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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치 Apr 10. 2024

중국의 대 한반도 정책

- 핵심은 현상유지: ‘안정’과 ‘영향력’ 확보


신중국은 한반도 문제의 가장 큰 이해상관자로 역할을 해왔다.

 

강대국(G2)으로 부상한 21세기에는 사실상 한반도 문제의 조정자·결정자가 되었다. 2010년 천안함 사건이나 북한의 핵실험 등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는 중국이 그 내용·수준을 결정했다.

     

한국과 미국의 대북정책은 중국의 대북정책 또는 중북관계의 변화에 초점을 두었다. 북중관계를 애써 정상적인 일반 국가관계로 보고, 중국이 북한을 움직일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수단이 없는 한미 등은 북한문제가 발생하면 중국을 쳐다보았다. 중국의 작은 태도 변화에도 일희일비했다. 

       

중국은 한 번도 의미 있는 대북 영향력을 행사한 적 없다. 왜? 소위 갑을(甲乙) 관계에서 을인 중국이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은 가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국이 한미의 요구를 그대로 이행하는 것은 곧 자포자기(自暴自棄 = 自殺)다. 무지한 희망적 사고가 낳은 착시와 착오다. 중국의 대북정책과 중북관계의 변화를 전제한 한미의 대북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중국은 한반도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나?  


육지로 14개 국가와 인접한 중국에게 주변의 '안정'은 근심 없이 생활하고, 발전하기 위한 기초이다. 중국의 꿈(中國夢)인 ‘두 개의 100년’의 목표를 이루고, 미국에 전략적 포위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도 한반도의 안정은 절대 필요하다. 중국에게 자기 집 문 앞인 한반도의 지정학은 현재 전쟁 중인 러시아의 대 우크라이나 지정학과 같다.

     

중국은 한반도 문제의 원천은 북한이 직면한 안보위협에 있다고 본다. 북한은 미국의 패권적 군사적 위협과 경제 제재에 굴복하지 않았다. 조그만 나라가 겁없이 경찰국가 미국에 강대강·선대선의 원칙으로 대응하니 미국이 가만둘 리 없었다. 북한 및 북 문제는 미국의 태도가 좌우하게 된 것이다.

     

중국의 대 한반도 정책 결정의 핵심 요인은 그 대상인 남북한이나 남북관계가 아니다. 미국과 미중관계다. 중국은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과 대 한반도 정책을 고려해 정책을 결정한다. 그 연장선에서 중국은 미국의 대북 강경 정책의 변화와 자국의 건설적 역할을 강조한다. 중국은 미국이 한반도 문제를 지정학적 전략카드로만 삼지 말고, 문제 해결을 위해 진정성을 보이라고 요구해왔다.

     

대 한반도 정책의 목표·기조 

    

전략목표: 중국의 외교목표는 자국의 경제발전에 필요한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국제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나아가 미국 중심의 서방의 견제와 봉쇄를 뚫고 자국의 국제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이다.

     

중국이 동아시아에서 추구하고 있는 전략적 목표는 ①자국의 경제발전에 유리한,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지역질서를 유지·창출하고, ②자국의 국력·위상에 걸맞은 발언권과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이다.

      

대 한반도 정책 목표는 ①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한반도, 특히 북한정권을 유지하고, ②한국과의 관계 강화를 통해 경쟁국인 미국보다 우세한 영향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중국은 남북한 균형·등거리 정책을 추진하며 한국과의 관계 강화를 추구하기도 했다.

      

정책기조: 중국의 대 한반도 정책의 핵심은 한반도의 ‘안정’과 ‘영향력 확보’다. 이를 위해 중국은 미국의 영향력 확대 견제 및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 북핵문제 해결 등을 위해 아래 <표>와 같은 ‘3대 중재’ 전략과 한국에 ‘3불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의 북한 견인을 견제하기 위해서 북한에 ‘3대 불변론’도 약속했다.      

2회의 북미정상회담이 소기의 성과 없이 끝난 후 2019년 시진핑 중국 주석은 한반도 문제 해결을 한 중국의 역할을 다음과 같이 역설했다.


