 ‘적’이나 ‘전쟁’이라는 용어 사용을 자제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2월 뮌헨안보회의 연설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적’이자 ‘경쟁국’으로 규정했다. "우리는 함께 중국과의 장기적이며 전략적인 경쟁을 준비해야 한다.”면서 "중국과의 경쟁은 치열할 것이다.”고 말했다. '극한 경쟁'을 예고한 것이다.     


바이든 정부는 출범 초기 중국과의 전면적인 체제경쟁이 아니라 전략경쟁을 택했다. 미중 간의 대결이 불가피하지만 상호 의존성이 높아 신냉전이나 디커플링은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능력과 의지, 인식 측면에서 중국이 강대국의 자질을 갖춘 패권 도전국(=적)이라고 보았다.   

   

중국을 향한 미국의 압박과 공세는 미중 수교 45년의 역사를 통해 가장 강력하고 전면적이다. 중국이 마지노선이라고 주장해 온 핵심이익, 즉 대만·홍콩·신장(新彊) 문제에서 나아가 중국공산당 체제를 공격하고 있다. 미국은 체제가 다른,  특히 ‘미국의 가치에 도전’하는 중국과 같이 가기 어렵다고 본다. 미국에 중국은 경쟁 대상이 아닌 죽여야 할 적국인 것이다.      


중국은 경쟁전쟁이라는 용어의 사용도 거부한다.

대신, 미중관계의 성격 변화를 긍정적인 의미로 규정하기 위해 ‘분투’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 경쟁하지 않고, 자신들이 먼저 도발하지 않으며, 미국이 때리면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중국은 패권을 추구하지 않으며, 단지 끊임없이 발전하려 한다고 말한다. 양국의 입장·태도를 보면 전략경쟁인지 패권전쟁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사실 미중관계는 적대적이고 경쟁적인 두 측면을 갖고 있다.

우선, 서로에 대한 전략적 우위를 점하기 위한 것이라면 전략경쟁이다. 양국 모두 치열하게 싸우되, 파국은 지양하며(鬪而不波), 적절하게 관리하려 한다는 점에서도 전쟁보다는 경쟁이 맞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양국이 서로 물러설 수 없는 게임이라는 것이다. 깊은 불신·적개심으로 사사건건 충돌하며 ‘총성 없는 전면전’을 하고 있다. 디리스킹으로 재포장된 디커플링의 실체는 신냉전이다. 냉전은 체제·이념 전쟁이고, 끝까지 가는 문명충돌이다. 미국은 중국을 철저히 배제하는 새로운 국제질서를 구상하고 있다. 중국도 미국이 주도하는 소위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거부하고 바꾸고자 한다.     


요컨대, 미중 간의 전쟁 같은 경쟁은 단순한 세력경쟁이 아니라 패권다툼이며, 궁극적으로는 생존게임이다. 서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사활을 걸고 싸우는 패권은 경쟁이 아니라 전쟁의 대상·목표다. 미국이 자주 사용하는 중국과의 ‘극한 경쟁’은 전쟁과 다름없는 말이다.      


2024년 1월 현재, 미중 양국은 일정한 선(레드라인)을 두고, ‘극한 경쟁’이라는 말로 포장된 패권전쟁을 하고 있다. 오늘날의 핵(核) 시대에 과거와 같이 무력을 통한 패권전쟁은 공멸이다. 새로운 형태의 패권전쟁은 공멸의 위험을 피하면서 세계의 정치경제 지배권을 장악하기 위한 ‘규범·질서 전쟁’이다. 미중 대결은 신냉전의 변종이자 문명화된 형태의 ‘현대판 패권전쟁’인 것이다.


전쟁의 진행 양상과 추세


미국과 중국은 규칙·공정이 선(善)인 경쟁을 넘어 상호 배제·타도를 추구하는 전쟁을 하고 있다. 그동안의 전쟁은 주로 미국이 공격하고 중국이 맞대응하는 양상이었다. 양국 간의 치열한 공방전은 아래와 같이 매 2년마다, 3차례 국면이 전환되는 양상을 보이며 전개되었다.   

