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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아 Dec 18. 2023

끝없이 내리는 비

가을과 겨울사이



지난달부터 추워서 난방기를 돌렸는데 본격적인 겨울은 12월 20일부터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올해는 12월 22일이 동지다. 생각해 보니 팥죽 먹어본 지도 오래되었다. 팥을 구할 수 있다면 팥죽도 끓여먹으려도 했는데 결국 구하지 못했다.


11월이 오자 우리 집 마당 앞 공터에 펜스가 설치되었는데 (여태 주인 없는 공터인 줄 알았다) 얼마 뒤 소 몇 마리가 이사 왔다. 그리고 그 며칠 뒤엔 길 건너 공터에 말도 몇 마리 이사 왔다. 아침마다 소 우는 소리, 말 우는 소리가 장난 아니었다. 덩달아 고양이들도 분주해졌다. 아휴 이놈들아 잠 좀 자자.


너무 추워서 문을 닫았더니 저렇게 눈치를 준다..


고양이들은 비가 오지 않는 날엔 캣티오 끄트막에 앉아서 목이 빠져라 소들을 구경했다. 까마귀 들은 고양이들이 캣티오를 넘어올 수 없다는 걸 아는지 마당을 종종 걸어 다니며 고양이들의 애를 태웠다. 나는 추워 죽겠는데 이놈의 고양이들이 들어오면 바로 문을 닫아버리겠노라 종종거리며 문 앞을 어슬렁거렸다.


바람이 부는 날에는 열어둔 문 틈으로 소똥 냄새가 들어왔다. 봄이나 여름보단 냄새가 덜해서 다행인 건지.. 산책을 나가면 도로변에 가까이 머무르는 소들이 푸드덕거리며 똥을 쌌다. 세상에.. 똥이 눈앞에 떨어져 쌓이는 광경은 처음 봤다.


이렇게 허술한 펜스라니..


내가 사는 지역에는 11월, 12월 동안 한 달 평균 14일 정도 비가 온다고 하는데 체감상 11월은 25일 정도 비가 온 것 같다. 12월에는 좀 나아질거라고 했지만 일주일에 4일 정도는 비가 내렸다. 이 시즌에 80년만에 이런 비는 처음이라고 한다. 실제로 비 때문에 밭이 잠긴 곳도 있고 도로가 침수되어서 길이 막혀버린 곳도 생겼다.


이렇게 춥고 비가 오는데 동물들은 계속 들판에 있는 건가 했더니 들판에 풀을 다 뜯고 똥을 잔뜩 싸놓고는 철수했다. 온 동네의 소들이 다 사라진 걸 보니 겨우내 머무는 외양간으로 옮겼나 보다.


내년 봄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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