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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치 Apr 17. 2024

美: "왜 통일을 하려고 하나?"

한반도 통일에 대한 미국의 입장·속내


80년 전 미·중의 한국  독립구상이 현재를 지배

     

1945년 남북분단은 당시 패권국인 미국의 태평양전쟁 종결 전략의 결과였다.

1943년 3월 미국 국무부가 준비한 한국문제 해결을 위한 3단계 구상은 군사작전, 점령·군정 실시 신탁통치 또는 감독기구 구성·운영 완전 독립에 이르는 과정에서 미국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었다.

       

이 구상은 미국의 ‘태평양전쟁 조기 종결’및 ‘동아시아 패권 장악’ 전략과 연계된 것이었다. 미국은 전후문제 처리를 위한 각종 국제회담에서 이 전략들을 주도면밀하게 구현해 나갔다.

     

1943년 미영중 3국이 합의한 ‘카이로선언’은 한반도 장래를 규정한 최초의 국제공약이었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미국과 중국의 기본 합의는 이후 3국 실무회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적절한 절차’를 거쳐 해결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첫 회담에서 미중 정상은 “한국의 임시정부 인정 및 즉각적인 자유독립”을 주장한 중국 장제스의 의견을 반영, 큰 틀에서 ‘한국 독립’에 합의했다. 이를 토대로 회담 주도국인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의 보좌관 홉킨스는 합의서 초안을 작성,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한국을 ‘가능한 가장 이른 시기에’에 자유롭게 독립시킬 것을 결의한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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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디테일에 있었다.

     

중국의 의견은 미국의 전후 처리 전략과 영국의 이익에 반하는 것이었다. 19세기말 조선의 일제 식민지화에 적극 협력한 미국과 영국은 다시 한반도 분단을 획책했다. 2차 회담 직전 루스벨트는 홉킨스의 위 합의서 초안 문구를 ‘적절한 순간에(at the proper moment)’로 수정했다.

     

최종 문안은 영국 처칠의 주장을 반영해 ‘적절한 절차(in due course)’를 거쳐서로 바뀌었다. 미국이 주도하고 영국이 협력해 한국 독립 방향이나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오리무중(五里霧中)'에 합의한 것이었다.

    

결국, 미영중 3국은 ①일본의 영토를 ‘1914년’ 1차 세계대전 이전의 상태로 축소시키고, 만주·대만을 중국에 반환하며, 한국은 적절한 절차를 거쳐 독립시킨다는 내용의 ‘카이로 선언’을 채택했다. 힘없는 중국의 의견은 무시되었다. 이후 국제회의에서 중국은 배제된다.


한국이 만주·대만과 달리 ‘반환’의 대상이 되지 못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①한반도는 미국 등이 한국의 상해 임시정부를 인정하지 않아 ‘반환’ 받을 주인이 없었다. 또 ②1차 세계대전 발발 이전인 1910년에 일본의 식민지가 된 한반도는 전후에 ‘임자 없는 땅’이 돼 연합국의 전리품으로 처리될 운명이었다. 무엇보다 ③한반도는 미국이 소련·일본과의 종전 협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자 소재였다. 오리무중인 '적절한 절차'에는 다양한 수단과 방법이 있었다.

     

현 분단 상태는 자유독립(통일)을 위한 적절한 절차   

  

한반도의 분할·점령·통치, 즉 분단을 의미하는 ‘적절한 절차’는 이후 미소 간의 얄타회담 등에서 구체화되었다. 카이로 선언 이후 미국은 ①소련의 대일전 참전과 그 대가로 중국 땅인 만주의 소련 지배(중국 약화, 중소 이간), ②중국의 속방이었던 한반도의 미소 분할·점령 지배(남북 분단, 중국 약화), 일본의 미국 독점 지배(서태평양 불침항모 확보)를 실현했다.

     

아직도 분단 상태인 한반도는 카이로선언의 ‘독립국가’ 건설을 위한 ‘적절한 절차’라는 과정에 있다. 카이로 회담에서 한반도 ‘자유독립’에 대한 미중의 기본입장은 각각 ‘적절한 시기에 독립’과 ‘즉각적인 독립’이었다. 80년 후인 오늘날 한반도의 ‘자유독립’ 완성인 ‘통일’에 대한 미중의 입장은 그때보다 더 후퇴한 모습이다.

      

미국은 장래 통일한국이 중국으로 기울 가능성과 동아시아 패권의 훼손을 우려, 통일에 반대하고 있다. 약자인 중국은 통일을 지지하면서도 지금은 때가 아니라는 입장에서 여러 조건을 내걸고 있다. 점증하는 갈등대립 상황에서 한반도 통일에 대한 미국과 중국의 대립적인 입장은 점점 더 첨예해지고 있다.


한국인들의 소원이었던 통일의 꿈이 흔들리고 있다. 이 문제는 중요한 지피지기의 대상이다. 통일에 대한 미중 양국의 입장을 보다 세밀하게 살펴 2회로 나눠 게재한다. 먼저 미국이다.