  

1라운드(2018.7~2020.6): 무역·기술전쟁     

  

미국에 의한 무역전쟁 개시 직후 국내의 많은 관측자들은 미국의 일방적 승리, 즉 중국의 조기 굴복을 점쳤다. 이념·진영의 논리에는 논리가 없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이 예측은 빗나갔다. 무역전쟁 1라운드는 미국이 중국을 압도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미국의 압박·제재는 중국을 아프게 했지만 미국병의 치유와 '더 나은 재건'에 도움을 주지 않았다. 오히려 중국을 세차게 때린 미국이 더 아팠다. 중국은 뜨거운 맛을 보았으나 맷집을 키웠다. 싸울만하다는 생각도 가질  있었다.     

 

약 2년의 무역전쟁에서 중국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었다. 사상 최대의 무역흑자를 냈다.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면서 대미 의존도를 크게 줄였다. 승기를 잡은 중국은 선전하며 성장을 지속,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도 강화되었다. 반면, 미국은 대 중국 무역적자를 줄였지만 전체 대외 무역적자는 급증했다. 내부 공급망이 무너졌다. 전쟁 와중에 닥친 코로나19 팬데믹은 보기 민망한 미국 사회의 치부·민낯을 보여주었다.

    

2라운드(2020.7~2023.7): 디커플링·신냉전·문명충돌     


2020년 7월, 중국의 홍콩보안법이 시행된 후 미중 갈등은 경제·안보를 넘어 이데올로기 영역으로 확대되었다. 2021년 1월, 바이든 정부가 출범하면서 전쟁은 새로운 양상을 보였다. 바이든 정부는 무역·기술전쟁에서 나아가 체제·이념 중심의 신냉전을 추구했다. 무역전쟁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고, 혼자서는 벅찬 미국이 ‘동맹과 함께’하는 대 중국 봉쇄전략을 추진했다.     


바이든 정부는 대 중국 압박의 강도와 범위를 크게 늘렸다. 그런데 가용 자원이 부족했다. 미국은 군사력을 최대한 활용하며, 돈이 크게 들지 않는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 대결, 체제경쟁으로 전쟁을 프레이밍 했다.      


미국은 특히 첨단기술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 배제(탈동조화)를 적극 추구했다. 우크라 전쟁을 동맹 규합의 계기로 활용해 대 중국 봉쇄망을 완성했다. 미국의 대 중국 전략목표는 시진핑의 중국공산당 타도, 중국의 구소련화였다.     


중국은 자국의 붕괴를 추구하는 미국에 대한 환상을 버렸다. 2021년부터는 맞짱의 자세로 전환했다. 시진핑 주석은 2021년 7월 1일 당 창건 100주년 기념식 연설에서 미국에 “우리를 괴롭히며, 선생처럼 기고만장하면, 머리가 깨지고 피가 흐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 침략을 계기로 진영의 대결 구도를 더 뚜렷하게 만들었다. 전쟁은 민주 진영의 연대·단결을 굳게 해주었다. 미국은 동맹을 최대한 동원·규합하면서 탈동조화·신냉전의 편 가르기 방향으로 나아갔다.


미중 패권전쟁 상황에서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에 입각한 대 중국 전략은 국제적 신뢰와 정당성을 얻지 못했다. 여전히 예외주의적인 패권국의 모습이었다. 미국은 중국이 굴복하지 않고, 자국의 공세가 자신의 발등을 찍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가혹한 디커플링이나 신냉전이 가능하지 않는 현실도 깨달았다. 손에 잡히는 동기·이익을 주지 않고 동맹들과 가치 연대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사실도 알았다.  