“①‘전략적 고도와 장기적 관점’에서 정세를 정확하게 파악해 한반도 평화를 확실히 지키겠다. ②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지지한다. ③북한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와 경제 발전에 대한 우려’를 해결하는 데 중국은 힘이 닿는 데까지 도움을 줄 용의가 있다. ④한반도 비핵화 실현에  적극적으로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 그것이다.

     

중국은 자국의 안보 차원에서, 미국에 의해 한반도 정세가 좌우되어서는 안 된다는 보고, 북한문제에 적극 개입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이 한반도의 평화·안정에 기여하는 노력은 지지하나 현상위협할 수 있는 행동은 경계한다. 중국에게 현상 유지를 깨뜨릴 수 있는 중요 변수는 북한의 모험주의적 행동과 그에 따른 미국의 군사적 제재조치다.

    

□ 대 한국 정책: 악화 일로의 한중관계 

    

중국은 경제적 호혜와 정치적 선린, 안보적 협력을 기본으로 하는 대 한국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한중) 양국은 역사적 인연이 깊은 우호적 이웃 국가로, 그동안 각종 풍파와 시련을 겪으며 전면적이고 빠른 발전을 이뤄냈다.” 중국에 한국은 역사적으로나 지정학적·지경학적으로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나라다.

     

세계사에서 ‘외교의 기적’이랄 정도로 급속히 발전해 온 한중관계는 2016년 주한미군의 한국 내 사드 배치를 계기로 악화되었다. 중국의 적극적인 보복성 대응·압박은 상호 신뢰와 협력의 기반을 무너뜨린 채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미중 패권전쟁에서 한국이 미국과 공조를 강화하자 한중관계는 아래와 같이 다방면에서 악화일로다. 한중수교 이후 32년 동안 없었던 일들이다.

     

첫째, 중국은 한미관계의 밀착을 적극 견제하고 있다.


2022년 8월 10일 중국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중국 왕이 부장은 한국 박진 장관에게 양국관계 발전을 위한 5개 요구사항을 전했다. 한국이 ①독립자주를 견지하고 외부의 장애와 영향을 받지 말 것을 비롯 ②선린우호 ③공급망·산업망 수호 ④내정 불간섭 ⑤다자주의 견지가 그것이다. 중국은 이 요구들은 한중관계의 올바른 방향과 안정적이고 건전한 발전을 유지·보장하는 전제라고 한다.

     

둘째, 중국은 한국의 대북·북핵 정책에 협력할 마음이 없다.


2022년 11월 15일 한중정상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에게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요청했다. 시 주석은 “남북한 관계 개선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대북지원 정책에 대한 중국의 지지도 요청했지만 “북한이 호응할 경우 지지한다”고 동의하지 않았다. '우리를 반대하며 무슨 소리냐'는 식이다. 한국에 가장 큰 현안인 북핵문제는 한국과 협의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중국 태도다.     


셋째, 중국은 한국과 협력할 수 없는 4개의 경우(조건)까지 내걸었다.

 

양국 정상회담에도 후 원만치 못한 한중관계는 실무 선에서 구체화되었다. 미중관계가 악화되고 한국이 미국 편에서 중국의 핵심이익인 양안과 남중국해 문제를 거론하자 중국이 발끈한 것이다.


2023년 5월 한국 외교부를 방문한 중국 외교부 아시아국장(류진송)은 중국이 한국과 협력할 수 없는 경우( ‘4대 불가’)를 통보했다. ①한국이 (대만문제 등) 중국의 ‘핵심이익’ 개입 시  ②한국이 친미·친일 외교정책 지속 시 ③한중관계 긴장 지속 시에 한중 고위급 교류(시진핑 주석 방한 등) 불가, ④악화된 정세에서 한국의 대북 주도권 행사 불가 등이 그것이다.     

 

중국의 고압적인 태도는 한미동맹을 폄훼하거나 약화하려는 것이다. 한국의 미국·일본 위주의 대외정책, 특히 반중 정책을 변경하라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미관계가 대북 공조를 넘어 자국을 겨냥한 ‘글로벌 전략적 포괄동맹’으로 격상하자 중국이 던진 강한 견제구, ‘두고 보겠다’는 경고다.

     

일관된 대북정책: 북중관계의 밀착

  - 미중·한미관계가 북중관계를 견인 

    

중국의 대북정책은 특수한 중북관계에서 큰 변화 없이, 지속성을 유지해 왔다. 왜 그럴까? 언제, 어떤 상황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있는가? 이는 한국의 대북·대중 정책에서 고려해야 할 중요한 문제다.

