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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mma Jul 06. 2023

나를 증명하는 방식.

타인의 욕구를 들어주며 나의 존재를 느꼈구나.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직장동료가 일이 많아 체력적으로 힘들어서 휴가를 쓴다고 했다. 안그래도 힘들어 보여서 이번 프로젝트 마무리 되었으니 하루 푹 쉬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지쳐서 말하는 걸 보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었다.


근데 이런 마음도 동시에 들었다.

아 내가 좀 더 먼저 배려하는 말을 해줄껄. 아 좀 빨리 말할껄?

이런 마음.


그리고는 주말이 끝나는 일요일밤에 내일도 하루 쉬라고 카톡을 보낼까 이런 마음도 들었다.

지금 쓰다 보니 너무 과한 챙김(?) 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난 진지하게 며칠 동안 이런 마음이 들었다.


또 다른 예이다.

난 사람들과 식사자리가 불편한 사람이다.

회식할 때 서로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 하다가

간혹 나에게 주제가 넘어오면 극도의 불안감이 올라온다.

'아 무슨말하지? 뭐라고 대답하지?

아 피곤하다. 제발 나한테 아무말도 걸지말아라.

아 이런 회식자리 누굴 위해 만드는거야. 지친다.'


근데 또 한마디도 안하고 숨죽이다가 끝난 식사자리를갖고 돌아오는 길에는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입 꾹 다물고 있을거면 뭐하러 거기 갔을까.

자책과 비난의 소리가 어김없이 올라온다. 사람들이 나의 존재를 좀 알아봐 줬으면 좋겠는데 라는 이런 마음도 동시에 드는 자리다.


보편적으로 회식자리 좋아하는 회사원이 얼마나 있을까 싶지만 나는 이게 친밀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랑도 이따금씩 불쑥 불쑥 올라온다. 순간의 정적이 갑자기 긴장이 되고 내가 그것을 메꿔야할 것 같고 불안하면 안되는데 그럴수록 더욱 더 불안해서 얼른 자리를 피하고 싶고. 의미있는 시간으로 꽉꽉 채우고 싶은데 그게 어디 뜻대로 되나. 서로 상처를 주고 받기도 하고 별시답잖은 이야기나 알맹이 없는 이야기만 하다가 올때면 더욱 더 피곤하고 내 시간과 에너지가 아깝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다보니 점점 더 혼자가 편해지는. 그러다가 고립되고 외로워지는 이 패턴.


처음에는 내가 너무 착해서 그런거라고 생각했다.

동료가 피곤해하는 걸 미리 알아차리고 따뜻한 말을 건내서 먼저 배려해주는 모습이 얼마나 착한 마음씨인가.

회식자리에서 분위기 좋게 적당하게 주제를 던져가며 호응하고 대화하는 이 모습 얼마나 매력적인가.

친구와 만나서 삶에 의미있는 대화를 나누며 서로 응원하는 시간을 보내는 것. 얼마나 생산적인가.


내가 저렇게 나의 불편함을 드러내지 않고 노력하는 것 또는 관계를 좋게 하기 위해 불안감이 올라올 정도로 부단히 애쓰는 어떤 이유가 있을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내가 착해서라는 것보다는

나는 타인의 욕구를 들어주는 방식으로

나의 존재를 느끼고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다 각자의 욕구가 있고 그것을 적절히 표현하며 사람들과 조율하면서 삶을 살아간다.



그 사람의 인생을 내가 대신 살아줄 수 없듯이 상대방의 욕구를 내가 다 채워줄 필요도,
들어줄 수도 없다.



하지만 내가 상대의 욕구를 들어주며 받아온 피드백과말들이 텅 비어있는 나의 마음속을 꽉꽉 채워주며 나라는 사람의 윤곽이 드러남을 느끼게 된 것 같다.


동료가 필요한 걸 내가 채워주면서

이 친구는 참 배려있고 따뜻한 사람이라는 말을 들어야 내 존재가 느껴지기도 하고

내가 속해 있는 이 자리가 돋보이고 싶은 과시욕 때문에 침묵을 더 못 견디는 거 일수도 있다란 생각이 든다.그런 방식으로만 나라는 사람의 존재를 느낄 수 있으니 그런 순간이 더욱 견디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스스로 나라는 존재의 크기가 느껴지지 않으니 이렇게라도 나의 존재감을 느끼기 위해 아둥바둥 애썼는지도.

이렇게 글로 쓰고 보니 안쓰러운 느낌이 든다.


이상의 나와

현실의 나와의

괴리감에 스스로를 자책하고 부들부들 떨었던 이유도 이런식의 삶의 패턴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같이 해본다.


그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랴

그런 모습들도 다 내 모습이고

지금 이런 찰나의 순간들도 느끼며

그래 이건 내가 해줄 필요는 없지

이미 나는 나의 몫을 다 했는걸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게 상대에게 꼭 필요한게 아닐수도 있잖아

그 사람도 본인의 욕구를 본인의 입으로 말할 힘이 있다고.


이렇게 나의 생각과 행동에 간격을 둘 수 있는

이런 내면의 힘이 조금 커진 나를 칭찬해주고 싶다.

그런 나를 응원해. 잘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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