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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치 Apr 03. 2024

미국의 대 한반도 정책

남의 ‘탈아입미·입구(脫亞入美·入歐)’, 북의 ‘탈민족’ 바람은?

미국의 대 한반도 정책은 외교정책이다. 남북한을 자국에 유리하도록 유도해 자국의 위신·영향력을 제고하는 것이다. 정책은 다양한 수단을 통해 구현된다. 기본적으로는 군사·경제력 등 힘으로 지배하는 ‘하드 파워’와 문화·이데올로기 등으로 자발적 동조를 이끌어내는 ‘소프트 파워’를 사용한다.

     

‘공공외교(public diplomacy)’와 ‘샤프파워 (sharp power)’도 중요한 수단이다. 공공외교는 자국에 대한 외국 국민들의 이해·신뢰를 증진시켜 긍정적인 국가 이미지와 브랜드를 만드는 외교활동이다. 샤프파워는 은밀한 정보조작이나 보복 등으로 타국 내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활동이다. 하드 파워와 소프트 파워를 결합한 ‘스마트 파워’도 있다.         


주목할 것은 강대국의 외교정책에는 공식적으로 ‘표명된 정책(stated goals)’ 속에 실질적으로 추구하는 '진정한 목표(real purpose)'가 숨어있다는 것이다. 그럴듯한 명분·언술로 포장해 발표한 정책은 실질목표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손자병법』이 말하는 위태롭지 않을 지피지기(知彼知己 百戰不殆)를 위해서는 표명된 정책과 함께 정책의 실질목표에 대한 통찰·이해가 필요한 것이다.

      

과거 한반도의 일제 식민지배와 남북 분단·전쟁 과정에서 한국은 미국 등 강대국 정치와 그들의 정책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 매수난을 당했다(不知彼不知己 每戰必殆). 현재 미국의 대 한반도 정책도 그 이해를 방해하는 요인들이 존재한다. 6·25전쟁과 이후 미국과 한미동맹 '신화'에 가스라이팅된 한국인들의 심각한 트라우마와 비정상적인 인식·의식은 정상적인 사고와 표현을 제한한다. 그 연장선에서 미국의 적인 중국에 대한 선입견과 반공의 논리도 중국과  미중관계의 바른 이해를 방해하는 비정상이다. 이런 점 고려하며 미국의 정책부터 파헤쳐보자.

    

대 한반도 정책의 목표·기조     


미국의 대 한반도 정책목표는 세계정세 변화에 따라 조정돼 왔다. 냉전시기에는 한국 방위와 공산권 팽창 저지에 주력했다. 탈냉전기에는 북한위협 제거(비핵화·비확산)와 경제이익 확대, 글로벌 안보문제 해결에 한미동맹을 활용하는 것이었다.   

   

대 한반도 정책의 우선적인 목표는 동아시아 지역패권 유지·강화에 있다. 중국의 대 한반도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미국은  ①동맹 파트너인 한국과의 새로운 관계 설정 및 한미동맹 강화 ②핵의 비확산을 중심으로 한 북한 관리 ③중국 견제·봉쇄에 필요한 한국의 역할 재설정 등을 정책기조로 삼고 있다.

     

미국의 주요 관심사는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 북핵·북한 문제를 대 중국 견제·봉쇄의 명분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미국은 한국이 중국 편으로 기우는 상황을 극구 경계한다. 한미동맹을 미일동맹과 연계시켜 한미일 3국 동맹의 형성을 추구한다. 한국은 쇠락한 미국의 경제와 세계패권 재건 과정에서 유용한 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대 한국 정책기조는...

     

보다 구체적으로 남북한에 대한 미국의 정책을 구분해 살펴보자.


최근 미국의 대 한국 정책은 2022년 5월 한미정상회담 후 발표한 '한미정상 공동성명'에 잘 나타나 있다. 이 성명은 3개 파트인 「①평화·번영을 위한 핵심축 ②전략적 경제·기술 파트너십 ③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 한반도를 넘어서」로 구성됐다.     