  

통일을 반대하며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     


기본입장: 한미동맹을 통한 사실상의 북한붕괴·흡수통일

     

미국은 자국이 독자적으로 한반도 통일문제에 대한 입장을 공식 표명한 적이 거의 없다. 긍정적일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입장은 주로 한미정상회담 후 양국 공동선언을 통해 한국 주도의 통일방식을 지지하는 것이었다.

     

처음으로 표명한 구체적 입장은 2009년 6월 이명박·오바마 대통령 간 한미정상회담 후 발표된 ‘한미공동비전’에 있다. 양국은 “한미동맹을 통해 한반도의 공고한 평화를 구축하고,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원칙에 입각한 평화통일에 이르도록 한다.”는데 합의했다.

     

2013년 전후, 미국 조야(朝野)에서는 북한·북핵문제 해결 방안으로 한국 주도의  통일론이 확산되었다. 북한이 붕괴돼 통일되면 모든 한반도 문제가 일거에 해결된다는 ‘통일최적대안론’이 그것이다. 한국에서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통일항아리론·통일대박론은 이런 미국의 대북정책과 공조한 것이었다.

    

속내는 통일 절대 반대

     

낭중지추(囊中之錐). 비밀은 없다. 2017년 11월 제1차 한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불현듯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렇게 묻는다. “왜 한국이 꼭 통일을 해야 합니까?” 순진하고 솔직한 이 발언은 한반도 통일에 대한 미국의 전통적인 인식과 정책, 실질목표를 트럼프 식으로 표출한 것이다. 미중 패권전쟁 시작 직전에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한반도 대전환’에 대한 강력한 경고이기도 했다.

    

1년 후인  2018년 10월 10일, 트럼프 정부는 한국정부의 ‘5.24 대북제재 조치’ 해제 검토 움직임에 쐐기를 박았다. 한국의 남북 철도·도로 개보수 사업 추진에 대해 “(한국은) 우리의 승인 없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고 중단시켰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018년 남북정상이 9.19 평양공동선언과 함께 체결한 ‘군사분야 합의서’에 대해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20194월 미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의 트럼프 대통령과의 단독 정상회담 시간은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 겸 단 2분이었다.

     

바이든 정부가 들어선 후 2022년과 2023년의 한미정상회담은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고, 경제안보와 국제현안 협력을 한층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은 대북 공조보다 대 중국 견제에 중점을 둔 것이었다. 양국은 한반도를 넘어 국제무대에서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며 서로 협력하기로 했다.


특히 2023년 한미정상회담은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을 구체화했다. 양국이 북핵 위협 대응과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 외에 양안해협과 우크라이나 문제에 뜻을 같이하고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글로벌 중추국가가 된 한국이 이념이 다른 북한과 상호관계를 완전 단절하고, 중국과 러시아와도 사실상의 적대적인 관계로 돌아가는 순간이었다.

     

미국 입장의 3가지 특징  

   

이상과 같은 한반도 통일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아래와 같이 3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 미국정부가 독자적으로 표명한 공식적인 입장이 없다. 분단 상태의 동맹인 한국인들의 소원을 반대한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둘째, 통일 추진 주체는 한국이 아니라 한미동맹, 즉 미국이 주도하는 것이다. 이런 미국의 입장은 한미관계와 한반도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미국은 한국을 상호적이고 평등한 동맹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의 우드워드 기자는 그의 저서 『격노』(2020)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방위분담금과 관련해  “한국의 존재가 미국이 허락하는 가에 달려 있는데...”라고 말한 사실을 적었다. 한국은 전시작전권은 물론 안보를 미국에 의지한 채 특히 대북정책에서 자율권을 갖고 있지 않다. 미국이 한국에 무소불위의 권력임은 다 아는 사실이다.

    

또한 분단 상황에서 한국은 북한지역에 대한 통치주권을 갖고 있지 않다. 한국정부가 한반도의 유일 합법정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정부의 혹세무민(惑世誣民)에도 불구하고 유엔과 미국은 1948년10월 12일자 유엔총회 임시의원회 결의를 근거로 한반도 통일 시 한국의 북한지역에 대한 통치주권을 명백하게 부인해 왔다. 


현실적으로 남북한이 마주보며 분단돼 있지도 않다. 비무장지대 이남지역은 미국이 유엔사의 이름으로 관할하고 있다. 정전협정 서명국인 미국(유엔사)·중국이 반대하면 한국은 통일할 수 없다.    


셋째, 한반도 통일에 대한 미국의 입장·정책은 현실적인 것이다.


