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을 앞둔 나는 축하선물을 고르고 있었다

작은 쓰담 28.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시간을 견디기

by 차미레
수술을 앞둔 시간은
생각보다 조용하다.
해야 할 일은 이미 대부분 끝났고,
남은 시간은
마음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른 채
천천히 흘러간다.
그 시간 속에서
나는 조금 이상한 일을 하고 있다.


병원에서는

크게 걱정할 수술은 아니라고 했다.


요즘은 흔한 수술이고,

2박 3일 입원 후, 퇴원.

그리고 약 복용.


설명만 들으면

참 간단한 일이다.


나도

그 말을 믿어 보려고 한다.


그런데

사람의 마음은

설명으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수술이라는 말 앞에서는

누구나 한 번쯤

생각의 끝까지 가 보게 된다.


잘 끝나면

수술실 문을 나와

일상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며칠이 지나고

몇 달이 지나고

다시 평범한 날들을 살게 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안다.


수술실이라는 공간이

어떤 의미에서는

삶의 문턱 같은 곳이라는 것을.


그 문을 지나

다시 삶으로 돌아오는 사람도 있고,

아주 드물게는

그 문을 마지막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물론

확률로 따지면

그럴 가능성은 아주 작다.


그래도

그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은

그 작은 가능성까지

한 번쯤 떠올려 보게 된다.


그래서인지

요 며칠 마음이 조금 이상하다.


해야 할 일들은

이미 대부분 정리해 두었고,

입원 준비도 끝났다.


그런데도

무언가를 시작할 힘이 잘 나지 않는다.


글을 써 보려고 앉아도

생각이 오래 이어지지 않고,

책을 펼쳐도

문장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마치

시간이 잠깐 멈춘 것처럼.


부모님도 모른다.

아이들도 모른다.


괜한 걱정을 안기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잠시

아주 쓸데없는 생각이 스친다.

혹시라도

인사도 못하고 떠나게 되면

어쩌지 하는 생각.


그런데 그 와중에

나는 하나를 보고 있었다.


수술이 잘 끝나고

다시 눈을 뜨게 되면,

그때의 나에게

어떤 선물을 해 줄까.


새로운 삶이

다시 시작되는 날이라면

나에게

작은 축하 하나쯤

해줘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다.


조금 우스운 마음일지도 모른다.


혹시 모를 일을

조용히 떠올려 보면서도

동시에

다시 살아갈 날들을

먼저 상상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생각해 보니

이 마음은 어쩌면

두려움과 정반대에 있는 감정일지도 모른다.


사람이 정말로 두려움에 잠기면

미래를 상상하지 않는다.

선물 같은 것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오늘을 버티는 것만으로도

벅차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지금

수술이 끝난 뒤의 하루를

조금 먼저 생각하고 있다.


아마도

그건 내가 아직

삶 쪽을 바라보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 하루를 보내면서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수술이 잘 끝나고

다시 눈을 뜨게 되면


그날의 나는

아마 조용히 생각할 것이다.


아,

오늘은

나에게 축하를 해도 되는 날.


삶이

다시 시작된 날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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