두 정상은 한반도를 넘어선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나아가 "민주주의와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 촉진, 부패 척결 및 인권 증진이라는 양국 공동의 가치에 기반한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에 대한 서로의 의지를 재확인했다.”

    

중국과의 패권전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은 한국이 민주주의 수호에 동참하길 원한다. 또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과 인권·민주주의· 법치를 위한 공동의 시각을 (한국과) 달성할 수 있기 바란다. 나아가 한국이 민주주의와 보편적 가치를 수호하는 원칙을 지닌 나라라면 이런 시각을 공유해야 한다.”고 압박한다.

    

미국은 또 한국도 자국과 함께 중국에 맞서길 바란다. “한미동맹은 동북아시아,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지역, 그리고 전 세계의 평화·안보·번영의 핵심 축”이라며 “북한과 중국의 전례 없는 위협으로 한미동맹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런 만큼 “한미동맹을 유지·강화해 다가올 수십 년의 기초를 닦아야 한다.”고 압박한다.    

 

미국은 2022년부터 한국을 자국의 전략 속에 단단히 결박하고, 한미동맹의 위상을 격상시키면서, 대 중국 견제와 민주주의 동맹에 기여하는 한국을 추구하고 있다. 미국에 대 중국 견제에 역할을 하지 않는 한미동맹은 의미가 없다. 그로 인해 남북관계는 완전 단절되고, 북한은 반통일·탈민족을 선택했다. 한국이 중국·러시아와 갈등대립하는 구도도 형성되었다. 반도국가 한국이 북방 3국과 척을 진채 해양세력의 일원이 된 것이다.


특히 한국은  ‘탈아입미(脫亞入美):  미국화)’한 후에는 나토의 초청국이 돼 ‘탈아입구(脫亞入歐: 유럽화)’ 하고 있다. 섬나라 일본이 개화기에 그렸던 이런 그림은 미국이 오랫동안 추구해 온 동아시아 전략구도다. 19세기 말 청나라가 조선을 자국에 결박하며 속국화하려 했던 것과 같은 고육지책이다.

    

미국은 대 한국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가능하면 협력적으로 하되, 필요하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 2013년 12월 바이든 부통령은 방한 시 “미국의 반대편(중국)에 베팅하는 것은 좋은 베팅이 아니다.”라며, 중국 편을 들지 말라고 주문했었다. 2022년 5월 대통령 자격으로 방한했을 때 그는 “한국이 미국을 반대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은 없다.”고 경고했다.


과거 한국에서 미국과 한미동맹을 반대하거나 비판하는 사람은  '역적'으로 간주되었다.  독재정치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감옥에 갔으나, 민족과 통일을 외치는 사람들은 죽임을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미관계에서 미국의 중요 정책이 관철되지 않은 경우는 거의 없다. 지난 시기 한국 내 일각에서는 SSKK란 말이 회자되었었다. 윤석열 정부는 미국의 희망사항을 적극 수용하고 있다. 한미동맹의 글로벌화는 물론 그간 한미 간의 쟁점이었던 종전선언과 전시작전권 환수 반대, 유엔사 역할 증대, 한미동맹 및 한미일 안보협력이 강화되고 있다.


날이 갈수록 유럽·미국 중심의 서구 시대가 저물어 가는 징후들이 확연하다. 미국의 뉴욕 지하철에는 쥐떼가 출몰하고, 영국 런던의 뎀즈강과 프랑스 파리 지하철에는 악취가 진동한다. 유럽연합 (EU)의 경제 중심이던 독일도 전례없는 내리막 길에 섰다.


역사가 서에서 동으로 이동하며 동아시아 중심의 '아시아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데, 한국의 발길은 어디를 향해 가는가? 역사를 거스르는 시대착오가 아닐 수 없다.

     

대 북한 정책기조는...        


