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을 견디는 시간

러닝은 말이 아니라 기다림에서 시작된다

by 차미레
질문을 던지고
설명을 미루었을 때,
교실에는 잠시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 시간을 견디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나는 그날,

답을 얻기 위한 질문이 아니라

아이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시작할 수 있는 질문을 두었다.


그리고 한 발 물러났다.

아무도 바로 손을 들지 않았고,

공책 위로 시선만 내려앉은 시간이

조금 길어졌다.


예전의 나라면

그 침묵을 실패로 판단했을 것이다.

설명을 덧붙이고,

질문을 더 쉽게 고치고,

수업을 다시 내가 끌고 갔을 것이다.


하지만 그날은

그 시간을 조건으로 남겨두었다.


누군가는 연필을 움직였고,

누군가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고,

누군가는 여전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겉으로는 조용했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생각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제야 알았다.


러닝은

교사가 말을 잘 이어갈 때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질문이 놓인 자리에서

교사가 급히 메우지 않을 때 시작된다는 것을.


침묵은 공백이 아니라

시작을 허락하는 구조였다.


지금도 교실이 조용해질 때가 있다.

여전히 약간의 불안은 스친다.

그럼에도 나는

그 시간을 먼저 건드리지 않는다.


기다림이

러닝의 첫 조건임을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이전 03화수업의 결과 대신 조건을 설계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