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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코 Nov 12. 2023

겨울 냄새

이웃집 굴뚝에서 연기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기온이 10도 아래로 떨어지자마자 시골 마을에선 나무 타는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자기야. 옆집에 장작 태우기 시작했나 봐."

"우리도 이번 주말에 나무 좀 사 올까?"


우리 동네 이웃들은 몇 년 치 장작을 쟁여두고 지낸다. 동네를 산책하다 보면 어느 집이라도 마당 한편에 장작이 잔뜩 쌓여있고 CCTV가 설치되어 있다는 등의 팻말이 잔뜩 붙어있다. 사람도 얼마 없는 동네에 대체 누가 장작을 훔쳐간다고 카메라를 설치하는 거지.. (장담컨데 실제로 설치된 건 없으리라)


하긴 장작도 다 돈이다. 작년에 나무를 사러 다녀보니 싼 것 같으면서 비쌌다. 20유로짜리 한 바구니를 사면 난로 바로 앞만 따뜻하고 며칠 사용하지도 못하는데, 겨울 내내 벽난로를 사용한다면 몇 천유로는 그냥 날아갈 것 같긴 하다. 작년 겨울에 히트 펌프가 고장 나서 몇 주를 춥게 지내는 동안 장작을 태워봤는데 몇 시간을 태워도 집안은 여전히 추웠다. 우리가 벽난로 사용하는 요령이 없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벽난로라는 것은 감성 아이템이지 쓸모라고는 1도 없는 것 같다.


동네 사람들은 정말 겨울 내내 매일매일 나무를 꾸준히 태운다. 한 겨울을 따뜻하게 나려면 정말 많은 나무가 필요할 것 같은데..


최근 보기 힘든 맑은 하늘


겨울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한국에선 추운 날 점심시간 짬을 내서 회사 앞의 국밥 집에서 금방 퍼올린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돼지국밥 한 사발을 먹는 것 정도가 낙이랄까. 붕어빵이라던지 호떡 같은 겨울 간식을 먹는 재미가 있긴 했다. 연말을 핑계로 친구들을 초대해서 먹고 마시는 것도 좋았지 참.


프랑스의 겨울은 해도 짧고,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꿀꿀하다. 그래도 해 질 녘 퇴근길의 장작 타는 냄새는 싫지 않다. 옆집 벽난로의 온기를 내가 느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굴뚝에 올라가는 연기를 보면서 냄새를 맡으면 어쩐지 온몸이 따뜻해지는 기분이다.


비 오는 날엔 밖에 나가지 않는 모모


나무 타는 냄새를 맡으며 우중충한 겨울을 몇 번 보내고 나면 나중에 불 냄새만 맡아도 이 시골에서의 삶이 생각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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