미국의 대북정책과 북핵정책은 시기별로 4단계로 변화해 왔다. ①북미 기본합의(1994-2002) ②6자회담(2003-2009) ③제재(2006-2017) ④정상회담(2018-2021) 단계가 그것이다. 이 정책들은 북한·북핵 그 자체보다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지역에서 미국의 헤게모니를 유지하려는 대전략 속에서 추진되었다. 그러나 북한 변화를 중국을 견제하는 지정학적 자산으로 활용코자 한 미국의 정책은 성공하지 못했다.

 

30년 미국의 정책이 성공하지 못한 이유    

 

그동안의 미국의 대북정책이 실패한 이유는 여러 가지다. 먼저 미국의 정책이 미중 전략경쟁이라는 보다 구조적인 조건에 의해 제약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있다. 미국의 북한 압박·대화 등은 정책 선호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대북정책을 주도하는 미국 내 네오콘이나 바이든과 같은 ‘신냉전 리버럴'들의 대 북한 인식의 문제도 있다. 그들의 북한문제 인식에는 오인·편견 등으로 인한 혐오, 맥락 무시, 악마화가 지배하고 있다.

      

북한을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되는 '악의 축' 으로 보는 그들에게 미국의 대북정책은 시종 ‘적(악)의 붕괴’ 그것이었다. 1989년부터 주한 미국대사를 지낸 도널드 그래그는 그의 저서 『역사의 파편들』(2015)에서 지난 70여년의 남북한 대결과 비극 뒤에는 미국의 책임이 있다고 고백한다. 미국의 대북정책에는 시종 북한에 대한 선악 이분법과 악마화 전략, 북한은 배제·파괴의 대상, 북한 붕괴론에 대한 맹신이 자리잡고 있었다는 것이다.


오바마 정부 때 대 북한 ‘전략적 인내' 정책의 입안자였던 바이든의 현 정부도 북핵문제에 대해 "외교와 함께 단호한 억지력, 동맹과의 긴밀한 협력”을 강조한다. 그런 한편으로는 북한주민의 기본권과 자유를 요구하며 북한 상황의 변화·붕괴를 기다린다.  ‘전략적 인내’의 연속이다.

      

이런 미국의 대북정책에는 이율배반적인 한계가 있다. 한미동맹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확인하고, 북한에 협상장으로의 복귀를 촉구하지만 겉과 속, 명분과 실질이 다르다. 미국은 북한에 조건 없는 대화를 촉구하나 제재를 양보할 생각이 없다. 한국에는 남북대화와 협력을 지지한다고 하지만 동시에 대북제재 이행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무엇보다 북미회담 재개를 위해 북한에 유인책을 제공할 의향이 전혀 없다.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즉각적인 해법 추구에도 관심·의지가 없다. 현상을 인정하거나 협상을 서두르지 않는다.  ‘공은 북한에 있다’는 입장과 중국의 역할과 책임, 북한에 대한 영향력 행사를 강조한다. 미국은 문제 해결의 열쇠가 아닌 제재라는 만능키만 만지고 있다.  

   

동북아 불안의 원천인 북핵문제가 30년 동안 해결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북한에게 큰 문제가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동아시아 군사 패권국 미국이 북한·북핵문제 해결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 한반도 정책은 동북아 지역의 평화·안정 유지라는 대명제에 따라 이루어진다. 미국은 북한을 ‘불량국가’로 지목하고, 줄곧 핵·미사일, 인권문제 등을 문제 삼아 왔다. 그런데 사실 이 문제들은 미국이 북한문제에 대한 개입의 정당성을 확보해 주고, 동아시아 군사패권 유지에 필요한 전략적 자원들이다.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에서 남북한이 차지하는 의미는 전쟁 중인 동유럽의 우크라이나와 같다. 미국은 러시아 견제를 위해 턱밑 우크라이나를 활용하듯, 한반도를 대 중국 견제에 활용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한반도의 비핵·평화는 중국을 견제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북핵문제가 해결돼 한반도에 평화가 조성되면  남북·한중·북중관계가 개선될 것이다. 남북중 3국 밀착 상황은 미국이 동북아에서 설 땅을 잃게 되는 재앙이다.

