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니치 Jan 31. 2024

미중관계의 조정·협력 가능성

- 희망은 없을까?

    

전쟁 5년의 결과: 침체·혼돈

 

지난 6년의 세계경제는 설상가상(雪上加霜)이었다. 미중 패권전쟁과 코로나19 팬더믹으로 시작된 불황 조짐은 전 세계로 확산되었다. 경제 성장의 기관차 역인 미국·중국·EU의 경기가 둔화되었다. 우크라 전쟁 이후 에너지·식량 위기에 인플레이션이 고조되면서 세계경제가 불황의 늪에 빠졌다.      


역사의 반복인가? 20세기 중반의 2차 세계대전은 1차 대전 후 ①스페인 독감, ②초(超) 인플레이션, ③대공황, ④금융질서 붕괴를 거치면서 발발했다. 21세기 초, 코로나19 사태와 미중 패권전쟁이 촉발한 침체·혼돈은 다시 대공황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지구촌 파멸을 가져 올 핵전쟁과 기후변화 위기는 G2인 미중이 협력해야 예방할 수 있다. 그런데 글로벌 리더십은 실종되었다. 미국과 중국은 국제공공재를 제공할 의지가 없다. 역량도 안 되는데 패권다툼 중이다. 양국은 상대를 죽이려 하지만 상대가 죽으면 자신도 죽게 돼있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이 터진다.  

    

미중 패권전쟁은 세계질서를 위협하는 지정학적 문제이다. 지난 43년 동안 세계 평화·번영을 리드해 온 미중관계의 파멸은 지구촌 멸망을 가져올 것이다. 미중 양국의 최고지도자들이 역설하듯  "오늘날 세계는 역사적인 변곡점·고비에 서있다.” 그렇다면 미중관계가 다시 협력적인 경쟁, 선의의 체제경쟁 관계로 조정될 가능성은 없는 것일까?     


미중관계의 조정·협력 요인과 제한 요인     


미국과 중국이 대결적인 전쟁을 협력적인 경쟁으로 조정해야 할 필요성은 다음과 같은 요인들 때문이다.    

  

첫째, 미중 경제관계는 투이불파(鬪而不波: 싸우되 판은 깨지 않는다) 관계다.


현재 미중 간에는 다툼이 불가피하나 양국은 헤어질 능력이 없다. 그동안 미중관계는 ‘차이메리카 (Chimerica)’·‘슈퍼퓨전(Super Fusion)'이라는 개념으로 이해되었다. ‘경쟁적 공존’ 또는 상호의존 관계였다. ‘이혼을 선택할 수 없는 결혼’ 비유되기도 했다. 중국은 미국의 채권을 다량 구매하고, 미국은 그 돈으로 중국산 저가 제품을 수입해 살았다. 차이메리카는 미중 양국의 경제는 물론 세계의 성장을 주도해 왔다. 하루아침에 양국관계의 단절·파탄을 가져 올 디커플링이나 신냉전은 가능하지 않다는 이다. 경제적으로 한 배를 탄(同舟共濟) 양국이 전면 대결·충돌할 가능성도 희박하다.      


둘째, 미국은 중국과의 패권전쟁에서 쉽게 이길 수 없다.


빚더미 속에서 허덕이는 미국은 직접 전쟁할 여력이 없다. 신냉전을 치를 능력도 없고, 매력 있는 민주주의 국가도 아니다. 중국을 압도하는 글로벌 리더로 세계를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이다. 좁은 대만해협 전쟁에서도 중국을 이길 수 없다. 원격 차단능력과 극초음속 미사일을 가진 중국은 미국의 핵무력을 억제할 수 있다. 중국을 공격해 미국이 얻을 수 있는 이익도 거의 없다. 그동안 미국의 공격은 중국을 아프게 했지만 미국도 그만큼 아팠다. 중국의 맷집을 키웠고, 자립자강과 혁신 능력을 도와주는 부메랑이 되었다. 서방 진영의 단결을 도모하긴 했지만 나머지 국가들 대부분은 미국 반대 편으로 헤쳐 모였다. 자체의 생존·번영도 어려운 미국은 중국과 전쟁을 계속할 것인가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셋째, 미중 간의 경쟁 아닌 전쟁은 지구촌의 재앙이다. 


