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쓰담 30. 삶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기
큰 일을 지나고 나면
삶이 완전히 달라질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무언가를 크게 결심하게 될 것 같고,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될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실제로 삶이 바뀌는 순간은
대개 그렇게 거창하게 시작되지 않는다.
큰 일을 지나고 나면
사람들은 종종 이렇게 묻는다.
“그래서 이제 삶이 많이 달라졌어?”
그 질문을 들을 때마다
나는 잠깐 생각하게 된다.
삶이 달라졌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완전히 새로운 사람이 되는 것일까.
이전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일까.
처음에는
나 역시 그런 변화를 상상했다.
큰 일을 겪고 나면
삶을 바라보는 태도가 완전히 달라지고,
어떤 결심 같은 것이 생길 것 같았다.
이제는
조금 더 용감하게 살게 된다거나,
정말 중요한 것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내려놓게 된다거나.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니
삶은 그렇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대신
아주 작은 방식으로
조용히 달라진다.
예전에는
당연하게 지나가던 순간들이
이상하게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아무 일 없이 지나가는 하루,
평소처럼 숨을 쉬고
평소처럼 걸을 수 있는 몸,
별다른 사건 없이 끝나는 하루.
그런 것들이
예전보다 조금 더 또렷하게 느껴진다.
삶이 바뀐다는 것은
어쩌면 이런 일인지도 모른다.
거대한 결심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익숙했던 것들을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
세상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각도가 조금 달라지는 것.
그래서 삶은
갑자기 새로운 장으로 넘어가지 않는다.
대신
같은 페이지 위에서
조금 다른 문장을 읽기 시작한다.
큰 일을 지나온 뒤에도
우리는 여전히
같은 길을 걷고
같은 일상을 살아간다.
하지만 그 길 위에서
예전과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오늘 하루가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
지금의 몸과 시간과 관계가
생각보다 소중한 것일 수 있다는 생각.
삶이 달라진다는 것은
어쩌면 그런 일일지도 모른다.
이전과 전혀 다른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같은 삶을
조금 더 깊이 바라보며 살아가는 것.
그래서 나는 이제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고 말할 때
조금 다른 장면을 떠올리게 된다.
거창한 결심이나
대단한 변화가 아니라
아무 일 없는 하루를
조금 더 천천히 바라보는 사람.
어쩌면 새로운 삶은
그렇게
아주 조용하게 시작되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