   

미국이 북한·북핵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동아시아 패권 유지·강화에 활용하는 사이에 북한은 핵 보유국이 되었다. 최근에는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 핵 능력의 고도화에 주력하고 있다. 2006년부터 18년 동안 사용한 채찍은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이제 핵 괴물이 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달성 가능한 목표가 아니다. 주민 월 평균 실질 임금이 1달러가 채 되지 않은 북한은 핵을 생존을 위한 최후의 보루로 여긴다. 핵 포기 가능성은 없다.

     

한국전쟁 이후 미국의 대북전략은 ‘북한 악마화'와 ‘북한 무시' 전략의 반복이었다. 시종 '북한 붕괴론' 이 지배했다. 북한과의 관련 합의가 제대로 이행될 리 없었다. 대북한 제재가 완화된 적도 없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3년과 2024년 국정연설에서 북한을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북한은 미국의 대북제재 벽만큼 대화 벽을 높이 쌓아 놓았다. 적대시 정책과 제재 완화 등 미국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그 이전에는 대화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20세기의 모든 전쟁은 끝났는데도 한국전쟁은 계속 휴전 상태다. 북한은 지구상에서 미국의 제재를 가장 오랫동안 가장 혹독하게 받아 온 나라다. 2018년과 2019년 역사적인 두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에서 대북 강경파 네오콘인 볼턴을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둔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문제 해결에 관심을 둘 수 없었다. 대신, 가능성 없는 북한 유인과 대선 홍보용 사진 찍기에 열중했다.

    

미국이 북한을 처음부터 자국 주도의 '세계체제' 밖에 묶어놓고, 시종 무시하고 제재하며 세차게 응징해 온 데는 이유가 있다. 첫째는 스탈린이 기획·사주하고 북한이 도발한 6·25전쟁에서 약 15만 명의 미군 사상자가 발생한 것이다.  미국인들에게 한국전쟁은 기억조차 하기 싫은 전쟁이다. 둘째는 1946년~1947년 중국 국공내전의 분수령이었던 동북전쟁에서 미국이 적극 지원한 국민당 군이 북한이 물심양면으로 지원한 공산당 군에게 패배한 것이다. 미국은 북한때문에 거대한 중국을 잃어버렸다. 6·25전쟁 시 미군의 포화 속에서 잿더미가 된 북한에게도 미국은 철천지 원수다. 이게 북미 양국이 지금도 서로를 용서할 수 없게 된 사연이다.

     

미국의 대 한반도 정책의 특징   

  

이 같은 미국의 대 한반도 정책의 특징은 아래와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미국의 대 한반도 정책은 일관된 지정학적 인식·전략이 작용해 왔다.


현재 미국의 대 한반도 인식과 정책은 1945년 남북분단과 1950년 6.25전쟁 시기의 그것에서 큰 변화가 없다. 미국에 지정학적 요충인 한반도는 어느 한 나라가 독점적으로 지배해서는 안 되는 지역이다. 분단된 남한지역은 중국과 러시아의 팽창을 막는 강력한 반공초소, 자국의 불침항모인 일본의 지원기지가 되어야 한다. 일본에 대한 높은 평가와 한국에 대한 낮은 평가, 또는 일본을 중심으로 한 과거의 동아시아 전략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둘째, 미국의 정책은 세계·동아시아 전략과 연계 구조화돼 있다.


미국의 대 한반도 정책은 자국의 세계 전략과 동아시아 전략의 하위체계 속에 연계돼 있다. 미국의 세계전략은 유럽에서는 러시아의 팽창을, 아시아에서는 중국의 영향력 확장을 저지하는 것이다. 세계 제2 군사대국인 러시아와 경제대국 중국을 상대하기 어려운 미국은 모든 것을 '동맹과 함께' 한다. 유럽에서는 나토를 이용해 러시아를, 아시아에서는 한미일 삼각동맹과 아세안을 이용한다.   

