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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스 Sep 13. 2024

갈등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들

걷자, 걸으면 희미해지는 것임을, 흘러가는 것임을.

오랜만에 감정소모를 했던 일주일이었다. 여러 가지 감정들을 복합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우울, 답답함, 분노, 슬픔, 좌절, 아쉬움, 당황스러움, 수치심, 미안함, 안타까움 등등.. 마치 마음에 큰 파도가 밀려와 모든 것을 쓸어가고 밀어내는 느낌이랄까. 파도가 밀려오는 것을 성장과정이라고 생각했지만 성장통은 여전히 아팠다. 아픈 성장통에 의연해지려고 노력했다. 여전히 서툴렀지만 예전보다는 나아진 나의 모습을 발견하려고 했고 내 감정을 조금이라도 표현하려는 스스로가 뿌듯하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 갈등을 통해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알 수 있었다.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부분과 그렇지 못한 부분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것처럼 느껴져서 처음엔 많이 당황스러웠지만 곧 나 자신에 대해 새롭게 알 수 있던 기회로 삼을 수 있어 좋았다.


갈등 중에 겪는 나의 취약점은 일상이 무너지는 것이다. 그 생각에 몰입을 하다 보니 일이 손에 잘 잡히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갈등과 별개로 그런 일상의 루틴을 지키지 못하는 스스로에게 화가 나곤 한다. 다행히 엄마와 아내 그리고 개인으로의 나는 분리가 되어 있어, 가정생활에서 흔들림은 없었다. 다만 아이가 학교에 가고 남편이 출근을 한 시간 동안 보내는 나만의 소중한 시간이 다소 망가지고 늘어질 뿐이었다. 그러나 이번 갈등으로 나는 갈등이 찾아와도 나의 일상, 나의 루틴으로 다시 돌아가는 법을 배웠다.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평소보다 힘이 없는 나를 보며 남편의 한 마디가 느낌표로 다가왔다.


"이럴 땐 산책이라도 많이 하면 좋은데."


이제는 제법 선선해진 날씨 덕분에 여름동안은 뜨거워서 오르지 못했던 새별오름을 오르기 시작했고 아침에 땀을 빼고 나면 상쾌했다. 며칠 전부터 그 상쾌함을 느끼기 위해 오름을 열심히 올랐다. 운동이 정신건강에 좋다는 것은 많이 알려진 사실이지만 운동화를 신기까지가 참 어렵다는 사실도 많이 알려져 있을까. 집 밖을 나가기가 참 어려운 것이라는 것도 이번에 느낄 수 있었다. 운동화를 신을 때마다 복잡한 마음을 정리하려는 의지를 다지듯 꽉 조였다. 걸을수록, 오를수록, 갈등이 또한 나의 갈등상황에 몰입된 감정들이 흐려지는 것을 경험했고 이런 것들은 나에게 긍정적인 자극이 되었다. 그리고 운동화 끈을 묶는 것은 점점 수월해졌다.    


이 또한 지나간다고 했던가. 시간이 흐를수록 몰입도는 떨어졌고 갈등으로부터 거리감이 생겨 머리와 마음의 온도가 점점 식어갔다. 그렇게 되니 마음에 밀려드는 파도도 잔잔해졌다. 큰 파도가 지나가면 바다는 깨끗해진다고 한다. 마음도 그런 것 같다. 앞으로 갈등은 바다에 파도가 밀려오는 것처럼 또 올 것이다. 어떤 형태로든 새로운 모습으로. 그럴 때마다 조금 더 단단해진 나를 확인하고 성장의 기회로 삼는 것을 잊지 말자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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