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번째 단상 - 체취에 대하여
땀이 멈추질 않는다. 에어컨이 없으면 도저히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올해의 여름은 유독 덥다. 작년은 이 정도까진 아니었을 텐데… 라는 말을 작년에도 똑같이 내뱉은 걸 보면 확실히 지구의 온도주가는 우상향이 맞는 것 같다. 이러다 정말로 내가 사랑하는 봄가을이 없어지는 건 아닌지 몰라…
따가운 햇빛과 후덥지근한 습기에 미간이 찌푸려지는 건 둘째 치고, 내가 여름을 맞이할 때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은 바로 냄새다. 시큼한 땀냄새에 뒤섞인 나의 체취가 혹여나 누군가에게 불쾌하게 느껴질까 상대방과 거리를 둔다. 불가피하게 지하철에서 타인과 몸을 맞댈 때면 나도 모르게 몸을 움츠리고, 조심스럽게 내 어깨에 코를 대며 옷에 베인 냄새를 확인한다.
사람의 오감 중 가장 무시하기 어려운 것은 후각이 아닐까. 보기 싫은 게 있으면 눈을 꽉 감으면 되고, 듣기 싫은 게 있다면 이어폰의 볼륨을 높이면 되지만, 맡기 싫은 냄새는 피할 도리가 없다. 게다가 사람들이 생활하는 곳은 대부분 폐쇄적인 공간이라 자연적으로 냄새를 제거하기가 무척 어렵다. 마치 타인과의 관계처럼 견디고 견디다 익숙해지는 수밖에.
사람마다 각자의 체취가 존재한고, 스스로는 그 냄새를 자각하지 못한다고 믿는다. 주위 사람들이 말하는 ‘네 냄새’를 나는 알지 못하고, 그들 역시 마찬가지다. 오직 너에게만 풍겨오는 달콤쌉싸름한 냄새를 알려주고 싶지만, 어찌할 방도가 없다. 네 방에 살림을 꾸리고, 시간의 향기를 공병에 담는 수밖에.
한 사람에 대한 첫 기억은 시각으로부터 시작하지만, 마지막 기억은 후각으로 기록된다. 그 사람에게 전혀 어울리지 않은 장소에서 익숙한 냄새를 발견한 순간 그와 함께했던 모든 기억들이 떠오른다. 더 고차원적인 감각이라고 해야 할까. 비염을 달고 사는 내 코가 미워진다.
다른 사람들에게 나는 어떤 냄새로 남게 될까. 강렬한 인상을 주기 위해 향수를 여럿 써봤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러지 않는다. 인공적인 냄새로 내 체취를 감추는 게 조금은 못마땅해졌달까. 슴슴한 맛이라도 집밥이 더 끌리는 것처럼 말이다. 체취는 보관이 어렵다는 게 때론 다행이라고 느낀다. 서로의 냄새를 맡으려면 가까워질 수밖에 없으니까. 소중하고도 조심스러운 녀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