   

동아시아는 중국을 둘러싼 전략적 요충이자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지역이다. 미국은 아시아에서의 지역패권국 등장을 방지하고, 동아시아의 현 상태(한국과 중국 분단, 다수의 미군 주둔 등)를 유지하기 위해 대 중국 봉쇄를 강화하고 있다. 이를 위해 미국은 중심축인 미일동맹의 역할과 함께 한국·대만과의 동맹관계도 강화한다.  

    

셋째, 최근 미국은 한국의 탈아입미·입구를 유도하며, 저물어가는 자국 패권의 유지와 대서양 유럽 시대의 연장에 한국을 활용하고 있다.


미국에 “한미동맹은 동북아시아와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지역, 그리고 전 세계의 평화·안보·번영의 핵심 축이다.”  미국은 한국이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적극 지원해 전쟁 승리에 기여해 주기 바란다. 한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민주주의 정상회의’ 멤버가 돼 회의에 3회 참석했다. 최근에는 회의를 주최하기도 했다. 오는 7월에는 서방의 군사동맹인 나토(NATO) 정상회의에도 3회째 참석한다.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은 나토의 아시아화에 기여하고 있다. 한반도를 넘어 남중국해나 양안해협 문제 등에서도 소리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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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무신사(自古無信史), 자고무신책(自古無信策)   

  

한국 근·현대사에서 역사와 강대국의 정치·정책은 자고무신사(自古無信史), 자고무신책(自古無信策)이다. 


거짓·왜곡으로 가득 찬 8·15, 6·25, 5·18 등의 한국 현대사에서 보듯 강자가 공인한 역사는 그대로 믿을 게 아니다. 한반도에서 경쟁 또는 전쟁 중인 주변 강대국들은 모든 수단·방법을 동원해 자국의 정책목표를 달성하고자 한다. 그 본질과 실체를 샅샅이 살펴 제대로 알지 못하면 역사가 반복될 수 있다.

    

미국이 공식적으로 표명하는 대 한반도 정책은 세계 및 동아시아 지역의 평화·안정 유지를 위한 것이다. 실질적으로 추구하는 동아시아 전략의 핵심은 현상유지를 통한 중국 관리다.


미국의 이 전략에 북핵의 한미일에 대한 안보 위협과 한반도 대치 상황은 사실 ‘필요악’이고, 유용한 자원이다. 자국 본토를 향한 북한의 위협이 크지 않고, 관리할 수 있다면 불안한 한반도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유리한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미국의 대 한반도 정책과 한미동맹의 궁극적인 목적은 한반도의 전쟁 억제와 평화 정착, 남북한 교류협력과 통일 실현이 아니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현상유지, 이를 위한 남북·북미 대치의 고착화다. 미국의 외교안보와 한반도 평화·안정의 목표는 하나가 될 수 없다.

     

국제정치란 국내정치와 마찬가지로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지 않는다. 국익이 최고의 선이다. 지난 2년 동안 미국의 대 한반도 정책은 성공적으로 추진돼 한미관계는 “이 보다 더 좋을 수 없다.” 그럼에도 오늘날의 한국은 구한말 고종과 미국·일본이 협력해 ‘잘못 끼운 첫 단추’를 그대로 다시 동여매는 모습이다.


탈아입미에서 나아가 탈아입구하고 있는 한국은 유라시아를 향한 통일한국과 K-문명국의 꿈을 접은 것 아닌가. 일제의 민족 개조가 모자라 이제 인종 개조를 하려는 것 아닌가?


국제정치에서 남에게 의탁하고 기대어 이룰 수 있는 것은 없다. 균형·주도 외교, 주권·주인 의식을 갖고 한반도의 정치력과 구심력을 높여 나갈 때 비로소 최상의 안보와 평화·번영의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대통령도 정치인도 아닌, 오직 현명한 국민들만이 판단·결정하고 이뤄낼 수 있는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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