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삶 환대하기
수술대에 오를 때마다 삶은 잠시 멈춘다.
그 멈춤의 시간 속에서 나는 내가 살아온 삶을 천천히 돌아본다.
다시 눈을 뜨는 순간, 삶은 늘 조금 다른 얼굴로 나를 기다리고 있다.
수술을 했다.
수술 대기실에 있으면 마음이 묘하게 고요해진다.
아마도 그곳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기다리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때
사람은 비로소 자기 삶을 돌아보게 된다.
고마웠던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르고
이미 지나가 버린 장면들이 문득 또렷해진다.
어떤 말 한마디,
어떤 날의 공기,
어떤 계절의 빛.
기억들은 한 편의 파노라마처럼
조용히 흘러간다.
이름이 불리고
침대째 수술실로 이동한다.
밝은 조명 아래 수술대에 누우면
가장 먼저 내 이름과 생년월일을 확인한다.
내가 누구인지 다시 확인하는
짧지만 묘한 순간이다.
마취 주사가 들어오고
산소 호흡기가 얼굴을 덮는다.
그다음의 기억은 희미하다.
무언가를 계속하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깊은 어둠 속에 머물렀던 것 같기도 하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르는 그 사이에서
나는 잠시 삶을 내려놓는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극심한 통증과 함께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가운을 입은 사람들이 움직이고
나는 어슴푸레 눈을 뜬다.
살아났다.
눈을 감을 때는
혹시 다시는 깨어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는데
나는 또다시 눈을 뜨고 말았다.
그렇게 나는
세 번째 삶을 맞이했다.
두 번째 삶을 받아들이는 것도 쉽지 않았는데
어느새 또 다른 삶 앞에 서 있다.
생각해 보면 삶은 늘 그랬다.
익숙해졌다고 느끼는 순간
조용히 다른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난다.
그래서 삶은 늘
익숙하면서도 낯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벌써 이번 삶에서 하고 싶은 일들을 떠올리고 있다.
아직 가보지 못한 길들,
아직 살아보지 못한 마음들.
어쩌면 인간은
다시 눈을 떴다는 사실만으로도
다음 시간을 꿈꾸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나는 이번 삶도
기꺼이 환대하기로 했다.
조금 서툴더라도
조금 느리더라도
이번에는 조금 더 다정하게,
나를 품으며 이 낯선 삶을 살아가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