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이 나를 깨운 새벽

작은 쓰담 4. 괜찮은 척 멈추기

by 차미레

두려움은 내가 모른 척한다고 사라지는 감정이 아니었다.

어둠 속에서 조용히 웅크리고 있다가, 내가 가장 약해지는 시간에 슬며시 몸을 드러낸다.

그날 새벽, 나는 그 두려움과 나란히 누워 있었다.


나는 스스로를 잘 버티는 사람이라 생각해 왔다.

감정을 크게 흔들리지 않고 받아들이는 편이고, 웬만한 일엔 긴장도 잘하지 않는다고 믿었다.

이번 일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그렇게 여겼다.


그런데 어젯밤.

몸은 나보다 먼저 알고 있었다.

이상할 만큼 잠이 오지 않았고, 누우면 뒤척이기만 했다.

시계를 보면 시간이 더디게 흘렀다.

새벽 네 시가 훌쩍 지나서야 겨우 잠이 들었는데,

그마저도 뒤엉킨 꿈들 속을 떠다니는 듯했다.


‘생각보다 괜찮구나’라는 내 확신이 흔들리는 순간이었다.

두려움은 마음 한편에 조용히 웅크리고 있다가

내가 방심한 틈, 가장 약해지는 시간에 커다란 기척을 내며 다가왔다.

애써 외면한다고 사라지는 감정이 아니라는 걸,

뒤척이는 나를 보며 새삼 알게 되었다.


그렇게 날이 밝았다.

햇빛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창문을 통과했고,

세상은 어제와 똑같은 속도로 움직였다.

하지만 나에게만은 또 다른 현실이 시작되고 있었다.

두려움은 더 이상 마음속 그림자가 아니라

분명한 형태를 가진 오늘의 일부가 되어 있었다.


나는 그 감정을 억누르거나 밀어내지 않기로 했다.

온몸으로, 그 모든 떨림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도

또 아무 일 없다는 듯

일어났고, 씻었고, 걸었고, 말을 했고, 하루를 살아냈다.


사람들은 이런 걸 괜찮은 척이라고 부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오늘만큼은 인정하고 싶었다.

두려움은 감추는 것이 아니라

함께 데리고 가는 감정이라는 것을.


나는 여전히 두렵다.

그럼에도 살아낸다.

그게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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