G2인 미중은 국제문제를 해결할 책임이 있는 대국이다. 강대국으로 존중을 받으려면 그만큼 세계의 평화·번영에 필요한 공공재를 제공해야 한다. 지구촌은 지금 대침체·혼돈은 물론 기후·에너지 위기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세계적 재앙은 자국 우선주의와 각자도생으로 해결할 수 다. 국이 앞장서서 국제기구들의 역량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

 

이렇듯 협력적인 미중관계가 절실함에도 사정은 여의치 않다. 다음과 같은 요인들이 미중관계의 정상화를 방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투퀴디데스가 패권전쟁의 원인으로 지목한 근거 없는 자신감·두려움이다.


패권국과 도전국의 무지로 인한 지나친 두려움·자신감은 전쟁을 유발하는 주요인이다. 멀리 되돌아가 보자. 그리스 아테네와 스파르타 간의 패권전쟁(헬로폰네소스 전쟁)은 예정된 전쟁이 아니었다. 쌍방은 갈등을 조정해 협력적인 평화조약을 체결하는 등 전쟁을 피하려고 노력했다. 어찌할 수 없는 인간의 탐욕과 권력욕이 문제였다. 무지와 부질없는 욕심들이 낳은 부정적 ‘증후군’들로 인해 불가피한 전쟁이 되고 말았다. 아테네 제국의 오만과 탐욕, 예외주의가 그리스 내부 질서를 파괴하면서 발발한 패권전쟁은 그리스 세계의 파멸을 가져왔다. 오늘날 미중 양국은 일방이 타방을 무너뜨릴 수 없는데도 상대방을 과소평가하며 전쟁 승리를 말하고 있다. 5년 여의 전쟁이 대침체·혼돈을 초래했는데도 미국은 10년, 중국을 30년 전쟁을 계속할 태세다.


둘째, 무릇 전쟁은 국내 정치의 연장선상에 있다. 


“전쟁은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의 연속이다.” 미중 무역전쟁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제조업의 공동화에 따른 실업과 경제침체의 책임을 중국에 전가하면서 시작했다. 선거에서 많은 정치인들은 적을 만들고 악마화해 무지한 국민들의 표심을 자극한다. 승리한 후에도 반중정서 프레임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다. 선거 민주주의 정치가 미중관계의 중요성을 왜곡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에 대한 강경 기조가 초당적 컨센서스를 이루고 있는 워싱턴 정가에서 반중 여론과 정서는 무시할 수 없다. 미국에는 적들에 대항해 ‘십자군 전쟁'을 벌이기 좋아하는 전통이 있다. 국가 안보에 관한 한 상대보다 더 강경해야 한다는 것도 미국 정치의 관행이다.

     

셋째, 패권전쟁의 본질은 체제·이념, 문화의 차이에서 비롯된 문명충돌이다.


무역전쟁은 관세폭탄을 넘어 곧바로 반도체·AI·양자컴퓨터 등 첨단기술의 표준 영역으로 확대되었다. 미국은 ‘동맹과 함께’ 전쟁을 수행하며 체제·이념 전쟁으로 몰고 갔다. 미중 양국은 편 가르기에 주력, 전쟁은 신냉전에서 나아가 서구·비서구 간의 문명충돌 양상으로 변화하고 있다. 신냉전이나 문명충돌은 협상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그 무게만큼 끝까지 가는 무서운 전쟁이다.     


미중 양국의 입장과 갈등 관리 노력     


미중관계는 양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관계다. 국은 대결적 전쟁이 가져 올 폐해와 결과를 잘 알고 있다. 상대방의 거대 시장과 잠재력을 버릴 수도 없다. 전쟁에서 이길 수 없고, 전쟁은 곧 공멸이다.      


그런데도 미중관계의 조정·협력 방향으로의 전환 요인과 이를 가로막고 있는 요인 간의 싸움은 패권전쟁보다 뜨겁다. 


그동안 미중 양국은 전쟁이 고조될수록 상호 소통 채널을 유지하고, 경쟁을 책임있게 관리할 것강조했다. 양대 경제대국 간의 갈등·경쟁이 대립·충돌로 가지 않게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공격적 자세를 점차 완화해 온 미국     


먼저, 그동안 외우내환(外憂內患) 상황에서 대선을 앞둔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입장·언술은 날이 갈수록 진지해졌다. 그의 관련 주요 발언은 다음과 같다.