    

그동안 중국은 북한의 주권·영토를 보전하고, 북한 정권의 안정을 보장하며, 한반도의 평화·안정을 유지하는 것을 대북정책의 주목표로 삼았다. 북한의 자생력을 키우고, 북핵문제 해결과 변화·개방을 유도해 자국의 부담을 줄이며, 영향력을 유지·확대하는 것도 중요한 목표다.

      

이 같은 목표에 따른 중국의 대북정책 기조는 ①북한체제 안정, ②대북 영향력 유지·확대, ③북한의 개혁·개방 촉진이 주 내용이다. 중국은 상황에 따라 북한과 거리를 두기도 하고, 대북 접근을 강화하는 '전술적 변화'를 보이기도 했다.

      

2018년~2019년은 남북·북미·북중 관계에서 특별한 한 해였다. 남북정상회담이 3회 개최되고, 역사상 최초로 북미정상회담이 2회 개최되었다. 북중정상회담도 7년 만에 성사돼 5회나 개최되었다. 남북·북미관계가 개선되는 과정에서 그 반작용으로 중북관계가 복원되었다. 중국은 전례 없는 강력한 북한 끌어안기를 통해 미국의 대 북한 견인 전략을 무력화시켰다. 자국이 주도하는 ‘신시대의 북중관계’를 열었다.

     

아래 <표>에서 보듯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은 “조중 두 나라는 운명공동체, 변함없는 순치관계, 한 집안임”을 강조했다. 한미의 자유민주주의 가치동맹에 대응해 공산당이 이끄는 사회주의가 북중 ‘우호의 핵심’이자 ‘본질적 속성’ 임을 확인했다. 북한에 대한 ‘3대 불변론’과 함께 북한의 우려 해소를 위해 가능한 모든 도움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이제 내가 해줄 것이니 한국과 미국의 지원을 기대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중국과 북한은 역사와 지리, 정치이념에서 한 형제당·형제국 관계를 유지하는 '한 집안'과 같다. 중북관계가 특수한 이유는 중국이 북한과 '전통적인 우호협력 관계'와 '당(黨) 대 당 국가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국은 유사시 자동군사개입 조항이 들어 있는 동맹조약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이 전통적 우호관계와 동맹조약을 유지하고 있는 나라는 지구촌에서 북한뿐이다.

     

그럼에도 중북관계가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양국관계는 겉과 속이 다른 불신과 견제, 갈등과 화해의 연속이었었다. 1990년대부터는 탈냉전이라는 세계사적 추세에 영향을 받으며 지속보다는 변화의 측면이 강화돼 다양한 갈등이 표출되었다.

     

특이한 점은 이러한 갈등은 주변 강대국과의 관계로 인한 위험에 할 경우 양국관계를 긴장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양국관계가 불편한 상황에서도 역사적·이념적 유대가 제반 갈등을 상쇄하며 상호 의존관계를 유지해 온 것이다.


그 과정에서 북한이 중국에게 등을 돌린 적은 있었어도 중국이 북한에 등을 돌린 적은 없었다. 중북관계가 소원할 때 중국은 늘 갑의 입장이 아니었다. 항상 을의 입장에서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희망하고 먼저 접근했다. 마오쩌둥은 중국의  국기 "오성홍기에는 조선인의 피가 묻어있다."고 말했다. 지난 70여 년 동안 중국의 북한 후원과 기본적인 대북지원은 끊긴 적이 없었다.

      

중국의 대 북한 정책 관련 3개 관심사

     

중국이 여전히 북핵문제 해결에 동참하?


그동안 중국은 북핵 상황에 따라 소극적 관리자 역할과 적극적 해결자 역할 사이를 오가며 전략적 이익을 도모해 왔다. 냉전시기(1975.4.18.)에 중국의 마오쩌둥은 방중한 김일성에게 핵 개발을 권유했다. 자국의 경험에 비춰볼 때, 북한의 핵 보유가 안정 속의 개방·개혁과 경제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었다. 탈냉전 후 중국은 미중관계와 중북관계 사이의 딜레마에서 겉으로는 북한의 핵 개발에 단호하게 반대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중국이 G2로 부상한 2010년 이후 중국의 북핵 인식과 태도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중국은 미국의 세계전략 중점이 동북아로 이동, 미국이 북핵을 둘러싼 긴장을 이용해 동북아를 관리·통제하려 한다고 보았다.