    

미국은 망설이는 동맹과 불만을 제기하는 다국적 기업, 승기 잡은 중국과의 싸움에서 지쳐갔다. 중국은 고통 속에서도 흑자이고, 혁신과 자립·자강을 앞당겨 나갔다. 미국은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보폭을 사상 최대로 넓혀주었다. 미국의 입지는 좁아지고, 여전히 오만한 정책들은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한편, 각자도생 하며 헤쳐 모이기 시작한 국제사회에서는 상대방의 동맹을 훔치고 친구를 뺏는 싸움이 치열했다. 크게는 미국 편의 G7·NATO 대 중국 편의 BRICS·SCO 간의 대치 양상이었다. 중국과 러시아가 손 잡고 미국에 대항했다. ‘마음에 맞는’ 동맹 규합에 힘쓰는 미국의 합종(合縱) 노력에, 중국은 각국의 개별적인 이해관계를 파고들며 연횡(連橫)을 도모했다. 190개 유엔회원국 중 약 70%의 나라들이 중국 편향을 보이는 가운데 얕으나마 문명충돌의 모양새도 나타났다.      


3라운드(2023.8~현재): 전략의 재정비·강화     


전쟁의 양상과 파급효과 대부분은 미국에 유리한 것이 아니었다. 디커플링은 모두를 가난하게 만들었다. 자원의 무기화, 공급사슬 혼란 등으로 국제무역이 위축되고, 비용도 늘어나 세계 경제성장은 발목이 잡혔다. 미국의 앞마당이었던 중동·중남미 국가들의 흔들림은 미국을 곤혹스럽게 했다.


갈수록 꼬여 가는 형국에서 미국은 대 중국 전략을 수정해 간다. 2023년에는 탈동조화(decoupling)를 디리스킹(de-risking: 위험 완화)으로, 30여 년 동안의 미국식 시장경제 모델이었던 워싱턴컨센서스를 신워싱턴컨센서스로 전환했다. 첨단기술 제조시설 건설을 촉진하는 미국의 반도체지원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같은 새로운 산업전략은 사실 중국 국가자본주의 방식 그것이었다.

    

전쟁의 여파 등으로 어려워진 미중 양국은 이견을 관리하고 경쟁이 충돌을 빚지 않게 관계 안정화를 모색했다. 2023년 11월 미중 정상회담 합의는 미국이 중국과의 제로섬 게임이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동안 미국은 중국에 지는 게임을 해온 것이다.

    

그렇다고 미중 패권전쟁이 완화된 것은 아니다. 서로 대전략을 수정해 가면서 전쟁을 가속화하고 있다. 2023년 8월, 미국은 디리스킹의 일환으로 AI·반도체·양자컴퓨팅 등 3개 첨단기술 분야에서 대 중국 자본 투자를 전면 제한했다. 금융전쟁을 본격화한 것이다. 10월에는 엔비디아 저사양 AI칩까지 수출을 금지하고, 핵심 산업의 공급망을 직접 통제하는 조치도 강화했l다.


생각건대, 미국이 자유시장경제라는 미국 고유의 정체성을 변경하면서까지 중국 견제를 강화하는 것은 중국의 굴기가 그만큼 위협적이라는 의미다. 또 미국이 체제·이념 대결을 강화하며 중국 사회주의 체제와 시진핑 정권의 붕괴를 추구하는 것도 역설적으로 미국식 자본주의·민주주의 체제가 위기임을 반증하는 것이다.

     

미국의 변화는 중국의 대미 전략의 변화를 촉진했다. 그동안 미국의 공세에 수동적으로 대응해 온 중국은 이제 맞대응에서 나아가 공격적인 자세로 전환했다. 2023년 8월, 중국은 미국의 규제에 대응, 차세대 반도체 소재로 주목받는 희귀광물인 갈륨·게르마늄에 대한 수출통제를 시행했다. 마이크론·애플 등에 대한 규제도 강화했다. 희토류의 수출 통제도 시행했다. 중국도 자신들이 비교우위를 점하고 있는 분야를 대미 공격의 수단으로 쓰기 시작한 것이다.

