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전,운동 수업이 있었다.
한참 수업 중에 선생님이 갑자기 물으셨다.
“회원님, 이전 센터에서 몇 년 있으셨죠?”
1년 조금 넘게요.
“아, 그동안 선생님이 세 번 바뀌신 건가요?”
아니요. 두 번이에요. 선생님이 자주 바뀌는 건 좀 불편해서, 어느 기간엔 그냥 대기했었어요.
“아, 그러셨군요. 저랑도 벌써 1년 넘었죠?”
…어? 무슨 일 있으세요?”
이 선생님을 좋아했던 이유는 뛰어난 실력과 경험뿐 아니라, 언제나 조심스러운 말투 때문이었다.
처음 선생님을 만났을 때 내가 했던 말을 기억하고 본론에 앞서 건네 준 스몰토크였다.
한 번 마음에 들면 쉽게 새로운 것을 찾지 않는다.
익숙함에서 오는 안정감을 중요하게 여기는 편이다.
운동도 사람도 사물도 내가 대하는 방식은 늘 비슷하다.
아직 수업이 남았지만, 불편하면 선생님을 바꿔줄 수 있다는 말에 그럴 필요 없다고 답했다.
그렇게 선생님과의 시간이 정해졌다.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뭐, 어쩔 수 없지.’ 하고 무던하게 넘기는 편이 8할이지만, 어떤 이별이던 고하거나 받는 순간엔 좋지 않은 기분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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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한참을 걸었다.
어떤 관계는 시작조차 어려운 이유가 있다.
앞으로의 관계에 대한 기대감이 지난 두려움을 넘어서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용기를 내고 싶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이럴 때면 늘 시절인연이라는 말을 가져다 두곤 한다.
Fuji KlasseW | Fujifilm 200, 35m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