한반도 통일에 대한 미국의 속내는 “한국은 꼭 통일을 해야 하나?”라는 물음 속에 있다. 트럼프의 의문처럼 미국은 자국의 이익이 되지 않는 한반도 평화통일을 반대한다. 통일의 관문인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에는 관심조차 없다. 자국의 통제 범위를 벗어나는, 특히 중국 견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 남북대화·교류협력도 용인하지 않는다. 한반도의 긴장 완화와 평화를 경계하는 미국의 관심은 한반도에 대한 강력한 통제력이지 평화나 통일이 아니다.

    

미국은 왜 한반도 통일을 반대하는가?   

  

가장 큰 이유는 통일된 한국이 친중국으로 갈 가능성에 대한 우려다. 미국은 한국이 중국과 역사적·지리적·문화적으로 가까워 통일 후 중국권으로의 편입될 것으로 본다. 통일된 한반도에서 미국의 역할이 없어지는 것도 걱정이다. 아래 <표>에서 보듯 평화로운 한반도나 통일한국은 중국에 이익이 될 뿐 미국에는 전혀 이익이 안 된다.      



그럼에도 한국인들 대부분은 여전히 한반도 통일에 가장 우호적인 주변국은 ‘한반도 영토에 욕심이 없고, 선한 나라인 미국’이라고 생각한다. 100여 년이 지난 후인데도 구한 말 마지막 중화제국 청나라의 ‘조선책략’을 따른 조선 위정자들의 인식·언술을 그대로 되뇌고 있다.

    

한반도 통일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1943년-1948년 전후 처리 과정에서 내보인 원초적인 미국의 대 한반도 정책 그대로다. 미국에 전략적 요충인 한반도는 일국, 특히 적대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독자적으로 지배해서는 안 되는 지역이다. 주변국 간의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분할·분단시켜 관리해야 하는 곳이다.


------- b ------     


통일문제는 곧 미국문제

 

이상의 논의를 통해 미국 중심의 동아시아 국제질서에서 한반도의 통일과 관련 새삼스럽게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아래와 같은 것이다.

      

첫째, 남북통일은 독일처럼 스스로 도둑같이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완고한 통일 반대 입장에 비춰볼 때 미중 양국이 한반도 통일에 협력할 가능성은 없다. 중국은 구소련과 달리 어떠한 경우에도 북한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한반도 통일은 미국과 중국 중 어느 일방이 동아시아에서 힘을 상실할 경우에나 가능한 일이다. 그럴 경우에도 기회의 창문은 순전히 남북한 주민들의 의지·역량으로 열어가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독일 통일은 동독 주민들이 이뤄냈었다.

      

둘째, ‘한미동맹을 통한통일 비전이 실현될 가능성도 없다. 


한미동맹이 강화되면 북한이 변하고, 남북관계가 개선돼 한반도가 평화통일로 갈 것이라는 희망은 미망이다. 중국도 한국을 무시 못할 것이라는 주장 또한 희망적 사고다. 한미동맹이 더 이상 좋을 수 없는 지금 위협을 느낀 북한·중국, 러시아의 태도 변화가 심상치 않다. 긍정적 변화는커녕 북핵 고도화와 남북 및 한중관계의 파탄으로 평화·통일 가능성이 지워지고 있다. 사실 이게 한미동맹이 추구하는 실질목표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 분단을 주도한 미국은 한반도 독립국가의 완성인 통일에 관심 없다. 


미국은 만약의 경우에도 한국이 아니라 한미동맹과 유엔사를 앞세워 자국이 통일을 주도한다는 복안이다.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한국은 법적으로나 현실적으로 통일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주권국이 아니다. 한반도 통일문제는 곧 미국문제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렇게 제반 구조적인 요인들은 한국이 통일을 추진할 때가 아님을 말하고 있다. 최근 남북한은 사실상 통일을 포기했다. 한국은 '건국절' 논란 등에서 보듯 분단 국가임을 부정하고 있다. 조선은 '적대적 2국가론'을 공식화했다.


그럼에도 조선 500년 동안 한반도는 압록강 ·두만강까지 통일된 역사였다. 분단국의 통일은 당위이고 비전이다. 저출산율과 자살률이 세계 최고인 한국이 지구상에서 사라지지 않으려면 남북통일의 길밖에 없지 않을까. 통일된 한국만이 한민족의 꿈인 ‘동방의 찬란한 등불’이 될 수 있다.

     

과거 한반도 분단을 주도한 미국은 결자해지(結者解之) 차원에서라도 한반도 통일에 협력해야 한다. 한국에는 미국문제를 해결해 명실상부한 통일의 주체로 거듭나는 일이 급선무다. 통일의 대상인 북한으로부터 ‘충견·졸개·식민지 괴뢰’라는 조롱, 우회할 수 없는 중국으로부터 ‘졸개.볼모'라는 비웃음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국이 종속으로부터 탈출(korexit) 하지 못하면 지금과 같이 통일과 관련해 할 수 있는 일은 물론 말할 자격도 없다. 미국과 중국은 한국에 묻는다. (미): 왜 통일하려고 그러냐? (중): 통일은 무슨 통일이냐? 고...(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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