- "양국은 차이점을 해결할 수 있다. 경쟁이 충돌로 이어지지 않도록 관리하며, 협력을 필요로 하는 국제 의제에서 방법을 찾아야 할 책임이 있다.”


- “양국이 충돌에 빠질 이유는 없다. 양국 간 지속적인 교류·대화와 중요하고 우선적인 영역에서 오판·충돌을 피할 수 있는 관계정상화를 원한다.”


- “도전을 해결하고 기회를 잡기 위해 국제사회는 단결해야 한다. 우리 모두 안전하고 평화롭고 역동적인 미래를 건설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미국은 양국 간의 협력적 경쟁에 대한 인식·원칙으로 ‘극심한 경쟁’과 ‘디리스킹(de-risking)’을 강조하고 있다.  “중국이 지금 우리의 안보와 번영, 가치들에 도전하고 있어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미국에 제기되는 리스크와 관련 우리의 최첨단 기술이 중국에서 군사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간과할 수는 없다. 경제·기술을 포함한 다양한 차원에서 중국과 열심히 경쟁하고, 미국의 가치를 수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맹·파트너 국가들과 연대해 중국식 질서가 기존의 ‘규칙에 기반 한 질서’를 대체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 입장도 확고하다. 미국은 신냉전· 디커플링 등으로 중국을 고립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에 속하는 것이 중국도 이득이라는 점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대미 설득, 대내외 선전에 주력해 온 중국     


그동안 중국은 "상호존중과 평화공존, 협력과 '윈윈'의 원칙을 강조해 왔다. 협력에 초점을 맞추고, 갈등을 관리 통제하며, 양국관계의 건강하고 안정된 발전을 추동하기를 희망해 왔다.     


중국은 주요 계기 때마다 미국은 물론 국제사회를 향해 G2로서의 자긍심을 강하게 드러냈다. 동시에 국제사회의 책임대국으로서 대안을 제시하며 자국의 입장을 홍보하는데 주력했다. 중국의 입장에는 미중 갈등·대립 속에서도 결국 협력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 인식이 강조되었다. 시진핑 주석의 관련 주요 발언은 아래와 같다.


- “현 상황은 양국의 근본 이익과 국제사회의 기대에 부합하지 않는다. 2대 대국인 양국이 옳은 방향을 견지해 미래를 개척해야 한다.”


- “양국은 전략적 용기와 통찰력, 정치적인 대담성을 갖고, 양국관계를 가능한 한 빨리 안정적인 발전의 궤도로 돌려놓아야 한다. 양국이 협력하면 모두 이익을 얻지만, 싸우면 모두 다친다. 협력만이 올바른 선택이다.”


- “핵심 관심사를 존중하고, 이견을 관리하기 위해 접촉·대화하면서 기후변화, 지역분쟁, 경제회복 등 중대한 국제·지역문제를 상호 조정·협력해 가자.”  

   

왕이 외교부장 등은 중국의 굴기에 대한 미국 정계의 과도한 두려움을 완화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중국의 발전은 미국에 도전하거나 미국을 대체하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이기고 지는 것에 내기를 걸어본 적이 없다. 중국의 발전은 미국의 쇠퇴를 전제로 하지 않는다. 우리는 새로운 국제질서를 만들 생각이 없다.”는 등의 발언이 그것이다.      


동시에 중국은 미국의 수사를 ‘아름다운 말’로 이해하고, 미국의 입장 변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중국은 미국이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고, 우리와 충돌하거나 대항하지 않으며, 상호 존중·협력에 초점을 맞춰, 차이를 줄이고, 상호관계의 건강한 발전으로 나아가기를 희망한다.” "상호 존중과 대등성·호혜의 기초 위에 대화·협력을 추진해야 한다"며 화이부동(和而不同)과 화해로운 공생, 상대의 장점에 대한 존중을 강조했다.