    

2023년 말부터 전쟁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미국의 공격과 중국의 방어 구도로 전개되어 온 미중 패권전쟁이 중국이 공격과 방어를 병행하기 시작했다. 또 새로운 것은 중국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처음으로 자신감을 공언한 것이다. 2023년 12월에 열린 중공 중앙외사공작회의에서 시진핑 주석은 “중국은 대외 사업에서 큰 풍파를 헤치며, 어려움과 도전에서 승리했다.”고 사실상 중국의 승리를 선언했다.

     

전쟁의 특징·관건     


5년 여의 미중 패권전쟁이 내보인 특징은 다양하다. 

경쟁은 백 년의 미국 패권을 뒤집으려는 백 년 만의 중국 패권 꿈 간의 싸움이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동양의 강대국과 서양의 초강대국 간의 겨룸이다. 또 세계 최대의 선진국과 세계 최대의 발전도상국, 세계 최대의 채무국과 세계 최대의 채권국 간의 전쟁이다. 냉전이 군사·이념 위주의 극한 대결이었다면, 현재 미중간 신냉전은 과학기술·첨단산업 중심의 패권전쟁이다. 무엇보다 국가가 주도하는 중국식 자본주의 체제와 민간 시장이 주도하는 미국식 자본주의 체제 간의 전쟁이다.    


그동안 미국의 대 중국 공세는 민주주의·인권 등 보편적 가치를 강조하고,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 프레임으로, 동맹·우방국들과 함께 빅 텐트를 구성하는 것이었다. 미국이 추구한 신냉전· 탈동조화 등 ‘21세기형 봉쇄전략’은 한계를 보였다.

   

미국의 공세에 대한 중국의 대응은 역사가 주는 경험적 지혜와 특히 ‘손자병법’ 술을 활용하는 것이었다. 강한 적과는 직접 부딪치지 않는다. 거센 파도가 다가오면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적이 다가오면 후퇴하고, 적이 후퇴할 때 괴롭힌다. 큰 싸움을 하지 않고, 전략적 기회의 시기를 잘 넘긴 후의 부전승이 최고다.


역사를 마치 종교처럼 여기는 중국인들은 상상력을 뛰어넘는 시간 개념도 설정한다. ‘2개 100년 계획’, ‘100년 만의 대변화’ 등이 그것이다. 장기전에서는 지구전술과 연횡전략, 농성전으로 버티는 것이다.  

    

--------------


향후 2(현재~2025)의 내실 다지기가 승부를 좌우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은 각기 패권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관건의 시기를 설정했다. 미국은 가장 위험한 구간(danger zone)이자 중국의 부상을 저지할 수 있는 최후의기간으로 '10년(2021~2030)’을, 중국은 ‘중국몽' 실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전략적 기회의 시기로 '5년(2020~2025)’ 설정했다. 이 기간 동안의 총력전 결과는 미중 패권전쟁의 승패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양국 모두 결정적인 한방이 없는 실정에서 패권전쟁은 또 하나의 체제경쟁일 수밖에 없다. 우선 대내적으로 누가 자국의 체제 더 탄탄하게 다지느냐, 특히 전례없는 국가적 불화외 분열의 위기에 처한 미국의 ' 더 나은 재건' 여부가 관심사다. 대외적으로는 누가 양질의 우방을 더 많이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다. 결국 미중 양국 중 자국민과 인류의 삶을 개선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먼저 증명해 낸 국가가 최종 승자가 될 것이다.     


 2023년 말, 중국의 GDP는미국의 72% 수준이다. 근래 중국 경제의 저성장 등으로 양국 간의 격차가 예상만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양국관계의 부침과 전쟁의 양상은 해마다 다르다. 오래갈 장기전은 차분하게 지켜볼 일이다. “잠시 강하고 약한 것은 힘에 달렸지만, 백년·천년의 승부는 이치에 달려 있다.”고 한다. (끝)     

이전 10화 미중 우주·사이버 전쟁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