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서도 항상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지 다짐을 한다
시누형님의 출산이 한 달 남았다. 새로운 생명이 세상에 오는 일은 분명 기쁘고 축복할 일이다. 그러나 새 생명의 등장에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이가 있으니 이 집안에 유일한 며느리, 딸을 감싸고 포장하는데만 집중하고 그 외에는 안하무인인 시어머니를 둔 나다. 그나마 지금 태어나는 시누형님의 아이와 아홉 살인 우리 아이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쉽게 비교대상이 되진 않겠지만 시어머니는 불가능도 가능케 하는 시선을 가지셨으니 혹시나 내가 하는 나쁜 상상들이 현실이 될까 봐 노심초사하게 된다. 마치 내가 형님의 비교대상이 되어 비난받고 형님보다 못한 존재로 치부되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닌 터라 아이문제에 있어서는 더 예민해지는 건 사실이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는 나를 보며 어리석다는 생각에 스스로가 답답하다. 하지만 사람이나 동물과 같이 생명을 가진 모든 생명체들은 학습을 하기 때문에 그런 상황이 왔을 때 상처받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리 준비하는 내 모습이 당연한 것도 같다. 좋지 않았던 기억은 트라우마라는 형태로 마음속에 아로새겨지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지 않을까.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했던가. 역시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자기만 잘났고 군계일학이 되어야 직성이 풀리는 시누형님의 예전부터 유지해 오던 운명 같은 캐릭터는 임산에서도 드러났다. 태아의 몸무게가 1.7킬로인데 자신은 1킬로가 늘었다며 자랑 아닌 자랑을 한다. 사실 그게 자랑할 일인가 걱정할 일 아닌가 싶어 어리둥절했지만 평소에 덩치가 큰 것이 콤플렉스였던 형님은 운동을 쉰 적이 없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다이어트를 쉰 적이 없다. 아마 그 연장선으로 임신을 해도 자신은 날씬을 유지할 거라는 강박에 사로잡혀있는 것처럼 보인다. 처음에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웠으나 나는 이 지긋지긋한 집안에 10년 차답게, 나름 유연하게 답했다.
"아고, 그럼 엄마가 야윈 건데, 많이 드세요! 육아는 체력전입니다!ㅎㅎ"
그 이후에도 시누형님은 옆자리에 본인보다 두 달이나 느린 임산부 선생님이 계신데 걷기도 힘들어하시는데 자기는 급식실까지 뛰어간다며 또 자랑을 한다. 이 뿐만이겠는가. '카더라' 문체를 쓰면서 자기는 유난맘이 아닌 것처럼 나에게 육아정보를 확인한다. 벌써부터 유세 떠는 요란한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온다.
옆에 있던 남편이 이 상황을 보더니 중얼거린다.
"제발 좀 조용히 키워라. 유난 떨지 말고."
아유. 속 시원해라. 웬일로 딱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해주나 싶다.
이미지 출처: Local Guides Connect dalgooki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