또 한미가 중북 간의 핵 갈등의 틈을 이용해 북한을 더욱 고립·약화시키고, 중북관계의 틈을 더 벌려 북한붕괴와 흡수통일을 추구한다고 판단했다. 국제사회의 중국 역할·책임론 또한 북한과 자국을 '함정'에 빠뜨리려는 음모로 보았다.


 중국은 2018년 미국이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의 개입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중북관계를 동맹의 요소가 강화된 전략적 협력관계로 전환해 북한을 단단히 결박했다.

      

미국 방안을 부정하고 中國方案제시 

    

중국의 북핵정책은 2018년부터 미중관계와 한반도 상황 변화에 대응해 상당한 변화를 보였다. 중국은 북핵문제를 미국 방안이 아닌 자국 방식으로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중국은 먼저 한반도의 불안정이 자국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고려해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3대 중재 전략’(위의 표 참조)을 제시했다.

      

이와 같은 맥락인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방안’은 ‘제재를 통한 북한 비핵화’를 추구하는 미국의 접근법과 완전히 다른 것이다. ‘북한의 합리적 안보 우려’를 덜어주어야만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 있다는 논리에 기초한 ‘북한 안전 보장을 통한 북핵문제 해결’ 방안이었다.

      

중국에게 한반도 비핵화는 더 이상 대북정책의 기본 요소가 아니다. 2021년 이후 시 주석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낸 친서에는 비핵화가 언급되지 않았다. 중국은 가능성이 거의 없는 한반도 비핵화를 강조할수록 자칫 미군의 사드 배치 명분을 강화시켜 준다고 본다. 미중 패권전쟁 상황에서 중국의 방파제이자 동방초소인 북한이 핵으로 무장하면 중국에 꼭 나쁜 일 만은 아니라는 인식도 없지 않을 것이다.

    

2024년 초, 북한의 핵개발 지속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북핵문제를 미중관계와  연계하고 있다. 유엔안보리 대북제재 논의에서 발목을 잡고 있다. 과거와 달리 매우 소극적인 중국의 행보는 미국이 북핵문제 해결보다 중국 견제에 더 주력하는 것과 같다. 미국과 전쟁 중인 중국도 한반도 비핵화보다 대 한반도 영향력 확보에 관심을 둘 수밖에 없다. 미중 모두 북핵문제 해결에 관심이 별로인 실정에서 북한은 마음놓고 러시아 등과 협력하며 핵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

      

중국의 대 북한 영향력 행사는 기대할 수 없는 것인가? 


국제사회는 북핵문제가 불거진 이후 중국의 대북 영향력 행사를 북핵문제 해결의 관건으로 인식했다. 그동안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 뽀족한 방법이 없는 한미 등 국제사회는 중국에 대북 영향력 행사를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중국은 자국의 대북 영향력 행사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발하며, 시종 “우리의 대북 영향력은 매우 제한적”이라고 강조했다. "한미일이 북한에 요구할 것이 있으면 중국에 요구할 것이 아니라 직접 북한과 대화하라"고 반박해 왔다.

     

사실,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유일하게 가장 큰 대북 영향력과 여러 수단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주체와 자주를 강조하는 북한을 자국이 원하는 대로 통제할 수는 없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할 수 있는 정도의 영향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북한의 붕괴 가능성과 대미·대러 편승 가능성을 촉진할 수 있는 대북 영향력 행사는 중국이 강조하는 바와 같이 ‘수행 불가능한 임무(mission impossible)’인 것이다.

     

만약 자국의 강도 높은 대북 압박·제재가 실행돼  북한과의 관계가 단절되면 중국은 어떤 영향력도 행사할 수 없게 된다. 그 상황에서 북한이 속수무책으로 붕괴하는 것보다 핵으로 무장하는 것이 국익에 이로운 것이다. 이제 중국은 미국과 협력하며, 미국의 말을 듣는 나라가 아니다.

          

중국의 대북정책 변화가 그렇게 어려운 이유는 뭔가?     


