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과 수업 사이 Episode 4.
책을 덮자, 아이들이 열렸다.
그 순간, 우리는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
3교시가 시작된 지 10분쯤 지났을까.
하영은 칠판에 적어둔 글자들을 바라보다가, 문득 아이들의 눈빛을 훑었다.
책은 펴져 있었지만, 마음은 닫혀 있었다.
의자에 몸을 묻은 채 연필을 굴리거나, 친구의 공책을 훔쳐보거나,
작은 한숨을 쉬는 아이들.
‘지금 이 아이들에게 필요한 게 정말 진도일까’
하영은 조용히 교과서를 덮었다.
딱- 하고 울리는 소리에 아이들이 일제히 고개를 들었다.
“얘들아.”
하영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한 톤 낮았다.
“오늘은 진도 안 나가면 안 될까? 그냥, 같이 책 한 권 읽고 이야기하고 싶어.”
아이들의 표정에 놀람이 스쳤다가 금세 호기심이 번졌다.
누군가 작게 “좋아요…” 하고 중얼거렸다.
하영은 서랍에서 오래 아껴둔 그림책 한 권을 꺼냈다.
표지를 보여주자, 아이들의 시선이 모였다.
하영은 천천히 책장을 넘기며 읽기 시작했다.
줄거리가 한 장 한 장 펼쳐질수록 아이들은 조금씩 말문을 열었다.
“저 인물은 왜 그렇게 했을까요?”
“저라면 안 했을 것 같아요.”
“그런데 그럴 수도 있지 않아요?”
처음엔 수줍게, 나중엔 서로 말이 겹칠 만큼
아이들의 생각이 교실을 가득 메웠다.
누구의 말도 틀리지 않았다.
다만 다를 뿐이었다.
“선생님.”
토론이 끝난 뒤, 한 아이가 손을 들었다.
“오늘 수업… 진짜 수업 같아요.”
그 말을 들은 순간, 하영은 가슴이 뜨거워졌다.
진짜 수업.
지식을 채우는 게 아니라, 생각하고 느끼고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
수업은, 결국 아이들과 함께 살아보는 연습이었구나.
종이 치자 아이들은 소란스럽게 가방을 챙기고 교실을 뛰쳐나갔다.
하영은 혼자 남은 교실에서 잠시 앉아 있었다.
아이들이 떠난 자리에, 여전히 그들의 생각과 웃음소리가 맴도는 듯했다.
수업과 수업 사이, 그 빈틈 속에서
아이들은 가장 깊이 자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