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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코 Nov 19. 2023

크렘 드 마롱

달큰한 밤잼


회사에 일주일에 한 번 크레페를 파는 푸드 트럭이 들어온다. 회사식당에 질린 + 점심 도시락을 싸기 여의치 않은 사람들에겐 가뭄에 단비 같은 곳으로 나와 C는 거의 매주 출근 도장을 찍는다. 먹는 것에 까다로운 C는 열에 아홉은 디저트로 크레페와 홈메이드 크렘 드 마롱(밤잼)을 골랐다.


화학 석사인 그의 취미는 잼 만들기. 여름이면 정원에서, 산에서 베리를 따서 잼을 만들고, 찬 바람이 불어  외투를 입기 시작하자마자 밤 시즌이라고 노래를 부르더니 어느 날 시장에서 밤을 사다 크렘 드 마롱을 만들었다며 나에게 한 병 건네주었다.


"맛 좀 봐. 주말에 만든 거야."

"직접 만들었어 이걸?"

"응. 바닐라는 안 넣었는데 밤이랑 설탕만 넣어도 괜찮더라."

"대박.. 맛있는데?!"


밤을 하나하나 고르고 삶아서 껍질을 벗기고, 으깨고 졸여서 잼을 만드는 일이 보통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텐데. 실제로 내가 정신없이 잼을 퍼먹는 내내 그는 밤을 고르는 것부터 잼을 완성하는 과정 하나하나를 설명해 주었다. 마침 푸드트럭이 들어오는 날이라 토핑이 없는 크레페만 주문해 그가 주말 내내 열과 성을 다해 만들었을 밤잼을 한 숟가락 퍼서 크레페에 발라 먹었다. 많이 달지 않지 않고 입안에 착 감기는 진득한 맛이었다.


“귀찮아서 블렌더에 다 갈지는 않았어”

“난 이렇게 알갱이가 씹히는 게 더 좋은 것 같아. 잘 먹을게. 고마워!”


찹찹한 공기와 달달한 밤이 아주 잘 어울린다. 다음에 마트에 가면 바닐라 아이스크림이랑 샹티 크림을 사서 크렘드 마롱에 곁들여 먹어야겠다. (살은 대체 언제 빼지..)


지난겨울에 김치를 담가서 한 병 나눠주었는데 이번에 밤잼을 얻어먹었으니 다음에 김장을 하면 다시 한 병 나눠줘야겠다. 12월 초에는 무랑 배추를 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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