그동안 중국의 대북정책과 함께 특수한 중북관계는 변하지 않았다. 현 시진핑 정부의 중북관계에서도 많은 곡절이 있었지만 근본적인 정책 변화는 없었다. 중국은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화를 내거나 얼굴을 돌렸어도 북한이 뼈아프게 처벌하거나 등을 돌린 적이 없었다.

     

지금도 중국은 안정된 중북관계가 자국 이익에 유리하다는 입장에서, 이익(利)에 바탕을 두되 전통적인 우호협력관계(義)를 유지하며 중북관계를 고도로 중시한다.


이렇듯 중국의 대북정책과 중북관계의 특수성이 지속되고 변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북한지역에 대한 지정학적 이해가 천연적(天然的)이기 때문이다. 이웃은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 중국이 한반도 평화와 통일 문제를 미중관계와 한미관계, 타이완문제와 연계하고 있는 점도 근본적인 정책 변화를 제약한다.       


미중 간의 불신과 상호 갈등·대립 구조, 특히 패권전쟁은 중국의 대북정책 변화 가능성을 게 한다. 향후 미중 간의 세력전이가 본격화될 경우 북한(지역)에 대한 중국의 전략적 이해는 더욱  증대될 것이다. 북한이라는 전략적 완충·대항 전선의 필요성도 증대될 수밖에 없다. 2024년 4월 11일~13일 북한을 방문한 중국 서열 3위 자오지러 전인대 상무위원장 등 당·정·군 대표단은 북한과의 전략적 밀착 관계를 한층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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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대 한반도 정책 변화의 조건은? 

    

그렇다면 우리의 주 관심은 중국의 대 한반도 정책이 과연 언제, 어떤 상황과 조건에서 변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는 한반도의 평화·통일과 한국의 경제발전, 즉 우리의 운명을 가르는 중차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주목할 사실은 중국의 대 한반도 정책이 동북아 질서 구조 속에서 그 정향·수준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중국에게 남북한은 미중관계에서 전략적인 의미를 갖는 중요한 나라다. 구조적 차원에서 미국과 미중관계, 지역정세 등 중국이 보는 전략상황이 변하기 전에 정책을 쉽게 변경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대로 미국으로부터 오는 안보위협이 사라지면 중국의 정책 변화 가능성은 그만큼 커지게 된다. 결국 중국 대 한반도 정책, 특히 대북정책의 근본적인 변화에는 미중관계 변화와 한미동맹의 변화, 주한미군 철수와 같은 동북아 ‘전략상황’의 변화가 중요한 전제조건이 될 수밖에 없다.


중국의 대북정책을 좌우하는 요인은 미국 변수만은 아니다. 대 북한 인식과 정책 못지않게 한국의 대북·대외 정책도 중요한 요인이다. 중국은 중견국 한국이 정세를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본다.


한국에 대미관계와 대북정책 변화를 주문해 온 중국은 이제 ‘독립자주’를 양국 협력의 첫 번째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중국의 관영통신사인 신화사는 지난 3월 17일 평론에서 한국의 '민주주의 정상회의' 개최를 비난하며 사상 처음으로 미국의 ‘졸개(馬前卒)’라는 단어를 사용해 비난했다.

     

미국의 대 한반도 정책은 동아시아 지역패권 유지·강화 및 대 중국 견제에 도움이 되는 한반도를 만드는 것이다. 중국의 그것은 현상을 유지하며 한반도의 안정과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문제는 냉전 초기 6.25전쟁에서 양국이 죽도록 싸웠던 한반도가 신냉전 초기인 오늘날 다시 그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는 것이다.

     

점증하는 위험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역사와 현재를 알면 우선 과제인 관련 지피지기를 2배로 할 수 있다. 중국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계속되는 정보실패의 원인인 논리가 없는 이념·진영의 논리와 시각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일반 국민들이 언론과 SNS 등을 통해 알고 있는 중국 대신, 그것을 ‘거꾸로 보고 읽는’ 방법은 중국에 대한 보다 정확한 지식을 3배로 만들어 줄 것이다. 이건 1995년 중국 심양 요녕사회과학원 특별연수 이후 28년 동안 중국을 공부해 온 필자의 방법들이자 경험칙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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