      

미중 간의 합의 노력·결과의 의미     


미중 패권전쟁은 미국의 주장처럼 협력·경쟁·대결이라는 3국면을 내포하고 있다. 3국면이 유지되는 가운데 특히 ‘대결’이 충돌로 비화되지 않기 위해서는 전략적으로 ‘경쟁’하는  진지한 ‘협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양국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2021년부터는 미국의 첨단기술 규제가 대폭 강화되고 양안해협의 긴장도 고조되었다. 미국이 중국의 체제·이념과 시진핑 주석을 공격하며 중국공산당 정권 붕괴를 공식화하자 양국은 사실상 적대적 관계로 소원해졌다.      


양국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유지해 온 전략대화에서 경제실무그룹 채널은 형식적으로나마 유지했다. 그러나 충돌 방지에 필수적인 양국 간의 군사소통 채널은 오랫동안 단절돼 왔다. 미국이 중국 국방부장(리상푸)을 제재 대상에 올렸기 때문이다.      


2023년 10월 중국 국방부장이 면직되면서 관계 개선의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했다. 미국은 왕이 중국 외교부장 겸 당 정치국위원 방미를 앞두고 미국의 외교정책 목표가 중국의 정권 교체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양안해협 긴장은 다소 완화되었으나 우크라 전쟁은 유럽뿐만 아니라 세계정치경제 질서를 흔들었다. 국제문제에서 미중이 협력하지 않으면 해결될 일은 하나도 없었다.   

   

양국의 국내 사정도 미중관계 개선을 요구했다. 2023년 중국은 국가전략 조정에 따른 ‘공동부유’ 론 구제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었다. 경제는 부동산 침체와 소비부진 등으로 어려운 국면으로 진입했다. 미국도 외우내환 상황이 더 악화돼 갔다. 대선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은 경제·외교에서 성과가 필요했다. 2023년 10월부터 양국의 경제·금융·안보 수장들이 바빠졌다.      


2023년 11월 15일, 미국 바이든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주석 간의 정상회담이 1년 만에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피롤리 정원에서 개최되었다. 정상회담에서는 미중관계에 대한 상호인식과 경제·통상 이슈에 대한 입장 표명, 양자 협력 확대·재개, 글로벌·지역 이슈에 대한 입장 전달 등이 있었다.

    

- 양 정상은 상호충돌 방지 및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군사 소통, 불법 마약 제조·유통 방지, 인공지능(AI) 활용, 기후변화 대응, 인적교류 분야에서 협력을 재개·확대하는 데 합의했다.


- 양국 간의 핵심 이슈인 첨단기술·수출규제와 공급망 등 경제안보 이슈, 대만 문제는 입장 차이를 재확인하는데 그쳤다. 양국관계의 핵심적인 문제와 글로벌 안보 이슈에 대한 합의는 도출하지 못한 것이다.     


양국 정상이 직접 소통해 갈등 증폭 우려를 해소했다는 점은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은 마약방지 협력, 군사대화 재개 등 실용적 성과를 강조했다. 중국은 양국관계 개선을 위한 중국의 원칙과 비전 제시 등 장기적·전략적 성과를 중시했다. 양국관계의 협력관계로의 조정은 지나친 기대였다.

------------------


휴전이나 종전 협상도 아니고, 전쟁 중에 수장들이 잠시 만났는데 합의에는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양국은 상대방의 굴복·몰락을 추구하는 패권전쟁 이슈는 자국의 입장만을 확인했다. 양국의 공멸을 초래할 수 있는 글로벌 이슈(상호 충돌(핵전쟁), 기후변화 위기, AI 악용 방지)에서만 일정한 합의를 이루었다.      


미국은 중국을 공격하는 과정에서 대결이 공멸전쟁으로 가지 않도록 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중국은 시간을 벌면서 미국의 공세를 무디게 하고, 자국이 대체세력이 될 수 있음을 알리며, 그 기반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미중 패권전쟁이 신냉전·문명충돌이라는 점에서도 당분간 미중 간의 ‘협력적인 경쟁’으로의 조정 가능성은 낮다.       


그렇다면 향후 미중관계의 향방은 두 가지다. 하나는 양국이 갈등·대립을 원만하게 관리·통제해 가며 싸울 만큼 싸운 후, 각자 힘의 크기만큼의 권력을 분점하는 국제질서에 합의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전쟁이 악화일로를 거듭하는 가운데 상호 갈등·대립을 통제하는데 실패, 극단적 상황에서 예상되는 세계적인 대혼란 가능성이다. (끝)

이전 12화 미중 패권전쟁의 향방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