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의 그림자 아래에서

작은 쓰담 28. 다시 나에게로 돌아가보기

by 차미레
기대는 때로 따뜻한 손길처럼 다가오지만,
충족시키지 못하는 순간 무게가 되어 나를 짓누른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의 기대가 오히려 나를 더 깊은 곳으로 밀어 넣는 날,
나는 나에게로 돌아오는 길을 다시 배우고 있다.


기대하는 마음이 참 무겁다.

누군가의 기대를 만족시켜주지 못하면,

그 마음은 금세 질책의 돌멩이로 바뀐다.

작아 보이는 그 돌멩이도

내 마음에 떨어지면 묵직하게 울린다.


그럴 때면 나는 또 주춤거린다.

내가 뭘 잘못한 걸까,

왜 이렇게 힘겨운 걸까.

기대에 응답하려고 애를 쓸수록

나는 점점 더 작아진다.


어쩌다 용기를 내어 동굴 밖으로 걸어 나왔을 때,

나는 분명 조금 기뻤다.

드디어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아서.

그런데 요즘은,

다시 동굴 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불쑥 찾아온다.

어둠이 편해서가 아니라,

바깥의 기대가 너무 눈부셔

그 아래서 눈을 뜨기가 버거워서.


아이러니하다.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

나를 가장 잘 안다고 믿는 사람들의 기대가

오히려 나를 더 깊숙이 밀어 넣는다.

그 사랑이 때로는 부담이 되고,

그 관심이 때로는 기준이 되고,

그 기준이 결국 나를 다시 어둠 속으로 데려간다.


하지만… 나는 안다.

내가 동굴로 돌아가고 싶어지는 이유는

포기해서가 아니라

지쳐서라는 걸.

숨 한 번 제대로 고르기 위해

잠시 몸을 웅크리고 싶은 것뿐이라는 걸.


나를 몰아붙이지 않으려 한다.

기대에 맞춰 서지 못했다고 해서

내가 덜 가치 있는 건 아니다.

누구의 역할이나 답안지가 되기보다

그냥 나로 남고 싶은 마음이

오늘은 더 간절할 뿐이다.


그래, 오늘은 이렇게 말해줘야겠다.

나에게.


“괜찮아.

기대에 응답하지 못한 날도

너는 여전히 너야.

동굴이 필요하다면

잠시 머물러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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