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등 앞에서

by 현목




차가 발부리에 걸려 마음이 덜컹 내려앉는다

돼지들을 태우고 가는 차가 돼지의 고뇌를

쇠창살로 가로막아 놓았다


철창 너머

괙괙 말하는

목소리가 이제는 오히려 차분하다

역겨운 냄새가 그들이 쌓아온 내공이다


쥐구멍에 들어가야 할 자는 따로 있다

평생 합법적으로 뜯어먹었으니

쾌락을 위해 맛봉오리 혼절시켰으니

초록 신호등이 바뀌어

그들은 죽음을 당당하게 떠나고

붉은 신호등에 유아독존(唯我獨尊)이

돼지 대패살처럼 깎여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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