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첫날, 나는 출근하지 못했다.

작은 쓰담 27. 기분에 매몰되지 않기

by 차미레
모두가 교실로 향하는 아침,
나는 병원으로 간다.
설렘 대신 불안을 안고 시작하는 3월.
오늘을 어떻게 건너야 할지, 생각해 본다.


교사에게 3월 첫날은

설렘과 긴장감이 감도는 날이다.

쉽사리 잠들지 못한 밤을 뒤척이다

겨우 눈을 뜨는 아침.


나 역시 눈을 감았으나 잠들지 못했다.

하지만 설렘 때문은 아니었다.

설명하기 어려운 공백 같은 마음으로

밤을 건넜다.


오늘부터 두 달간 병가다.

나는 출근하지 않는다.

다음 주 수술을 앞두고 있다.


어제 병가 신청을 하며 울컥했다.

구두로 오가던 이야기들이

서류로 정리되는 순간,

상황이 비로소 ‘확정’되는 느낌이 들었다.

담담한 척 설명했지만

마음 한구석은 씁쓸했다.


해야 할 일은 많지 않다.

정확히 말하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니, 의욕이 따라주지 않는다.


오늘도 병원에 간다.

지난주에 검사했던 다른 부위의 결과를 들으러.

어떤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지

나도 모르겠다.

더 이상의 큰 이슈는 없었으면 좋겠다,

그저 조용히 지나가 주기를 바랄 뿐이다.


나이가 든다는 건

몸 여기저기에 작은 신호들이 늘어나는 일일까.

아직도 그 사실을

온전히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누군가 그러더라.

몸은 살살 달래 가며 써야 한다고.


100세 시대라는데

아직 절반쯤 왔을 뿐인데

나는 벌써 여기저기 고쳐 쓰고 있다.


그래도 생각해 본다.

심해지기 전에 발견되어

손볼 수 있다는 건

어쩌면 감사한 일일지도 모른다고.

너무 늦게 알았다면

그조차 할 수 없었을 테니.


그 말도 떠오른다.

내가 사는 오늘이

누군가가 그토록 살기를 바랐던 내일이라는 말.


그렇다면

나는 오늘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오래 살기를 바랐던 적은 없다.

다만 아이들이

제 힘으로 설 수 있을 때까지

울타리가 되어주고 싶은 마음은 있다.


조금 더 욕심을 내자면

아직 해보지 못한 일들,

마음속에만 적어둔 일들을

조금은 더 해보고 싶다.


지금 이 기분,

우울일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지만

주변의 사람들은 모두 출근했고

내 상황을 모른다.


혼자 견뎌야 하는 시간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오늘을 통째로 우울에 내어주지는 않겠다.


담담한 척 버티기보다는

이렇게 적어 내려가며

내 마음을 확인해 보기로 한다.


기분에 잠시 흔들릴 수는 있어도

거기에 매몰되지는 않겠다.


나는 오늘

교실 대신 병원으로 향하지만,

여전히

살아 있는 하루를 지나고 있다.


괜찮다고,

오늘도 잘 건너고 있다고

누군가 한 번쯤 말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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