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배사, 분위기 망치지 않고 돋보이게

뻔하지 않게, 가볍지 않게

6월 마지막 금요일.


공공기관에서라면 이 시기는 어김없이 인사이동이 이어진다.


누군가는 작별을 준비하고, 누군가는 새롭게 팀에 합류한다.


그래서인지 이맘때 회식 자리는 유독 들뜬 분위기로 채워진다.


그리고 그 자리엔 빠지지 않는 말이 등장한다.


“건배사 한 마디 해주세요!”


눈이 커진 선배, 입꼬리가 굳은 후배, 속으로 ‘제발 나만 아니기를’ 바라는 누군가까지.


회식이라고 절대 편한 자리가 될 수 없는 이유이다.


건배사는 짧지만 꽤 많은 걸 요구한다.


센스도 필요하고, 분위기도 읽어야 하고, 가볍게 웃기되 진심도 빠지면 안 된다.


그래서 나는 건배사를 ‘말을 잘하는 시간’이 아니라, ‘나를 자연스럽게 드러낼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해 보길 권한다.


다음 세 가지만 기억하면, 그 순간이 될 수 있다.


1. 검색하지 않는다


인터넷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건배사들은 대부분 겹친다.


‘청바지(청춘은 바로 지금)’, ‘마돈나(마음을 도닥이며 나아가자)’ 등등.


한 번쯤 들어본 사람도, 이미 사용한 사람도 많다. 가볍게 웃기엔 괜찮지만 인상에 남기엔 약하다.


게다가 간혹 선정적 문구나 음담패설처럼 저질 농담으로 흐르는 경우도 있다.


건배사는 말하는 사람의 인상과 직결되기에 가볍게 흘려듣기보다, 진심이 담긴 말로 다가가면 더 오래 남을 수 있다.


2. 나의 이야기를 담는다


이왕이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일상의 한 장면, 지금 마음을 담은 짧은 이야기는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만든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버스를 놓칠뻔했는데요. 회식도 늦을까 봐 마음이 조마조마했는데 막상 이렇게 얼굴 마주하니, 오늘 하루가 괜찮은 하루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가 ‘하루의 끝엔?’ 하면 ‘괜찮은 우리가!’라고 외쳐주면 좋겠습니다."


이런 말은 유창함보다 진심이 남는다. 긴 설명 없이도 ‘지금의 나’를 전할 수 있다.


3. 작은 메시지를 담는다


힘든 하루를 버텨낸 동료들과의 회식이라면 그 자리에 어울리는 응원의 말 하나를 담아보자.


“요즘 부서가 꽤 바쁩니다. 각자 지치고 힘들겠지만, 결국 우리가 버틴 이유는 ‘서로’ 덕분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더 듭니다. 제가 ‘우리가 버틴 이유는?’ 하면, ‘서로였으니까!’하고 외쳐주세요!"


이 한마디 덕분에 누군가는 오늘을 조금 더 따뜻하게 기억할지도 모른다.


이런 말은 피하자!

✔ “제가 이런 걸 잘 못해서요…”

✔ 검색한 표현을 그대로 가져오는 말

✔ 선정적 문구, 음담패설, 과도한 유머


겸손해 보이려는 말도 타이밍을 잘못 맞추면 오히려 분위기를 가라앉힌다.


짧아도 좋다. 중심이 있는 한마디면 충분하다.


건배사는 그 자리를 잇는 ‘짧은 다리’ 같은 말이다.


화려함보다 더 필요한 건,

나답게, 따뜻하게, 그리고 솔직하게 전하는 말.


그날을 기억하게 만드는 건 늘 그런 건배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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